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토그래퍼와 그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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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이재유
- 작성일 : 08-05-0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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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아주 나이가 많으신 할아버지가 살고 계시구요. 그분은 제 얼굴을 누군가와 항상 헛깔리십니다. 어쩔때는 데이빗이 되었다가 어쩔때는 제이슨이 되었다가... 뭐 저야 단순히 이분의 오래된 TV나 고쳐주는 아랫집꼬마일 뿐이니까요...
LA근처에서 태어나셨던 이분은 어릴때 부모님이 동시에 사고로 모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이 아이는 카톨릭 기관같은데 맡겨졌구요. 아마 거기서 신부에게 성적으로 착취당한거 같습니다. 그러다가 또다른 귀여운 아이가 들어오자 항상 그렇듯 그 신부에게서 버려져서... 다시 보통아이로 돌아갔구요.
그후 사회에 나가서 포토그래퍼로 성공하게 거두게 되었습니다. 젊지만 당대에 가장 유명한 부자들과 영화배우 가수들의 포트레잇과 패션화보에서 거의 독보적인 사진작가가 되었구요. 결혼도 하시고 한 아이에 아버지가 됩니다. 유아시절의 경험때문이었을까요. 결혼생활은 원만하지 못해구요.
끝내 이분은 모든것을 버리고 남자친구와 뉴욕으로 도망하게 됩니다.
70년대가 되어서는 포토그래퍼보다도 사회운동가, 반전운동의 리더로서 더 유명해 지시게 됩니다. (지금도 매년 평화 포럼같은게 크게 열리구요. 오시는 분들 모두 이분을 엄청나게 떠받드시더라구요.) 이분한테는 잘생긴 애인이 있었는데요. 제 룸메이트말이 건장하고 정말 잘생겼고 매너도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사진보다는 사회운동에 더 열심히 이시던 시절 금전적으로 이분의 도움을 많이 받으셨던거 같아요. 그런데 이분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네요. 그후 오랜동안 혼자서 사셨구요. 이분이 뭘했는지는 잘 모릅니다만... 오랜기간 어려운 생활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후의 이분의 작품들이 서적으로 재발간 되고 미공개 작품들이 담긴 사지집이 발간되면서 다시 큰! 주목을 받게 되구요.
얼마전 이분이 옛 가족과 화해하셨다는 이야기를 룸메이트에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그분과 아들이 같이 걸어나오고 저에게 자기 아들이라고 환하게 소개시켜주더군요.
제앞에 서 계신 두분께 제손에 들려있던 M2를 "원래 주인과 그의 아들에게" 사용해야할지 그순간 확신이 안서더라구요. 두분의 관계가 과연 원만할까?뒤늦게 집밖을 나와서 한블럭을 걸어가서야 아직도 서먹서먹해 보이는 유명한 포토그래퍼와 그의 아들 사진을 담았습니다.
아마 다음주정도면 수리를 맞겨놓은 저의 M3가 돌아올거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저는 이분의 사진과 다른 재산들을 관리하주는 재단과 박물관에 지금 사용하고 있는 M2를 곧 돌려드려야합니다.
댓글목록
장욱님의 댓글

사진 참 잘 나왔습니다.
그런데 혹시 성함은 모르세요?
강웅천님의 댓글

헉, 그 멋진 M2 바디의 주인이시군요 ^ ^
그덕에 제 M4바디에 전기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여져서 변신을 했는데,
그렇다고 멋져지지는 않더군요.
대단한 작가 정신이 깃들여지고 손때가 묻어야만 되나 봅니다.
순탄하지 않은 삶이지만 그 굴곡이 사람을 다듬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나 싶습니다.
돌려 드려야 한다니 아쉽지만 그 M2도 이재유님 손에서 한동안 머물며 현역으로 활동했으니
M2입장에선 호사를 누린 셈이군요 ^ ^
다이안 아버스가 살았던 아파트에서 이분, 그리고 또 몇분의 사진작가들과 함께 살고 계시는 분이 부럽습니다.
이재유님의 댓글

제가 적은 글이 혹시라도 폐가 될까바서라도 이름은 안밝힐래요... 일종의 "야사"인데.. 요즈음 저분의 후원자들이 저분의 사후를 위해서 작은 기념관같은걸 준비하나 보더라구요.. 아직 건강하시더만....
손현님의 댓글

스토리가 있는 사진이라 더욱 좋습니다.
저 분의 작품도 함께 궁금해지네요...
오. M2 바디의 주인이셨군요.
그나저나 그 M2의 포스는 정말 다다다 였는데...ㅎㅎ
김기현님의 댓글

사람의 삶은 결국 노년에
좀 더 적나라하게는 죽음에 가까워져서야 매듭이 지어지는것 같습니다.
알면서도 조금씩 조금씩 미래로 연기해두는 일들이 많죠.
갖고 계신 m2에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김찬님의 댓글

더욱 궁금해지게 만드는군요...
그분의 사진들이 저도 점점 궁금해져 갑니다...
lee ju yeon님의 댓글

각각 사는것이 다르다.
그러나 결국은 똑같다.
라는 것을 또 한번 느낍니다.
박영주님의 댓글

다리가 불편하신가요?
글쎄, 두 분의 모습이 친구같아 보이네요..
늘 리얼 스토리 참 좋아요.^^
이주은님의 댓글

들려주신 이야기가 참.... 좋네요.
더더욱이.. 곁에 있는 분의 이야기라니...
정웅태님의 댓글

잔잔한 이야기에 좋은 사진까지....
감사합니다.
김형배님의 댓글

마치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하나 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
글을 찬찬히 잘 쓰셨군요..
좋은 글과 멋진 사진..
잘 보고 갑니다..
김재호S님의 댓글

할아버지의 인생도 참 멋있지만, 늘 재유님의 글을 읽고 나면서 느끼는 것은, 글을 참 구수하게 그리고
뉴요커답게(^^) 쓰시는군요. 일면 서식도 없지만 참 매력있는 분 같네요
미국에 2-3번 늘 샌프랜시스코와 LA만 가게 되었는데 금년에 큰 맘 먹고 뉴욕에 가볼 계획이 있습니다.
늘 비행기 타고 오기만 하라고 , 뉴욕에서 20년넘게 이민 생활을 하고 있는국민학교 단짝이었던 동창놈이 하나있는데 가게되면 한번 뵙고 싶네요^^
재유님의 운동화와 카메라를 보러....
이재유님의 댓글

원 작성회원 : 김평원
할아버지의 인생도 참 멋있지만, 늘 재유님의 글을 읽고 나면서 느끼는 것은, 글을 참 구수하게 그리고
뉴요커답게(^^) 쓰시는군요. 일면 서식도 없지만 참 매력있는 분 같네요 미국에 2-3번 늘 샌프랜시스코와 LA만 가게 되었는데 금년에 큰 맘 먹고 뉴욕에 가볼 계획이 있습니다. 늘 비행기 타고 오기만 하라고 , 뉴욕에서 20년넘게 이민 생활을 하고 있는국민학교 단짝이었던 동창놈이 하나있는데 가게되면 한번 뵙고 싶네요^^ 재유님의 운동화와 카메라를 보러.... |
뉴욕에 오시기 전에 연락 주십시오..
뉴욕에 계신분들과 함께 자리라도 한번 마련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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