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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운 개' 를 떠올리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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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권오중
  • 작성일 : 02-08-22 15:13

본문

" 현대 회화의 임무는 가시적인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화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 ." - 파울 클레

들뢰즈는 그 ' 비가시적인 것' 은 ' 힘 ' 이라고 한다.
즉 회화의 임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 ' 힘 '을 가시화하는 데에 있다 .

들뢰즈가 이야기하는 힘이란 무엇을까 ?
이갑철의 사진에서 이야기한 ' 충돌 ' 이란 이런 보이지않는 힘에서 기원하는 어떤 에너지와 통하는 것인가 ?
' 영감 ' 이라고 이야기되는 부분은 불교의 탱화나 만다라에서 느껴보는 기운들처럼
시각적으로 구체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에서도 그런 보이지않는 힘들이 전해진다 .


" 먼데 앞동산에 휘어진 나무
휘어진 나무를 돌아
내게 찾아온 써늘한 바람
바람을 등지고 가면 마음을 벌써
꿈에 보았던 그길을 내려다 본다.
우~절름발이의 꿈
우~절름발이의 꿈
목이 쉰채로 온종일 짖던
외로운 개는 죽었지.
묽은 고갯길 내려다보던
내려다보던 구름들 강을 넘어서
어둠속으로
어둠이 되어 숨는다.
우~ 절름 발이의 꿈
우~ 절름 발이의 꿈
우~ 절름 발이의 꿈
우~ 절름 발이의 꿈
먼데 앞동산에 휘어진 나무
휘어진 나무를 돌아
내게 찾아온 써늘한 바람
바람을 등지고 가면
마음은 벌써 꿈에 보았던 그길을 내려다 본다.
목이 쉰채로 온종일 짖던
외로운 개는 죽었지.
내게 찾아온 기억속의 구름이 되어서
마음은 벌써(기억속의 구름이 되어서) 꿈에보았던 그길을 내려다 본다.
목이 쉰채로(기억속의 어둠이 되어서) 온종일 짖던 외로운 개는 죽었지.
기억속에 구름되어 기억속에... "

- HUCKLEBERRYFINN by 허클베리핀

허클베리핀의 이 노래를 몇 년전에 들으면서
흐느적 거리는 음율이 좋았고 중성의 목소리로 읊는 가수의 음색이 좋았다 .
가사 속에 나오는 '외로운 개' 의 모습을 떠오르며
훵한 삼거리 가게 앞에 퍼질러 앉아 있는 늙은 개의 눈에
비춰진 작은 도시의 모습이 내가 보고 싶었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

08_yoryang_10.jpg

08_yoryang_07.jpg

08_yoryang_48.jpg

작은 시골 마을인 여량으로 들어 겨울날 찾았을 때 들었던 횡한 느낌이 좋았기에
그 속에서 피어날 소근거림이 어디선가 들려올 것 같기에
이번 여행 때도 그 느낌이 이어져 보여지길 바랬다 .
바람과 같이 그런 광경은 보였으나 보이지않는 것을 가시화하는 것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과정 속에 머물러 버리고 말았다 .

' 외로운 개' 를 떠올리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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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도웅회님의 댓글

도웅회

공감하면서도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이라고 느겨진다. " 길위에 있는자는 생각하는 자 "라고 했던 어느 작가의 말처럼 여행은 사람을 사유하도록 이끄나 보다. 아니면 그래도 무언가 생각하고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여행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 되기도 한다. 그리고 좋은 글을 희석 시키는 하나의 생각일 지도 모르지만, 글에 나오는 회화에 관하여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도 그것이 실존하는 것이라면 형태의 유무나 방식과는 무관하게 그것은 사실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고, 그러므로 성서에서 말하는 " 해아래 새것이 아무것도 없다 " 라는 것과 물리학에서 말하고 있는 저 " 질량 불변의 법칙"을 받아 들이는 다시말해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할 수 있는 힘에 의한 그 낮아짐의 혜안을 가진자의 눈에 머무는, 시간과 형태에 있어서 진정 자유로운 그 어떤 세계가 아닌가 하고 조심스레 말하고 싶어진다.

조동준님의 댓글

조동준

권오중님의 좋은 사진, 글과 도웅회님의 고민스러운 답변 잘 보았습니다.

태어나서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서울을 벗어나지 못했던 제게, 20대 중반의 강원도 파견 생활은 많은 즐거움이기도 했고 시골생활에 대한 낭만적인 환상을 탈피한 거의 유일한 기억의 원형질이 되었습니다.

삼척 신기, 태백 철암에서 약 2년간 생활하며 권오중님의 이번 여행지인 여량, 하장, 임원 등을 포함하여 춘양, 아우라지, 문암 등지로 시간만 나면 여행을 다닌 기억이 납니다. 오중님의 사진을 보니 그 시절의 기억들이 더욱 또렷이 떠오릅니다. 바로 엊그제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같은데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기억이란 개인의 의지에 의해 발생순서가 조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즐거운 기억은 저장되는 순간부터 현재 진행형인 것이고, 좋지 않은 일들은 어제 발생된 것이라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없어질 것입니다.

기억을 떠올리다보니 강원도 산골 사람들의 생활이 그리 낭만적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한가함, 소박함으로 느껴졌던 것들이 그들에게는 적막함, 치열함이었음을 그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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