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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진전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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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최흥태
  • 작성일 : 02-08-19 12:02

본문

2002 라이카클럽의 힘찬 도약을 기원하면서 전시회 소식을 알립니다.



디아스포라


최흥태 사진전


2002_0909 ▶ 2002_0913



14.jpg


최흥태_초곡리_디지탈프린트_8.3인치x1 1.7인치_2002



풍경의상처

E.H 곰브리치는 미술사를 '이미지의 생태학' 이라고 비유한 바 있다. 미술에 있어서 이미지의 생성과 사라짐이 마치 생태계의 활동을 보는 것 같다는 의미에서 일 게다. 오랜 기간 풍경을 대상으로 우리시대 풍경의 존재와 그 사진적 의미를 탐색해 오고 있는 최흥태의 작업은, 바로 그런 곰브리치의 시선을 아주 닮았다.

그의 풍경은 관광엽서의 풍경처럼 아름답거나 수려하지 않다. 사람들이 '앞산' '뒷뜰' 이라고 부르는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우리주변의 일상적인 자연이다. 자연 속에 문명의 열화가 진행되고 있는, 그래서 점점 중증의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자연. 이를테면 자연과 세계의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린 우리시대 풍경의 초상이다. 한때는 문화의 중심에 있다가 버려진 장소, 존재와 부재가 나란히 병렬되어 있는 그 시간의 완충지대에서 그는 언어의 징검다리를 놓는다.

돌이켜보면 지난 근대화의 분주한 기행은 풍경 곳곳에 깊은 상처와 여독을 낳았다. 마치 씹다 버린 껌처럼 잠시 이빨과 혀의 욕구를 충족시킨 뒤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오물덩어리. 그런 살풍경을 우리는 도처에서 목도 한다. 온 땅을 헤집고 다니며 자신의 이기로 어느 덧 자연전체를 덮어 버리고 마는, 생존의 살의가 빚어낸 저 뻔뻔한 무늬의 퇴폐. 그의 사진적 진술은 문명의 끝없는 자기 증식적 욕구를 비판하고, 작품을 구성하는 내재적 외형적 요소가 자신이 몸담은 사회환경으로부터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20세기 모더니즘 예술의 극단적인 자기환원은 예술과 삶 사이의 단절을 초래함으로써 창조활동의 사회적 책무를 저버렸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예술이 그것을 둘러싼 정신과 사회풍속의 일반적인 상태에서 발아되는 것이라면 미적가치라는 것도 사회적 의미로 환원될 수 밖에 없는 가치이다. 최흥태는 사회와의 관계를 묻고 강조하는 일련의 사이트(site)의 서술을 통해 풍경의 리얼리티를 노래한다. 그의 풍경에는 지나온 시대의 독소를 제거하고 배출하려는 자기회복의 의식이 배어있다. 극적인 과장이나 색채도 없는 일상적인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진이 단순히 '격세지감'이나 '상전벽해' 식의 투박한 일별을 허락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의 풍경을 사진으로 그린 우리시대의 진경산수 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어찌 보면 문명은 사라짐에 대한 저항이요 흐르는 물을 칼로 배어내 명료한 입방체로 만들려는 노력같이 보여진다. 아무리 인위적인 눈금을 들이대 세계(世界)를 측량해도 분명한 것은 인간 역시 자연의 구성요소이며 인간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 그 짐과 하중을 가리려 제 아무리 역사와 문명을 예찬한다 하더라도 '진실을 말하는 거울' 앞에 세우면 그것은 너무도 초라하고 잔인한 실존을 드러내고 만다. 최흥태의 사진은 바로 그런 거울이다. 제우스는 인류에게 문명의 불씨를 가져 다 준 프로메테우스의 죄를 제우스는 각종 재앙을 불러내는 '판도라 상자'로 단죄했다. 그러나 아직도 판도라의 상자 가장 밑바닥에는 꺼지지 않은 '희망'이라는 단어가 남아있다. 그 작은 희망만이 사진이라는 운명의 맷돌을 갈고 있는 그에게 잠들 수 없는 깊은 밤에는 차라리 눈을 뜬 채, 한 마디도 틀리지 않게 풍경의 상처를 가슴에 아로 새기고 있는 것이다.



