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찍는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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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이훈태
- 작성일 : 08-05-2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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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주위를 맴돌다 공원 앞에서 할머님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한 할머니께서 부르셨다.
"학생! 와서 앉게나!"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있는 내게
가장 영계(?)라서?? 요플레도 주시고 껌도 주시며
"애인은 있는강?" 하시며 연신 웃으신다.
자연스러운 미소를 담으려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웃으시던 모습은 정지되어버리고 카메라를 의식하시며
순간순간 긴장하시던 모습들.
웃으시다가도 렌즈와 눈이 마주치시면
바로 표정이 굳어지시며 표정을 관리하신다.
"학생은 늙은이들이 뭐가 볼꺼시 있다고 찍을라한가?"
"쩌기 젊은 처자나 찍어브러" (마침 두명의 치마를 입은 여성분이 지나가고있었다.)
동네의 누군가를 흉내내시는 듯. 계속 비슷한 행동과 이야기를 하시는데
이야기는 점점 야한(?)이야기로 넘어가는데 너무나 웃긴 내용이라서
자연스럽게 많이 웃고 그옆에 있던 나도 점점 자연스러워진다.
한 할머니께서는 내게
"찍을라면 예쁘게 찍어주소, 이상하게 찍을라면 찌어불지를 말덩가"
몇장을 담다가 분위기를 주도하시던 할머니께서 한말씀 하신다.
"사진이란 말이야, 찍는게 아니라 박는거시여!,
긍께 학생 사진한방 박아주게나, 우리좀 박아줘!"
예전에는 사진한장 박자, 기념사진 박자 라는 말을 많이썼다며 동의하시던 할머님들
"근디 박아분걸 어떠케 본다가? 뽑아아꼬 쭐꺼시여?
우리 매일 오후에 여기 나와있응께 언제든 사진 뽑으믄 가지고 나와잉~"
"다음주가 되뜬 한달이 되불든 아무튼 뽑으믄 가꼬와부러,
늙으이들 여기에서 이렇게 놀고지낸다는거 기념이라도 해야제"
여러장 박은 사진중, 단체사진을 인화하여서 1장씩 가져다드려야겠습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흑백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셔서
마음게 걸리지만,
영계(?)의 사진이니 봐주실것이라고 믿어봅니다^^;;
카메라와하는 산책은 예상하지 못했던 즐거운 일들을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댓글목록
홍건영님의 댓글

오랫만에 아가씨, 사진사, 분수대, 아이가 등장하는 사진박는 농담이 기억나서 혼자 킬킬대고 웃었습니다. 죄송합니다 ㅎㅎ
김형배님의 댓글

맞습니다..
박는다는 표현을 많이 썼었지요.. ^^;;
왠지 어색한 표현이긴 했지만서두..
그 이중적인 단어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세월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야 하나 봅니다..
하효명님의 댓글

얼굴이 꺼멓게 나오신 할머니께서
"내 얼굴이 이게 뭐시여!" 하시겠습니다.^^
강태희님의 댓글

근디.... 요새는 박고나서 뽑지않고 있는 것이 많네요..ㅋㅋ
이택규님의 댓글

저도, 근데요, 사진 가운데 살짝 왼쪽 어르신 위로 등과 건물선이 만들어낸 실루엣이
마치 피카소의 얼굴 그림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lee ju yeon님의 댓글

사진 한방 박으려고 사진기를 들이미니
이렇듯 나름 포우즈를 잡으시는 우리네 할머님들.
어찌나 귀여우신지요...
장재민님의 댓글

이전엔 껌이나 담배 한대 드리면 쉽게 담을 수있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박히는 사람 보다 박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 별 대접도 못받는 것 같읍니다.
이훈태님 정도의 그림이 돠어야...
강정태님의 댓글

오, 할마니(할머니의 서투리)들,
소시적 한가락하셨을 것 같습니다.
저기서 쉽게 헤어날 수 있었음을 다행으로....ㅋㅋ
유경희님의 댓글

영정 사진 한장씩 찍어 드리세요.
그러면 더 오래 사신답니다...어떤 사진 작가분이 그러시더라구요.
이훈태님의 댓글

단체사진과 몇장안되는 독사진을 가져다드렸습니다.
'워메! 생각도 안했는디, 총각이 사진가꼬 와부꾸만" 하시며
많이 좋아하시던 할머님들.
누가 잘나왔고, 누가 못나왔고, 누구는 볕에있고
왜 그늘에서 찍었는가 하며 웃으시던 할머님들의 모습은 마치 소녀같았습니다.
다리를 모두 쭉펴고 찍었다며 웃으시고, 오랜만에 흑백사진을 본다고 그러시며
'총각은 왜 우리같은 늙은이들이 뭐가 볼꺼시 있다고 찍는가??
그래도 박아준께 좋구만~" 하시던 할머님.
잘 박은^^; 사진은 아니지만, 할머님께서 기념이 될 사진이라며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 또한 너무 기쁨으로 충만한 시간이였답니다.
손은태님의 댓글

너무 좋은 일 하셨어요!^^
사진가의 마음가짐중에 한 부분으로 실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찍는 보람이 이런 것!^^
하상길님의 댓글

젊은 분이 다가가니 괜찮지
내가 렌즈 들이밀었다면
틀림없이 영감이 작업한다고 그러실 거 같아서....
이훈태님의 댓글

더 많은 독사진을 담아드렸으면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진을 전해드린 날, 할머니댁으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향하더군요.
사진이 때로는 많은 것을 돌아보고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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