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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음악] Diaspora ( 然風然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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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권오중
  • 작성일 : 02-12-11 18:04

본문

sabuk_diaspora_009.jpg

유랑은 처음이 아니었다.
황금빛으로 보이던 검은 바람을 타고 이곳으로 들어올 때 부터
시작이 되었었다 .
언젠가 떠나리라던 막연했던 미래가
준비도 없이 지내온 세월에 한탄도 못한 채 어느새
눈 앞에 덩그랗게 놓여졌다 .
검은 바람은 배멀미 처럼 늘 일렁이고 있었지만,
그 바람을 거부할 수 없었고
때론 그 바람 속에서 ' 然風然歌 ' 가 들려왔기에
이곳에 그넘의 '情' 이란 것을 붙이고 살아왔는데
이젠 떠나야할 때가 온 것이다 .
처음 들어왔을 때 가졌던 '언젠가 떠날 것'이란
막연했던 느낌들은 따뜻하게 느껴져 가기 시작했던
' 검은 바람' 속으로 날려보냈는데 ...
겨울날 검은산 너머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에 따라
어디론가 흘러가야한다 .

sabuk_diaspora_010.jpg

누이여 사랑하는 누이여,
어디로 가든 검은 바람 속에서 가졌던
예쁜 꿈들은 잊지 말아라
넒은 세상 작은 새 한마리 키우며 살기도 힘들다고 한다더라
그러나 우린 이곳 검은 바람 일어나는 곳에서도
부둥켜 안고 서로의 따스한 심장의 박동 소리를 듣지않았던가 .
누이여 사랑하는 누이여,

sabuk_diaspora_004.jpg

영수야, 철호야 !
앙상한 겨울 나무와 같은 것이 너와 나의 사이에는 늘 있었지
오는 크리스마스엔 창 밖에 보이는 나무에 반짝이는 작은 불 켜고
커다란 별 하나를 달고 싶었는데,
너와 나의 창 밖에 놓여진 나무 가지는 이렇게 앙상함으로
끝나고 마는구나
뿌리가 되어 내 체온을 나누면서 너의 체온을 느끼고 싶었는데
앙상한 겨울 나무 가지로만 남았구나
친구여, 잘가라


sabuk_diaspora_013.jpg

당신,

당신을 불러보고 차마 말을 이어나가지 못합니다 .
늘 창 밖에서 들려올 것 같은 다급한 소리에
숨죽여 살아왔던 시간들이 멈춰지겠지만
숨막힘 속에 나누었던 체온은
어느 곳에서도 그 처럼
마지막 체온일 것 같은 숨막히는 뜨거움을 나누지 못할 것입니다 .

sabuk_diaspora_024.jpg

- 사북에서





음악 : Piece of My Heart / Janis Jop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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