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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jetee 를 통한 시네로망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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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권오중
  • 작성일 : 02-08-26 12:52

본문

Chris Marker


"This strange and poetic film, a fusion of science fiction, psychological fable and photomontage. . . creates its own conventions from scratch. It triumphantly succeeds where science fiction invariably fails."
-- J. G. Ballard
La Jetée, the legendary science-fiction film about time and memory after a nuclear apocalypse, was released in 1964 and is considered by many critics to be among the greatest experimental films ever made. (It provided the basis for the recent Terry Gilliam film 12 Monkeys.) Chris Marker, who is the undisputed master of the film essay, composed this post-apocalyptic story almost entirely of black-and-white still photographs. The story concerns an experiment in recovering and changing the past through the action of memory, yet the film can be read as a poem dominated by a single moving image, which in its context becomes one of the supreme moments in the history of film.


크리스 마이트의 ' La jetee ' 는 사진을 가지고 만든 단편영화다.
사진이라는 매체의 속성이 영화의 흐름을 바꾸어 읽어야하는 대상으로
만들어버렸다. 정지된 이미지라는 것이 움직임의 흐름을 단절시키면서
우리의 시선은 의미를 만들어내는 구조로 빠져들게 되기 때문이다 .

' La jetee ' 는 사진으로 구성된 영화이지만 문학적 측면으로 인해
한편의 그림 소설을 읽는 듯하여 시네로망이라는 장르로 구분할 수 있다 .
시네로망은 1970 년대 초반 영화와 문학적 요소의 결합을 축으로 거론되었으며
일종의 텍스트로서의 영화라는 맥락에서 파생되는 기호론적이고
의미론적 효과를 주목하게 만들었던 장르다 .
결국 ' La jetee ' 는 사진을 기반으로 문학적 요소와 영화적 속성을
결합한 선국적 사례로서 이제는 고전처럼 여겨지는 작품이 된 것이다 .



