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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못할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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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훈태
  • 작성일 : 08-02-13 17:36

본문

오늘 막내동생의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의아니게 조금 늦게 학교로 가게되었죠.
그 많았을 꽃장사 하시는 분들은 거의 떠나고 시들시들한 꽃만 버티고 있기에, 어쩔수없이 그것들고 교실로 찾아갔습니다.

교실을 가득채운 학부모님들 그리고 학생들 (하지만 빈자리도 몇 보였습니다.) 칠판앞에서 환하게 웃던 선생님.
빈자리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보던 졸업하는 교실의 분위기였습니다.

선생님이 마지막 한마디 하신다고 하며 졸업 후 고등학교에 가서도 열심히하고 더 좋은일이 많기를 바란다는 좋은 말씀을 설명으로 하시더군요.

하지만
아이들은 정말 아무도, 단 한명도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거나, 말을 듣는 학생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단 한명도,..
졸업앨범을 보며 친구들도 떠들고 있는 학생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학생, 문자를 보내고 있는 학생, 사진을 찍는 학생.


그리고 이어지는 결정타.

선생님 : "고등학교에 가서도 열심히 하고, 마지막으로 선생님과 사진찍을 학생들 지금 앞으로 나와요. 함께 사진찍자."
학부모 : (선생님은 안들렸을..) '누가 사진 찍겠어'
학생들 : 여전히 졸업앨범을 보며 떠들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문자를 보내고 사진을 찍는다.
선생님 : 언제나 그랬었는 듯, 정말 자연스럽게 웃으며 한마디, "자 , 그럼 실장이 인사하고 마치자."
실 장 : "차렷, 경례"
학생들 : 안녕히 그리고 다음은 흐릿하게 "안녕히 계...."
학생들 : 우르르~~ 몰려나가고, 교실안과 밖에서 친구들끼리 사진을 찍는다. (칠판 앞에서 선생님은 그냥 웃고만 있다. 전혀 쓸쓸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교실에서의 마지막 졸업은 끝났습니다.


뒤늦게 입수한 정보에는 담임 선생님이 인기가 정말 없었고 좋아하는 학생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한 학생이 그러더군요.
졸업식때 담임 선생님과 좋던 싫던 사진을 찍었던 제가 졸업할 당시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게 나쁘다고는 보이지 않았지만, 선생님의 마지막 말씀할때의 학생 태도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모습에 선생님이 당황한 모습이 아닌 너무나 자연스러웠기에 더욱더 놀랐습니다.


신선한 졸업식이 끝나고

동생의 모습을 담아주었습니다.
사진 찍는 것을 워낙 좋아하지 않는 동생이라서 제가 렌즈 줌을 하면 입또한 뿌욱~하며 나오더군요. 눈도 작아지고 ^^;

꽃 또한 친구들 꽃과는 비교되게 시들시들한 꽃.

저의 중학교 졸업식이 생각나더군요.
가족들이 졸업식이 다 끝나고 오셔서 운동장에서 만나, 꽃이 없어서 친구 꽃을 빌려서 함께 사진을 찍었기에 더욱더 기억에 남는 졸업식.
간혹 그 사진을 보면 '이 꽃 누구꽃이였는데! 하며 웃는답니다.'

졸업식에 가면 많은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을 담는 사람, 바라보며 웃는 사람, 요즘은 모든 집이 디카가 하나쯤은 있기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중형 카메라를 가지고 나오시는 출장 사진사 아저씨.
밀가루, 달걀 그리고 추위속의 아름다운 꽃과 학생들의 밝은 모습.
정말 졸업식 만큼은 그 후의 입시문제나 진학문제를 잊고 웃는 시간 같습니다.

오늘 갔었던 막내동생의 졸업식에는
선생님은 없고 학생과 학부모님만 있던 저에게는 새로운 졸업식이였습니다
추천 0

댓글목록

홍건영님의 댓글

홍건영

언제부턴가
학교는 수업시간에 대놓고 엎드려 자는 곳이고 학교 선생님이 매를 들면 휴대폰 꺼내서 112에 신고하지만
학원은 꼭 가야 하는 곳이고 학원 선생님이 때리면 아무 불평없이 맞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 담임선생님이 아무도 사진을 찍자고 하지 않아도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니
아마도 본인도 "아무도 안나오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나봅니다
일말의 자존심도 없나요?
학교가 자신의 직장인데 그런 직장생활을 어떻게 계속할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몇 줄의 글로 그 선생님을 예단해서는 안되겠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교육문제가 교사쪽에 더 큰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하던 차에 이런 글을 보니 씁쓸해집니다

김병인님의 댓글

김병인

할 말은 많습니다만 몇줄의 글로 어찌 성토하겠습니까...
"내탓이오"라고 생각하며 부끄러워 합니다.

박은원님의 댓글

박은원

우리나라 교육이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참으로 개탄 스럽네요.
교육자로서의 자긍심 제자들의 존경심.

인성 교육이 없으니.

장욱님의 댓글

장욱

누구 탓이겠습니까?
아이들을 잘못 가르친, 저를 포함한, 선생들 잘못 아니겠습니까.

저희 선생들을 대신 꾸짖어 주세요.

lee ju yeon님의 댓글

lee ju yeon

총체적 난관입니다.
갈수록 학교는 삭막해지고
선생님의 위치는 스스로 또는 어쩔 수 없이 자꾸만 뒤로 물러나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지만 너무 복잡한 문제이기에
어디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모를 일입니다.

