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어진 시간... 그리고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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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김대석
- 작성일 : 08-02-1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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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모여서 저녁도 먹고 살아가는 이야기, 빙고게임, 젱가 등으로 모처럼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그리고 와인잔을 기울이며 형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형 : 요즘 사진 좀 찍으러 다니니? (내 하는 일에 별 관심이 없는 형님이 그냥 툭 하고 물어본다...)
나 : 시간 나는대로 찍고 있어요...
형 : 너 그 옛날 썼던 브로니카 기억나니?
나 : 알죠... 제가 한 몇개월 빌려서 쓴 적도 있잖아요...
형 : 너 그거 갖다 써라... (와 인심 좋다...ㅋㅋㅋ... 사실 형은 사진도 잘 안 찍으면셔 몇대의 카메라가 있다...)
나 : 그러죠 뭐~ (내심 요즘 중판을 만지며 하나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던 차에 자~알 됐다...)
형님에게 받아 든 장롱표 젠자 브로니카 GS-1.... 참 좋은 카메라인데... 일본에서도 그 매니아층이 형성되어
꾸준한 인기가 있었던 카메라인데....결국 타 회사에 인수되었다가 지금은 모든 제품의 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 각설하고...
필름실 뚜껑을 열었다... 아니 그런데 이게 뭐야? 필름스풀에 촬영된 벨비아(RVP50)이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나 : 형 이거 무슨필름예요?
형 : 난 모르지 니가 빌려가서 썼던 것이 마지막 이니 니가 찍은 필름 아니겠니???
나 : 글쎄 내가 마지막으로 써 본게 언제지???
그리고 일주일 뒤... 현상을 해 보았다... 거기에는 1991년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17년 전 일본에서
생활할 때의 校庭과 학교 주변...그리고 연구실에서 진행했던 설계 프로젝트의 도면 등이....
색은 보라색으로 변하고 화상도 뿌옇게 보였지만.... 거기에는 멈추어진 시간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기억해 보니 잠시 귀국했을 때 형님에게 빌려서 일본으로 몇개월 가져갔었던 기억이...
저 길거리 모퉁이에 있던 카레 식당이 정말 맛있었는데...
사진 위부터...
-설계 프로젝트 도면...(고속도로를 건너는 보도교 경관 디자인...)
-학교 앞 교차로 (교토시 사쿄우구 햐쿠만벤 교차로...)
-공학부 건물...(코르뷰지에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일본 건축가의 설계...)
-학교 본관 (아마도 1920년대에 세워진 건물...)
댓글목록
김영모님의 댓글

와...형님께서 멋진 선물을 안겨주셨군요.
혹시 눈물 흘리지 않으셨어요?....^^*
강정태님의 댓글

부러버요~!
자랑하시는 거지요?
전에 저도 그 젠자브로니카를 살까 무척 망설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암튼 좋은 카메라 한대 무상으로 분양(?)받으신 것 축하드립니다만 샘납니다.^^
이용규님의 댓글

가끔.... 포도주처럼 필름도 묵혔다가 한참 뒤에 현상하여 옛기억을 되살려보는 것도 참 재미겠다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잘 봤습니다. 예전에 김종언님의 잠상퇴행(?)이라는 게시글이 생각납니다..
JK이종구님의 댓글

타임켑슐을 발견하셨군요.
감회가 정말 남다르실것 같습니다.
미래를 위하여 지금의 필름들도 김장독에 묻으세욧!
홍건영님의 댓글

롤플의 대가께서 뭔 일로 핫세루도 사시고 브로니카도 사셨는지 궁금했는데
브로니카는 공짜로 얻으신거였군요 ^^
감축드립니다 ㅎㅎ
나중에 만져봐도 되죠? ㅋ
박 강 민님의 댓글

1991
빈티지 와인을 따셨군요..
감회가 새로우시겠습니다..
빈티지급 사진.. 예술입니다. ^^
정승진님의 댓글

'단란'하고 잔잔한 이야기...^^
살려 쓰세요.
감사합니다.
김용준님의 댓글

선배님 사진 성향이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네요?^^ㅋㅋㅋㅋ
지난 시간에 대한 많은 추억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최성호님의 댓글

가슴 뭉클 하군요...
잊고있던, 사진 본연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한편, 예전에 김종언님께서 쓰셨던 " 潛像... " 글도 생각납니다.
해외에서 구입한 카메라에 들어있던 몇십년 된 필름 얘기...
박유영님의 댓글

가슴이 정말 뭉클하셨겠습니다. 대학시절 보던 책에서 지금은 희미해져버린 친구의
낯익은 글씨체를 대했을 때처럼, 이제는 재생불가능한 카세트테잎 케이스에 나만 알
수 있는 암호 비슷한 글씨로 쓰여있는 사연처럼, 신발장 구석에 초라한 모습으로 쪼
그라져있는 군대시절 전투화처럼...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것들에 대한...
悔恨처럼...
이효성님의 댓글

가슴 흐믓한 글 잘 읽었습니다.
사진의 독특한 예술성도 좋지만 이런 기록의 매체로서의 가치가 입증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은 사진이라는 것이 미래 시점에서의 과거를 기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는 매체 예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좋은 카메라 ㅃㅃ도 받지만,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과거의 한 삶을 다시금 돌아 보게하는
그런 생생한 기억의 편린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형님이 무척 고마우시겠습니다.
귀한 사진 잘 보존하시고 가까이 두시어 종종 지난 삶들을 돌아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조현갑님의 댓글

한동안 깊은 상념에 잠겼으리라 봄니다.........
형님, 카메라, 17년 숙성된 필림 모두가
보물스럽군요......축하 합니다!
양동혁님의 댓글

와...훈훈한 마음 안고 돌아갑니다.
lee ju yeon님의 댓글

17년전의 소중한 기억들이 이리 그대로 있어주었다니
가슴이 많이 따땃해지셨을 거라 짐작합니다.
박재용스님의 댓글

17년을 기다려준 필름도 대단합니다.
제마음이 뭉클해지네요
이성욱M님의 댓글

아침에 와서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곽성해님의 댓글

아마도 그 필름은 17년 후에 현상해 보도록 예약되어 있었던건 아닐지...
아마도 본인이 담으신 그 어떤 사진보다도 소중할 거 같네요...
너무도 부럽고 가슴 찡한 내용입니다
정인모님의 댓글

정말 멋진 선물을 받으셨네요. 타임캡슐이군요.^^
그렇게 오래된 필름도 현상이 되는군요.
정지원/escafile님의 댓글

문득 잊어버린 시간을 되찾았을 때 그 감회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겁니다. 사진은 묵혀두었던 옛 와인을 먹는것처럼 그 느낌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달콤하고 맛이 강하지요 ^^
사진 좋습니다 ^^
이선희2님의 댓글
제게도 이런 추억이 있었습니다. 좋은 글이고 감회가 다시 드네요. 그런데 이런 멋진 카메라를 무상으로 넘겨주는 친인척은 아직 없습니다.ㅠ_ㅠ 우리 아부지는 왜 장롱 속에 카메라 한 대 꼬나박아두지 않으셨을꼬...
그렇지만 먹고 살기 어려운 집들 대부분이 그랬으리라 생각합니다. ~
선평원님의 댓글

덤으로 소유한 추억이라나 정말 멋집니다. 필름이 담고 있는 사진을 확인하셨을 때의 표정이 그려집니다. 정말 뿌듯하셨겠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