========= ' La jetee ' 스토리 ============

' La jetee ' 는 29 분의 짧은 영화로 크리스 마케르 자신이 나레이터
역을 맡고 있다. 이야기는 3 차 세계대전 이후 완전히 초토화된
파리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소수의 생존자들은 방사선을 피해 지하로
숨어들고,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갖은 실험을
하게 된다 . 그들은 시간의 구멍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면서
어떻게 이 세상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지를 고심한다.
이들에게 공간은 지하에 한정되어 있어 더이상 뚫고 나갈 수 없게 되어
있기에, 그들의 구원은 단지 시간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
그런 가운데 전쟁 전의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가장 또렷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한 죄수를 선택하여 과거로 보낸다. 주인공에게 부여된 임무는 과거로부터
음식과 의료품, 에너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끊임없이
자신을 사로잡는 기억이 있다. 그것은 어린 시절 파리 오를리 국제공항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마다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것을 호기심을 가지고
보았던 자신에 관한 것이다. 어린 자신이 보았던 마지막 장면은
승강장 저편에 홀로 서있는 여인의 모습이다. 그런데 갑작스런 비행기의
소음과 함께 그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이어서 한 남자가 고꾸라지고 결구 어린 자신은 그 남자가 죽었음을
알게된다.
이 모호하고도 의문스런 상황은 영화의 코드로 작동한다.
주인공에게 이 기억은 뚜렷한 것이 아니라 마치 강박관념처럼 자신의
의식을 둘러싸고 맴도는 것으로 나타나, 그가 지하에서 실험의 대상이
되어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시간여행을 하는 동안 쉬지않고 반복되고
또 스스로 강하게 집착하여 추적하게 되는 기억인 것이다 .
그 기억은 분명 과거의 것이지만 자신에게 벌어질 미래의 일처럼 여겨지면서
주인공은 시간의 혼선을 체험하게 된다. 과거가 미래와 중첩되면서 오히려
실감나지 않는 공백과도 같은 것이 된다. 현재란 기껏 지하공간에서
주사를 맞고 심문을 당하는 어두운 현실에 지나지 않는다.
기억할 어떠한 새로운 체험도 없이 단지 실험되는 자신의 몸만이 무의미하게
존재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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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시간이란 늘 상실감의 의미로 드러나 있다. 그 상실감은 채워지지
않는 존재에 대한 일체감과도 같은 것이다.
어린 시절 승강장 저편에 서있던 여인의 모습은 주인공의 생각과 마음에
맴도는 실재하지 않는 기억이자 이미지이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가 그녀를 만난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한가로이 공원을 거닐고
박물관을 함께 관람하지만 그 시간은 현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갖게 되는 순간이 모든 시간 개념을
앞질러 가게 만드는 힘이 된다. 영원을 꿈꾸는 이들의 염원 속에는 아예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간으로부터의 탈출, 그리고
시간으로부터의 탈출이 이 영화에서 말하는 불가능한 사랑과 희망,
상실감과 죽음의 변증법을 말하는 코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더욱 자신의 기억에 강하게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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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그 기억과 기억의 시간 사이를 오가면서 결국 지하의 과학자들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게 된다. 미래의 시간대로 도달하여 미래의 존재로부터
이 현세를 치유하게 될 에너지를 받아오게 된다. 임무는 완수되었다.
그리고 주인공은 어린 시절의 오를리 공항 승강장으로 간다. 승강장
저편에 서있는 그녀를 즉각 발견한다 . 주인공은 그녀를 향해 달려가게 되고
상황은 영화 처음과 똑같이 묘한 긴장감과 미스테리, 신비하고도 공포감을
주는 분위기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그녀 가까이로 접근하자
그는 지하에서 줄곧 그를 감시하던 요원과 마주친다. 그와 마주치는 순간
주인공은 '시간을 피해갈 방도는 없다'라는 진실을 깨닫게 되고
그 지하요원이 쏘는 총탄을 맞고 쓰러진다.
어린시절 보았던 한 남자의 피살이 곧 자신의 죽음이 되고 말았다.
이렇듯 영화의 끝은 시작과 하나의 고리로 이어지면서
시간의 개념이 지워져버리는 것이다 .
하지만 주인공은 어린 시절의 시간과 공간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리고
그 실체감을 확인하려는 순간 죽음을 맞이한다. 어쩌면 처형을 당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과연 인간에게 공간으로부터 시간으로부터
탈출은 허용되니 않는 것일까. 시간과 공간으로부터의 벗어남으로써
시간의 질서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하나의 시간 단위에 하나의
공간만이 존재하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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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마케르의 La jetee(승강장) 은 매우 시적이고도 독백같은 무게와
함께 시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
이 작품은 1995 년 테리 길리엄이 공상 과학영화로 각색하기도 했다.
<12 몽키즈>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상황과 주인공의 설정, 시간여행의
개념 등을 차용하여 또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크리스 마케르의
시간과 공간 개념을 되씹어보면, 비단 <12 몽키즈> 만이 아니라 80 년대
이후 쏟아져 나온 많은 SF 영화에서도 그 동일한 차용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게다가 현재라는 시간과 공간에 머물면서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공간을 초월한 시간 체험'은 이미 비추얼 리얼리티의 탈육화
개념의 예시이기도 하다. 이런 주제에 대해 1962 년에 이미 시적이며
철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했다는 사실은 새삼 놀랍기까지 하다.
그리고 사진이 갖는 언어적 측면을 활용하여 메타포와 시적 깊이를 갖는
문학적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 또한 재삼 사진의 언어적 측면을 더욱
풍부하게 바라보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

그런 풍부한 면모가 본질적으로 이미지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작가의 역량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이 결코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하지만 한국에 크리스 마케르가 잘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La jetee(승강장)
을 말하게 되는 기쁨이 바로 이 점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



- 사진비평 12 호 박신의의 ' 사진, 문학, 영화의 삼위일체 - 크리스 마케르의 ]
'La jetee'( 승강장 ) 을 이야기하며 67 ~71 쪽 에서 옮김 .





참고 사이트 :

http://www.opuszine.com/movie_review...w&reviewID=119



( 아래 홍경표님의 댓글에 대한 답글로 일전에 정리하였던 글이
있어 올려봅니다 . 사진에 대하여 연륜과 깊이가 적은 상태라서
아직 개인적인 생각이 빈약한 가운데 이것저것 찾아가는 과정이라서
단순한 스토리전개와 빈곤한 철학 상태에서 담았던 것이오니
부족한 사진과 글에 대하여 이해를 구합니다 . )
추천 0

댓글목록

홍경표님의 댓글

홍경표

무척 재미있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 간다는 것은 늘 즐거운일 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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