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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렌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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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태영
  • 작성일 : 02-12-19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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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mmstories.jpg



새로 구입한 캐논 EF 50mm f1.4 USM 렌즈 테스트겸, 부산의 자갈치 근처를 돌아다니며 찍었던 사진이에요.
때마침 카메라에 들어있던 벨비아로 찍은 사진이지요. 어둑어둑 해지고 있던 터라 셔터타이밍 확보가 잘 될지 약간은 근심하면서 사진들을 찍었었죠.
이전에는 1/30 언저리만 가도 사진들이 죄다 흔들려 나오곤 했었는데, 어느분의 충고에 따라 셔터를 누를때 무상,무념,무심을 가슴속에 세기고 시간을 정지시키는 연습을 하니깐 조금씩 덜흔들리는 사진이 나오곤 하네요.

..

갑자기 다시 표준렌즈 이야기 입니다.
줌렌즈를 사용하다가 단 렌즈로 돌아오니, 또다시 고민하게 되는것이 바로 프레이밍 입니다.
어디까지 얼마만큼 프레임 안에 집어넣고 얼마만큼을 빼내어야 하는지 하는 고민 말입니다.
이전에는 멋드러진 광경만 보면 죄다 프레임 안에 다 집어 넣으려고 불쑥 불쑥 광각렌즈를 꺼내 들곤 했었는데, 그런식으론 결코 생각만큼 괜찮은 사진이 나오진 않더군요. 욕심탓이겠지요. 실력탓도 있을테고.
줌렌즈 들고다니며 이것저것 난사하다가, 다시 표준에 대해 고민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제가 사진을 배우는 사부님의 충고도 컷구요.

이전에 어느 안과의사분이 쓰셨던 사람의 눈과 렌즈의 비교라는 퍽 재미난 글을 읽어본적이 있었습니다.
꽤나 전문적으로 썼던 글이었는데 대략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사람의 눈은 화각과 원근감을 다 고려해야 할텐데 구형으로 생겨있는 인간의 눈에서 초점이 맞추어지는 부분에 비해, 카메라에서 빛이 맺치는 점은 평면이기 때문에 결코 두가지를 다 잡지 못한다구요. 화각이 넓어지면 원근감이 외곡되고, 원근감을 잡으면 화각이 좁아지는것 말입니다.
정말 그런것 같습니다. 표준렌즈가 표준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시야보다는 정말로 좁습니다. 제 딴에는 28mm, 35mm 정도가 무난하게 인간의 화각가 비슷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사람 눈의 화각은 더 넓지만 초점이 맞추어 지는 곳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라는 이야기이지요.
하지만 그런 렌즈의 경우, 거리에 따른 원근감의 차이가 정말로 많이 나게 됩니다. 바로 서너 발자국 앞이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죠.
때문에 표준렌즈란것은 바로 원근감에 초점을 맞춘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이 표준렌즈의 경우에도 눈높이가 아닌 하이앵글이나 로우앵글의 경우 원근감의 외곡이 나타나긴 하지만 그정도는 애교로 바주어야죠.

캐논의 경우는 다행히도 EF 50mm f1.8 이라는 명기가 있어서 많은 분들이 표준을 애용하시는것 같습니다. 좋은 렌즈지요. 기본렌즈인 EF 28-105mm 렌즈를 애용하다가 갑자기 단렌즈를 사용할때의 불편감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정말 저렴한 가격에 퀄리티 높은 사진을 뽑아낼수 있으니깐요. 저조차도 처음에 그 렌즈를 처음 구입하고 첫 롤을 현상하면서 정말로 놀랬던 기억이 선합니다. 이게 바로 단렌즈구나! 하면서 말이에요.

어찌되었건 이 표준렌즈라 불리우는 50mm 렌즈를 잘 다루는 일은 참 힘든 일입니다. 무언가를 집어 넣기에는 모자란듯 하고 또한 하나에만 집중하기엔 프레임이 너무 넓습니다. 쉽게 찍으면 심심한 사진이 나오기 쉬운 렌즈이죠.

광각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인물에 바짝 다가서서 찍으면 배경이 멋드러지게 깔리는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습니다. 또한 앵글을 조금만 바꾸면 원근감의 왜곡을 이용하여 간단한 연출사진 또한 찍을 수 있구요. 망원 또한 마찬가지이죠. 멀리서 아웃오브포커스를 쨍하게 연출하기 쉬운 렌즈가 바로 그것입니다. 무엇하나에만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도록 프레이밍 하기도 쉬운 렌즈이고요.

어찌보면 표준렌즈라 불리우는 이 렌즈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렌즈 같기도 합니다. 괜히 원근감 때문에 표준이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말입니다. 물론 표준이라는건 사람의 한쪽눈에서 초점을 맞추는 영역이 대략 50-55mm 렌즈 정도와 유사하다고 해서 정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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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넘 포토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했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라는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결정적 순간' 이라는 사진집으로 거장의 명성을 가지게 된 작가이죠. 그는 사진에 관한 몇가지의 원칙을 가지고 철저하게 지킨 사람으로 유명했는데, 바로 절대로 '연출한' 사진을 찍지 않는다. 사진을 '트리밍' 하지 않는다. 그리고 '표준렌즈' 를 사용한다. 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몇가지 원칙 또는 제약을 가지고도 그는 무수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많은 사진들을 찍어 나갔죠.

또한 f64 라는 사진집단이 있었습니다. 이 f64의 기본 신조는 "사진은 전면에서 배경까지 모든 부분이 선명하게 초점이 맞아야 한다 라는 거이었죠. 에드워드 웨스턴, 앤셀 애덤즈, 이모겐 커닝험 등 사진작가들이 결성한 모임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당시 연초점 렌즈가 유행했던 당시의 사정이 맞아있죠. 자연의 재현을 표방하는 사진은 항상 초점이 맞아 있는 상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습니다. 이들에게 초점을 흐리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진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로 비쳤던 탓일테죠.

이런 두 예들을 우리는 신고전주의라고 부를수 있을것입니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 말입니다. 바로 이것이 기본 이라는 것이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참 큽니다. 오랜 시간 사진 찍으신 분들의 사진속에서 우리는 이 표준렌즈 하나로만 광각과 망원의 효과를 모두 연출하는 것들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렌즈이죠. 가장 가감없이 정직한 렌즈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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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광각에서의 원근감의 왜곡이라던지 망원에서의 압축 같은 것들, 아주 얇게 잡은 심도들. 이러한 사진의 왜곡현상은 어찌되었던 이제 커다란 흐름으로 전반적인 사진의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왜곡이 이젠 표준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미적시각 또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그것이 왜곡이건 확충이건 이러한 사진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다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진들로 인하여 우리의 감수성 까지도 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구요.
우리는 고전사진으로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나 그룹 f64 사진가들의 주장들은 사진사라는 흐름속에서 하나의 역사적 발언으로 남게 되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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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금도 저를 포함하여 50mm 를 사용하실 많은 분들은 어떤 생각이실지 퍽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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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예전에 썼었던 글인데, 한번 옮겨 봅니다. 글 일부는 아더 로드스타인의 다큐멘터리 사진론일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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