포항예술문화연구소 김갑수(화가)




초대일시_2002_0909_월요일_07:00pm




대백갤러리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2동 48

Tel. 054_288_8661-3







파괴를 이겨낸 생명의 힘


폐허, 잔해, 흔적, 비슷한 어감을 내포한 듯 보이는 이 세 낱말의 뜻은 어떻게 서로 구별되는 것일까, 최흥태의 사진 <초곡리>를 한 장씩 넘겨보다가 언뜻 떠올린 의문이다. 이 사진들이 보여 주고 있는 풍경이 ‘폐허’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혼자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세 낱말은 모두 ‘이 자리에 온전한 형태로 있던 무엇인가가 사라지거나 망가져 버린 후에 남은 자취’를 뜻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점이 있다. 그 중에서 폐허란 무언가 이 자리에서 이전에 살던 것이 사라져 버렸을 뿐만 아니라 그 사라짐으로 인해 남아 있는 터 자체가 생기를 잃고 못 쓰게 되어 버렸다는 뜻. 그에 비해 잔해는 예전에 살던 무언가가 죽거나 망가지며 남겨 놓은 찌꺼기를 일컬을 뿐 그것이 놓여 있던 자리가 망가졌다는 사실을 시사하지는 않는다. 흔적은 무언가 있던 것이 사라졌다는 사실만을 단순하게 지시할 뿐 사라짐에 대해서도 남은 공간에 대해서도 가치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말이다.




20.jpg


최흥태_초곡리_디지탈프린트_8.3인치x1 1.7인치_2002

그렇게 세 낱말의 의미를 정의해 본 다음 다시 이 사진들이 보여 주고 있는 풍경을 ‘폐허’라고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그런데 무성하게 자란 풀과 나무들이 무너져 가는 건물을 감싸고 있는 풍경은, 또한 그 위로 명암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내리쬐는 강렬한 빛의 느낌은, 아무리 봐도 이 터가 생기를 잃어 망가져 버렸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잔해라는 말이 더 어울릴까? 확실히 여기저기 부서지거나 구멍 뚫린 콘크리트 건물, 사람의 손이 만들어내었을 잡살뱅이 물건들을 사진에서 되풀이 볼 수 있긴 하다. 그러나 이 사진들에서 내 눈을 가장 강하게 끌어당기는 것은 떠나간 사람들이 남겨 놓은 건물이나 물건의 부스러기가 아니다. 사진가는 그 부스러기의 앞에서 또는 뒤에서 자라 오르는 풀과 나무, 그리고 그 장소를 화사하게 비추는 빛에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고 그래서 내 눈에 가장 선명하게 들어오는 대상도 그런 것이다. 망가진 부스러기들까지도 묵연히 감싸안는 그 공간 말이다. 그러니 망가진 찌꺼기를 말할 뿐 그것이 놓은 공간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잔해’라는 말도 이 사진에는 그다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이전에 있던 무언가가 사라지고 지금은 없다는 단순한 사실에만 주목한다는 점에서 ‘흔적’이라는 말도 이 사진을 설명하기에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이 사진들은 떠나간 것 그 자체보다는 누군가가 떠난 자리에서 새로이 시작하는 것, 또는 여전히 계속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따져 보다 보면 애초에 출발을 잘못 했다는 생각이 든다. 폐허, 잔해, 흔적 중에서 이 사진에 가장 합당하게 어울리는 말이 무엇이겠느냐는 질문은 결국, 이 사진들이 사라진 것 또는 부서진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전제했을 때 던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 사진들은 무엇인가 사라지고 망가진 자리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어떤 일에 대한 이야기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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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태_초곡리_디지탈프린트_8.3인치x1 1.7인치_2002

초곡리는 오랫동안 나병환자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사진가의 작업노트에 따르면 이곳에 살던 나환자들은 8년 전 지역주민의 이기심과 행정당국의 권력에 쫓겨나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작업노트의 한 구절을 잠깐 인용해 보자.

