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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늙은 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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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한 성민
  • 작성일 : 11-07-01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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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비와 관련된 시를 한편 읽었는데요.
너무 좋아서 카페에도 남겨보았습니다.




늙은 비의 노래

나이 들면 사는 게 쉬워지는 줄 알았는데
찬비 내리는 낮은 하늘이 나를 적시고
한기에 떠는 나뭇잎 되어 나를 흔드네.

여기가 희미한 지평의 어디쯤일까.
사선으로 내리는 비 사방의 시야를 막고
헐벗고 젖은 속세에 말 두 마리 서서
열리지 않는 입 맞춘 채 함께 잠들려 하네.

눈치 빠른 새들은 몇 시쯤 기절에서 깨어나
시간이 지나가버린 곳으로 날아갈 것인가.
내일도 모레도 없고 늙은 비의 어개만 보이네.

세월이 화살되어 지나갈 때 물었어야지.
빗속에 혼자 남은 내 절망이 힘들어할 때
두꺼운 밤은 내 풋잠을 진정시켜 주었고
나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편안해졌다.

나중에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안개가 된 늙은 비가 두드려주었지만
아, 오늘 다시 우리 가슴을 설레게 하는
빗속에 섞여 내리는 당신의 지극한 눈빛


[출처] 마종기- 늙은 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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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노현석님의 댓글

노현석

읽고나니 저대신 비가 늙어 버릴 듯......
잘 보았습니다. 감상과 낭만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치열한 지난 삶의 비네요.

김승현님의 댓글

김승현

마종기 시인좋아합니다. 정서적으로 통하는듯하여...
<평균율 동인>의 시인들 모두좋지요...감사히 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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