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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해프닝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손현
  • 작성일 : 08-07-23 18:30

본문

* 경어체사용을 하지 않았습니다.
* 어제의 해프닝입니다. 편하게 읽어주세요.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생전 처음가서. 생전 처음 영화제에서 영화를 보다. 나도 이게 안 믿기긴 한데 현실이 그렇다. 그만큼 나태하고 방만하게 살았던 반증이기도 하다. 일 핑계도 물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6-7년동안 거의 매년 갔는데 영화 한 편을 못봤다니. 한창 영화홍보마케팅을 할 적이라 일거리들고 내려가서. 이것저것 시다바리 다 하고. 밤엔 이곳저곳 파티에 불려 댕기며. 술 들입다 퍼먹고. 낮엔 금수복국으로 해장하고. 다시 일하고. 잠시 짬나면 집에가서 부모님 얼굴보고. 이런 스케줄의 연속이다보니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것이 PIFF의 목적이 되었다. 각설하고. 난 어제 처음으로 영화제에 가서 영화를 봤단 거다. 내일도 지인따라 부천으로 간다는 거다.

사족으로 어제의 해프닝은 가관이었다. 한마디로 판타스틱! 영화 시작이 11시인데 10시 기상해서 모자만 뒤집어쓰고 출발했다. 이피디(남편)도 허겁지겁 운전하며 막히는 길 지그재그로 헤집고 달렸는데. 다행히 딱 11시 1분에 복사골문화센터에 도착을 했네. 이쁘장한 대학생자원봉사자가 앉아있다.

- (헉헉) 비행접시 2장 주세요.
- 네?
- 아... '그 해 여름의 비행접시' 2장이요.
- 예약하셨나요.
- 아뇨.
- 죄송하지만 영화 시작 이후엔 발권이 안됩니다.
- 네? 1분 지났어요! 이 시간에 들어갔겠네...
- 5분 전에 발권마감하고, 시작 이후엔 입장 자체가 안됩니다.
- 여기 책임자가 누구죠?

(얼굴이 빨개진 자원봉사대학생. 그러자 스물중반 매니저가 구석자리에서 다가옴.)

- 이 영화보러 서울에서 왔는데요. 발권 안될까요.
- 어디서 오셨든지 저희 영화제 원칙입니다.
- 이 영화 꼭 봐야 하는데요. 부탁드려요.
- 원칙상 절대 안됩니다.
- (대한민국에서 안되는 게 어딨니!!!) 정말 안될까요? 살다보면 예외란 것도 있잖습니까.
- 죄송합니다.

(차 파킹하고 온 구원투수 이피디 등장)

- 표 끊었어? 빨리 들어가자.
- 시작해서 발권 안된대.

(다시 매니저와 5분 가량 설전이 벌어짐)

- 전 프로듀서고 여긴 작간데 이 영화를 꼭 봐야해서 그럽니다. 샬라샬라 #$%&....
- 원칙상 절대 안됩니다.
- 영화제 비디오룸도 없나요?
- (머뭇) 여긴 없는 걸로 압니다만...
- 정말 안되나요?
- 네. 안됩니다.
- (최후의 카드)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 연락처 좀 주세요.

(약간 당황하던 매니저, 직접 집행위원장과 통화 시도. 3분 경과)

- (통화하다가) 저... 작가분 성함이 어떻게 되신다구요?
- 손현이요.
- 네. 잠시만요. (다시 통화 중)
- (잠시 후) 네. 원칙상은 입장불가지만 이번만 입장을 하시라고 하네요. 대신 발권은 안됩니다.
- 하. 감사합니다. 잘 보겠습니다.

결국 10분 경과하여 '그 해 여름의 비행접시'란 스웨덴/아일랜드 영화를 공짜로 관람했다. 입봉도 안했는데 작가는 작간가. 반백수 작가가 이럴 때 써먹히다니... 한가지 교훈은 역시 이 곳은 대한민국이다! 들어가면서 이피디에게 물어봤다. 집행위원장 알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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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홍건영님의 댓글

홍건영

제가 우리나라 사람들 행동중에서 제일 싫어하는 행동을 손현님의 서방님께서 하셨군요 ㅋㅋ
하면 된다...