“강제적인 힘(자본, 권력, 이기심)의 작용으로 인해 영원한 이방인인 나환자들의 ‘삶이 떠난 자리’를 추억, 슬픔, 상처, 분노, 생명 등의 감정이 혼란스럽게 뒤범벅된 마음을 간추리면서 사라져 가는 삶의 언저리를 기록하여 남기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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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태_초곡리_디지탈프린트_8.3인치x1 1.7인치_2002

사진가 스스로가 언급한 몇 가지 감정 중에서 사진을 통해 가장 호소력 있게 전달되는 것은 생명에 대한 감정이다. 자기 의사와는 상반되는 타의에 의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일은 상처이고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떠난 자리에서 새롭게 싹터 오르는 생명은, 자신은 앞서 살던 이들의 고통에 무관심하다는 듯 억세게 지상을 점령하며 앞선 이들이 살았던 흔적마저 허물어 간다. 내쫓김의 상처까지도 꿀꺽 삼켜 자양분으로 삼는 자연의 이 끈질김이야말로 오히려 상처 입고 쫓겨난, 외양으로는 약해 보이던 생명의 본성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연유로 나는 사진가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이 사진들은 삶의 언저리보다는 끊일 줄 모르는 생명의 순환에, 상처나 분노보다는 생명력의 강인함에 공감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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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태_초곡리_디지탈프린트_8.3인치x1 1.7인치_2002

생명력에 대한 최흥태의 관심이 이번에 발표되는 작업 <초곡리>에서 처음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죽도시장>에서 보여 주었던 인간의 생활에 대한 관심, <풍경의 상처>에서 보여 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결국 생명이라는 문제에 대한 오랜 숙고를 드러내는 또 다른 형태가 아니었을까? 초곡리의 사진을 보며 그의 관심이 인간의 사소한 행불행을 넘어서는 자연의 위대한 생명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보다는 오히려 외면적으로는 강하고 새로운 것에 밀려나 사라지는 듯이 보이는 약한 것들의 질긴 생명을 은유로 말하고 있는 작업이 <초곡리> 시리즈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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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태_초곡리_디지탈프린트_8.3인치x1 1.7인치_2002

사진 이미지가 보여 주는 대상물이 무엇인가 하는 관점에서만 판단한다면 나환자들이 떠나고 나서 7-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의 초곡리 마을 풍경을 촬영한 이 사진들은 명백히 폐허의 이미지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것이 폐허의 이미지로 보이지 않는 것은 은유의 밑바닥에 놓여 있는 사진가의 낙관적 희망과 믿음 때문일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생명은 지속되기 마련이라는 사진가의 믿음과 찬탄이 이 사진들을 쫓겨난 사람들과 무너져 가는 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다른 형태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만든다. 파괴를 이겨내고 삶을 이어가는 힘을 믿는 사진가의 시선이 더욱 자유롭고 풍부해지길 기대해 본다. ■ 옥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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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권오중님의 댓글

권오중

축하드립니다 .

늘 뿌리님 사진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데
전시회가 가까이서 열리고 있다면 꼭 가서 보고 싶군요 .

'디아스포라' 가 무슨 뜻인지 몰라 찾아보니 ' 이산의 땅 ' 이란
의미와 함께 유대인들의 방랑의 역사가 나오더군요 .
아픔이 녹아내린 땅에서 갖는 느낌은 아픔의 상처 속에서도
머물고 싶은 따뜻함이 보여져 아픔을 그대로 되돌려주지않고
떠나간 자들의 남은 흔적들이 더욱 슬픔으로 다가오는 듯 하네요 .

