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 나태...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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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박유영
- 작성일 : 08-03-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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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마 선생이 쓴 '동의수세보원'은 의학서인 동시에 처세와 치세의 철학서이다. 선생에 따르면 만병은
게으름에서 온다. 나태해지려는 마음을 극복해야만 건강해지고 뛰어난 업적을 남길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그가 얘기하는 '게으르다'는 뜻은 통념과 다르다. 그는 타고난 본성에 안주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이를테면 천성이 넓게 보면서 매사를 신중하게 잘 조율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은 자칫하면 엉덩이가 천
근 만근 무거워지기 십상이다. 통상적인 의미에서 게을러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와는 반대로 높은 데
서 멀리 보는게 장기인 이들이 있는데 이런 이들은 누구보다도 바쁘고 일을 많이 하는 것처럼 비친다. 그러
나 이 제마 선생이 보기에 이들은 엉덩이가 가벼워지면 놀고 먹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본인이 편한 대로만 치달으면 절대로 건강하게도 또한 세상에 이롭게도 살기 힘들다는 것이 이 제마 사상
의학의 요체이다."
(<시사IN> 2008. 3. 1일호 "편집국장의 편지" 中 글쓴이 문 정우)
좋게 말하면 주관일까요? 개성이라고도 하고 정체성이라고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지나치니 문제고 어떤
사람은 부족하다고 손가락질 당합니다. 오랜 시간 그것이 무엇인지 의식조차 없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이는 남들이 규정해 주는 대로 자신을 끼워 맞추기도 합니다. 나아가 자신을 어떤 틀로 규정하고 거기서
재단하고 평가하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사진도 세상사는 일의 일부이니 사진 찍는 일인들 이치에서 얼마나 벗어나겠습니까? 내 사진은 어떤 사진
일까요? 남들의 평가에 지나치게 귀 기울이거나 반대로 귀를 틀어 막지는 않았나요. 어떤 범주의 사진만
보고 다른 사진들은 외면하지 않았나요? 내가 생각하는 사진이란 똥고집의 城을 쌓고 요란한 깃발들을 내
걸지는 않았나요? 어떤 부분만 잘라서 보여주고 게다가 덧칠하고 깍아 예쁘게 성형해서 다른 이들의 눈을
끌지는 않았나요? 사실은 그게 내 사진이 아니었나요?
본성에 갇히는 일이 위험한 일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본성을 꾸미고 그 본성으로 다른 사람들을 현혹하
는 일은 치명적인 함정이겠지요. 오늘 새벽 잠에서 깨고 그간 나의 사진들을 보며 생각합니다. 날개가 녹아
깃털이 빠지고 궁극에는 추락할 운명이라 할지라도 무모한 비상을 다시 꿈꿉니다. 이 아침에...
게으름에서 온다. 나태해지려는 마음을 극복해야만 건강해지고 뛰어난 업적을 남길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그가 얘기하는 '게으르다'는 뜻은 통념과 다르다. 그는 타고난 본성에 안주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이를테면 천성이 넓게 보면서 매사를 신중하게 잘 조율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은 자칫하면 엉덩이가 천
근 만근 무거워지기 십상이다. 통상적인 의미에서 게을러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와는 반대로 높은 데
서 멀리 보는게 장기인 이들이 있는데 이런 이들은 누구보다도 바쁘고 일을 많이 하는 것처럼 비친다. 그러
나 이 제마 선생이 보기에 이들은 엉덩이가 가벼워지면 놀고 먹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본인이 편한 대로만 치달으면 절대로 건강하게도 또한 세상에 이롭게도 살기 힘들다는 것이 이 제마 사상
의학의 요체이다."
(<시사IN> 2008. 3. 1일호 "편집국장의 편지" 中 글쓴이 문 정우)
좋게 말하면 주관일까요? 개성이라고도 하고 정체성이라고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지나치니 문제고 어떤
사람은 부족하다고 손가락질 당합니다. 오랜 시간 그것이 무엇인지 의식조차 없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이는 남들이 규정해 주는 대로 자신을 끼워 맞추기도 합니다. 나아가 자신을 어떤 틀로 규정하고 거기서
재단하고 평가하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사진도 세상사는 일의 일부이니 사진 찍는 일인들 이치에서 얼마나 벗어나겠습니까? 내 사진은 어떤 사진
일까요? 남들의 평가에 지나치게 귀 기울이거나 반대로 귀를 틀어 막지는 않았나요. 어떤 범주의 사진만
보고 다른 사진들은 외면하지 않았나요? 내가 생각하는 사진이란 똥고집의 城을 쌓고 요란한 깃발들을 내
걸지는 않았나요? 어떤 부분만 잘라서 보여주고 게다가 덧칠하고 깍아 예쁘게 성형해서 다른 이들의 눈을
끌지는 않았나요? 사실은 그게 내 사진이 아니었나요?
본성에 갇히는 일이 위험한 일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본성을 꾸미고 그 본성으로 다른 사람들을 현혹하
는 일은 치명적인 함정이겠지요. 오늘 새벽 잠에서 깨고 그간 나의 사진들을 보며 생각합니다. 날개가 녹아
깃털이 빠지고 궁극에는 추락할 운명이라 할지라도 무모한 비상을 다시 꿈꿉니다. 이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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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정태님의 댓글

제 자신을 돌아 보게 하는 좋은 글입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