하지만 경제개발하고 보리고개 없애는데는 그런 적극성이 일등공신이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합니다
아무튼 영화 무사히 보셨다니 다행이군요

손현님의 댓글

손현

인용:
원 작성회원 : 홍건영
제가 우리나라 사람들 행동중에서 제일 싫어하는 행동을 손현님의 서방님께서 하셨군요 ㅋㅋ
하면 된다...

하지만 경제개발하고 보리고개 없애는데는 그런 적극성이 일등공신이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합니다
아무튼 영화 무사히 보셨다니 다행이군요


하하하-
맞습니다. 저도 윗선 통하는 거 상당히 싫어하는데
이 날은 '하면된다'보다 '하는데까진 해보자'였습니다.
생면부지의 집행위원장이지만 사정이라도 해보려 했지요..
매니저분께서 대신 수고를 덜어주셨습니다.

無限/박성준님의 댓글

無限/박성준

즐거운(?) 경험을 하셨네요...ㅎㅎㅎ

영화는 잘 보셨습니까??...^^*

이훈태님의 댓글

이훈태

판타스틱한 해프닝 후 공짜로 관람하셨네요^^
'그 해 여름의 비행접시' 한번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다른 경로겠지만^^;;

강정태님의 댓글

강정태

안되는 것은 절대 안된다. 그럼 되는 것은 그 반대인가요?
萬事 중에 절대라는 것이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사 아닌가요?
이피디님은 인간사를 아시는 거죠.
되는 것 안되는 것이 칼 같으면
그것은 기계화지 인간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다분히 역설적인가요? ㅎㅎㅎ

KIM민정님의 댓글

KIM민정

전 왜인지 이피디님의 대담성(?)이 무척 유쾌하게 다가옵니다~^^

JK이종구님의 댓글

JK이종구

우리나라는 역시... 높은사람 나오라구 해. 가 통하는군요.

손현님의 댓글

손현

인용:
원 작성회원 : 하상길
부끄러운 <짓>을 하셨군요.
라이카클럽의 회원 분이....
게다가 대한민국 운운까지....

제가 아는 한 분 소개할게요.
어느 방면에선 꽤 알려진 분입니다.
친구 중에 의사들도 몇 있구요.
그 분의 아내가 암에 걸렸는데
아는 의사 통하면 빨리 수술 받을 길이 있을 터인데
아무한테도 부탁하지 않고
순서 기다려 국립 암센타에서 수술 받았습니다.

그 분이 부인에게 그랬답니다.
"우리가 새치기 해서
제대로 줄 섰던 누군가가
수술이 늦어져 죽게되면 어떻게 해?"

부인은
수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까지 끝내고
지금 건강하게 생활하고 계십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저와 생면부지, 초면에 <짓>을 운운하시며
이토록 심각하게 받아들이시는 분도 계시는군요.
'가치'의 기준을 암수술하시는 분과 비교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새치기해서 누군가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행위는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하는데까진 해보자'란 마음이 이렇게도 왜곡이 되네요.
한편으론 유쾌함과 가벼움의 차이를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카페 글쓰기가 좀 조심스러워집니다.
전 '엄숙주의' '검열주의'... 그리고 '절대'라는 단어에는 반감이 있습니다.
글의 뉘앙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셨으면 했는데...
어쨋든 저의 부덕의 소치입니다.
이 역시 판타스틱한 해프닝이네요. 후후-

하상길님의 댓글

하상길

제가 너무 심했던 게 아닌가 싶어 삭제했습니다.
맘 상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손현님의 댓글

손현

인용:
원 작성회원 : 하상길
제가 너무 심했던 게 아닌가 싶어 삭제했습니다.
맘 상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본의 아니게 저도 실망을 드려 죄송합니다.
제 행동에 잘못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글을 올렸습니다.
제목 그대로 '판타스틱 해프닝'의 소재가 될거라 생각했지요.
저에게 라클은 신성한 성역보다는 즐거운 놀이터의 개념인데...
가끔 놀이의 취향이 서로 맞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겁니다.

더운 여름이지만 좋은 하루 되세요...
오전에 박선수가 금메달도 하나 따주었네요.

김 용진님의 댓글

김 용진

저 역시 난감한 순간을 환타스틱하게 모면한 기억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게는 환타스틱했지만 상대방에게는 테러블한 해프닝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 글은 유쾌하면서도 씁쓸합니다.
이런 것이 통하는 우리나라, 좋기도 하지만 싫어지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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