각 사진들 속에 담겨진 따사로운 슬픔 소리들이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습니다 .

도웅회님의 댓글

도웅회

우선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조금만 가까이 있어도 꼭 한번 찾아가 보고싶은데, 거리가 멀어서 매우 아쉽습니다. 그리고 아무쪼록 전시회가 잘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최흥태님의 댓글

최흥태

부족한 사진이지만 10월 중순이면 서울에서 몇 분과 함께 전시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사진철학을 위하여'란 책을 다시 정독하고 있습니다. 한 구절을 발췌하여 보겠습니다.

"인간이 장치(사진기)에 의해 지배당하면서도 죽음으라는 우연적 필연성에 직면해서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것에 대해 메타적으로 숙고하는 것이 의무이다. 그와 같은 종류의 철학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직 우리에게 열려있는 유일무이한 형태의 혁명이기 때문이다."

하석준님의 댓글

하석준

안녕하세요,

주말이 끼어 있었다면 처가인 포항에 가는 척(?)하면서 가볼수도 있으련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딱이군요

디지털프린팅으로 전시회를 준비하신 것도 눈에 띕니다.
스캔-프린팅의 작업과정과 그 결과물이 어떨지.(더구나 흑백에서)
궁금하기도 하고요.

전시회준비를 잘 마치시고 또 소식 전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최흥태님의 댓글

최흥태

글 을 남기신 세 분께 부족하지만 '디아스포라' 사진집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메일로 주소를 알려드리면 우편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하석준님의 댓글

하석준

저도 주시는건가요?

최흥태님의 댓글

최흥태

당연히 부쳐 드려야지요....

박재한님의 댓글

박재한

전시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비피해는 없으신지... 좋은 사진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는 마음 입니다. 별 피해가 없으시기도 아울러...
감사합니다.

최흥태님의 댓글

최흥태

서울 '푸른세상' 출판사에서 고속버스 편으로 보낸 (9월5일 밤11:00 에 도착) 일부분의 책을 받았고, 9.6일 오전 9:30에 소포로 부쳐드렸습니다. 인쇄된 느낌이 디지털프린팅 하고는 상당이 달라 아쉬움이 많습니다. 책이 여유롭지 않아 추가로는 부쳐드리지 못함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곳 포항은 비 피해가 거의 없었는데, 촌집에 직접 만든 저의 웅막같은 창고가 비 바람에 쓰러졌군요.......

최흥태님의 댓글

최흥태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고마움에 절을 올립니다.
소포로 부친 사진집이 반송되어 옵니다. 혹 부쳐주기로 약속받은 분 중 받지않았으면 쪽지 글 주세요...

-사회/김병국 안내/손익겸 서윤증 음악/최낙실 영상촬영/가출현 스틸사진/최창호/ 전시준비/포빔회 전회원.
-축전/이문균님(칠광회) 서종덕님(경북도지회) 성성모님(동서) .
-화환/종승이네(김정희) 하우포토후원회 STS전기정비과장님 김기수님 액자마을 서윤증님(포빔회) 라이카클럽(Leicaclub.net).
-축의금/오경숙님 정원용님(친구) 이한구님(칠광회) 두병하님(사진연구회) 최낙실님(예음클래식) STS1전기상조회 STS1반주임 영상동인회 포항예술문화연구소 김훈님 김문식님(포빔회) 김병국님(포빔) 손익겸님 조용진님(사협경북도지회장) 하홍걸(포빔,희망칼라) 여성사진회 권순종님(권카메라) 신상율(예총도지회장) 포영회 이정철님 김봉수님(포영회) 최맹종님(포스코회) 포토비젼사진회 안성환님(포항사협지부장) 조병율님(사진연구회) 칠광사진회 포커스회 가출현님(포빔회) 안성용님(포스코회) 김상회(포빔회) 신덕주(포빔회) 강중현님(포영회) 남국희님(포영회) 최임수님(석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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