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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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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장충기
  • 작성일 : 08-05-2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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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게 사진을 잘 찍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진 좀 잘 찍어 보겠다고 치열하게 노력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럭저럭 사진이라는 것을 취미로 한지도 벌써 30여년이 지났습니다.
조금 과격하게 이야기하면 카메라와 렌즈라는 도구모으기를 취미로 하였다고 하여도 그리 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젊었을 때는 사진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그저 멋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가끔씩 가족들이나 친구, 그리고 지금의 집 사람 사진 등을 찍고 다녔고, 사진을 한답시고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지인들의 결혼식이나 기타 행사 때도 나름대로 열심히 사진을 찍어 날랐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는 아이들 사진에 빠지게 되고...
그 아이들이 저의 통제권을 벗어 난 지금은 인물 쪽으로는 겨우 아내 사진이나 가끔씩 찍는 형편이 되었습니다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물이 아닌 다른 쪽 사진에 시선이 가더군요.

그래서, 쉬는 날이면 카메라를 둘러 메고 고궁이며, 서해안 바닷가, 재개발지구, 한강 등등...
나름대로 생각하는 좋은 피사체가 있을 법한 곳 을 부지런히 쫓아 다닙니다.
어찌생각하면 비싼 돈 주고 구입한 장비들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결과는 항상 참담하였습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가물에 콩나기...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내가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이유를 모르겠더군요.
사진으로 먹고 사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사진에 집착하여야 하는지...

어제는 참으로 오랫만에 아침 출근시간에 조금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 과천체육공원에 차를 대고 공원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물론 카메라는 손에 들려 있었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그냥 조용히 산책을 하였습니다.
약간은 쌀쌀한 아침공기를 깊이 들이 쉬며, 평화로운 아침풍경을 즐기며 느긋하게 공원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조기축구를 하는 사람들의 힘찬 고함소리...
양재천에서 부화한 듯한 새끼들을 데리고 여유있게 헤엄을 치고 있던 물오리가 제 인기척에 놀란 듯 새끼오리들을 모아서 풀섶이 무성한 곳으로 급히 몸을 숨기고...
자전거를 타고 양재천 산책로를 따라 출근하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발놀림...

하지만, 마음은 더 가벼웠습니다.
눈에 띈 작은 나무 한 그루를 카메라에 담았을 뿐이지만, 허겁지겁 피사체를 찾아 다니던 그런 조급함이 없어서 더 좋았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많은 사진을 찍는 것만이 진정한 사진생활일까요?
이제부터는 조금 더 즐겨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한 출사가 아니라 인생을 즐기기 위한 출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사진을 찍으면 좋겠지만, 졸작이면 어떻습니까?
카메라를 들었기에, 관심을 가지고 무언가를 보았고, 거기에서 무언가를 느껴 셔터를 눌렀다면 그 결과가 명작이든 졸작이든(대부분은 졸작이겠지만...) 관계없이 나의 인생은 조금 더 풍요로워진 것이 아니겠습니까?

더불어 그 사진을 다른 누군가가 좋아하여 준다면 그것은 제 인생에 덤으로 주어지는 상 같은 것이겠고요...

아마도 그것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진을 찍는 목적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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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사진을 찍는 것 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 여겨집니다.
가끔은 찍은 필름을 현상하지 않고 묶히기도 합니다. 그저 지나치는 사소한 것들을 사진에 담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것이지요.
어떻게 나왔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현상해보고 참담해지는 것보다 상상으로 즐기는 것이 더 좋은
초보 사진가의 궁색한 사진 생활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김기현님의 댓글

김기현

저도 몇 년전 비슷한 경험이 있었고 깨우침이 있었습니다.

사진기를 들고 파인더를 통해서 보는 것은 즐기는 참다운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천천히 내 삶의 과정에서 문득 일기장에 인상적인 느낌이나 사건하나 기록하듯,

그렇게 남기는 사진들이 유일한 나의 사진이라는 것을...

되도 않을 그림 흉내 내면서 무언가 남과 다른 이미지에 집착하는 것은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거쳐가야할 일정한 과정일지언정, 그곳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참다운 사진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저역시 한 30년 넘게 사진기를 주무르다 보니 그런 깨우침이 생기더군요.

..

정경종님의 댓글

정경종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인생의 추억을 한장에 사진에 담고 싶습니다.

이용훈님의 댓글

이용훈

내가 좋아 하는것, 취미를 갖고 여가를 즐긴다는 것 그것이 좋은 것입니다.
저도 좋은 사진 찍어봐야 겠다 보다는 즐기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카메라 메고 다니다, 찍고싶으면 샷~ 한번합니다.

박종만님의 댓글

박종만

카메라를 소유한것만으로도 만족하기로 하였고
파인더를 바라보면 셨터를 누를까 말까 하는 고민을 즐기기로 하였습니다
좋은 컷이 나와주면 금상첨화지만 아니면
다음을 기대합니다..

김형배님의 댓글

김형배

사진에 집착하기도 하였고,
고민도 사실 많았었지만,

지금은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찍게되는 사진이
저는 좋습니다..

제게는,
사진이 삶의 윤택함을 더해주는 도구로서의 역할에
충실해 지나봅니다..

오정훈님의 댓글

오정훈

지인중에 예순아옵된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젏었을때 싸이컬 선수였음니다
얼마전에 같이 운동하면서
' 동생 나하고 운동하면서 사진 좀 찍어주지 남겨놓을 만한 사진이 없어'
라고 하셨어 대답은 했음니다
한 30년 사진기를 가지고만 있다가 이제시간이 좀 여유있어 만지고 공부하고 있는데
항상 초보자는 상당한 부담이 되어 요즘 책만보고 있음니다
좋은 글 잘 읽었음니다

박경복님의 댓글

박경복

편안하고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전 어제 근 20년만에 군산에 갔었습니다. 회의가 있어 함께 간 많은 동료들과 헤어져 혼자 남았었죠.
오랫만에 찾은 도시이기도 하지만, 군산의 한 모퉁이라도 촬영하고 싶어 남았는데... 라클의 김영하 회원님이 생각나서 전화 드렸더니 어찌나 살갑게 대해 주시는지 지금까지도 그 사랑의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습니다.
바디에 이미 촬영이 끝난 필름을 빼지 않고서 연신 찍어대기만 하여 수 많은 컷들이 허공으로 날아 갔습니다. 하지만, 모처럼 좋은 시간을 김영하님의 배려로 가질 수 있어 전혀 서운함이 없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광주에 내려오면서 차창 밖을 내다보며 인생, 사역, 사진, 가족 등 많은 생각에 잠기면서 행복을 느꼈습니다.
가끔은 장선생님 말씀처럼 사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잠시나마 여유로움으로 자연과 삶과 사물을 바라본다면, 더 즐겁고 행복한 삶(사진생활)이 될 것입니다.

좋은 글을 올려 주신 장선생님께 감사를 드리오며, 아울러 군산의 멋지신 김영하 회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이문수80님의 댓글

이문수80

공감이 가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사진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이 생활이 된지 너무 오래되어 버렸습니다.
이번주에 찍은 필름을 세어보니 10통이군요^
주말에 부지런히 현상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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