김서천님의 댓글

김서천

요즘의 졸업식 풍속도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몇 년 전에 제가 아는 동생의 대학 졸업식 때 가서 m6 / 35 summicron에 후지 오토오토200을 넣어서 교정 여기 저기를 다니며 사진을 몇 장 찍어주었죠.
그 때 후지FDI에서 5x7로 인화 했었는데 너무 잘 나와서 감탄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지금 그 사진을 다시 본다면 그 때의 감동 만큼은 아니겠지요.
어쨌든 묵은 것과 새 것이 바뀌는 싯점에서 많은 에피소드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박주연님의 댓글

박주연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들...
아직도 순수하고 희망 가득하답니다...
예외도 있겠지만요...^^;

김기환★님의 댓글

김기환★

정말 씁쓸합니다!
저또한 선생님의 말을 잘 듣는 학생은 아니였지만..
맞기도 전교에서 손가락안에 들정도로 많이 맞았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스승님들이 계시고 보고싶은은사님들도 계신데..
언제부턴가 학원이 우선이 되는 교육실정이 썩 맘에 들지는 않는군요..

송우정님의 댓글

송우정

참 안타까운 모습이었네요.

그래도 기환님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이재유님의 댓글

이재유

예전에 어떤 교육학과에 교수님이 신문에 쓰신글이 생각납니다. 대학원생을 뽑는 인터뷰에서 정말 "저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요...그래서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지망생이 없더래요... 그런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가르치는 학교.....

고3이 되면 갈수있는 대학을 커트라인에 맞춰서 선택해야하잖아요... 그때 서울대 농대를 가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농사에 관심도 없던 8학군에 살던 친구들이었겠죠.
포르투갈이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고 가던 포르투갈어학과에 가던 친구들........ 우리는 그렇게 자라왔습니다..

제가 필라델피아에 살던 시절 유난히도 주변에 선생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왜 그찌질한 공립학교 봉급받으면서 선생님을 할까? 대답은 당연합니다 가르치는게 좋으니까요. 아이들이 좋으니까요.. 한친구는 필라델피아에 악명높은 지역의 학교에서 물리학을 가르칩니다. 물론 아이들 뒷치닥거리하기 바쁘고 상황도 열악 하지만 자기는 그게 더 좋답니다. 정말 사람만드는 재미에 선생하는 친구들이죠..

요즈음 아이들은 정말 똑똑합니다. 우리보다 훨씬 똑똑할지도 모르죠. 그들은 압니다 선생님이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신이 사랑하는 선생님이라면 그들은 따릅니다. 그들이 무시하는 선생님이라시라면... 그런대접을 받는것도 당연하고 하나도 이상할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한일에 우리가 이상하게 생각하는게 이상한것일지도 있죠.......

박 강 민님의 댓글

박 강 민

위 이재유님의 말씀에 많은 공감을 합니다...

공 명님의 댓글

공 명

몇 년 후엔 'bye~~~' 하며 나가겠군요...

하효명님의 댓글

하효명

평생 교직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댓글을 달수도 안 달수도 없는 힘든 글이 올랐네요.

우선 죄송하고 부끄럽고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작금의 학교 상황은 첫째가 그리고 대부분이 학교 책임이지만
한국에 사는 사람 중에 이 일로부터 자유로운 분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한국은 하류층 자제로 태어나서 당대에 상류층이 될 수 있는
지구상에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세대가 바뀌면 어림잡아 상류층의 절반 이상이 바뀌는 계급 이동이 극심한 나라입니다.
요즈음 계급 이동이 둔해졌다, 또는 개천에서 용 나기가 불가능해졌다들 하시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는 아직 수월한 편입니다.

이런 와중에 계층 유지 내지는 상승 수단 중에 첫째로 꼽히는 것이 공부 잘 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청소년은 실력이 있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남보다 나아야 하는,
남을 물리치고 내가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실력 만능 주의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는 가정부로 취직하는 데도 추천서가 있어야 한다는데
한국에서는 오로지 시험에만 붙으면 판검사 척척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그 사람이 학창 시절에 교사에게 대들었거나 교수에게 언어폭력을 휘둘렀다는 등은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그리고 국민들이 기득권층의 추천서를 믿지 못해서
이런 방법을 선호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급학교에서 교장에게 눈을 부라리면서 대든 학생도 상급학교 입학시험에서 1등만 하면
그 사실만으로 장학금을 주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한국에서 이 학생에게 하급학교장의 추천서를 받아 오라는 상급학교는 아직 제가 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사회의 상황에서 학교더러 입시 준비에서 손을 떼라면
그 이후의 상황은 불을 보듯이 뻔한 일이 되겠지요.

사회가 평등하면 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고
경쟁이 심해지면 청소년은 더 고달파질 수밖에 없겠지요.
평등과 경쟁은 늘 붙어 다니니까요.

평등도 하고 경쟁도 없고,
이것은 마치 착하고 부자되기를 바라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거듭 작금의 학교 상황에 책임을 통감합니다.
죄송합니다.

김재범^^님의 댓글

김재범^^

제 개인적인 생각을 올려볼까 합니다.

저는, 제 개인적으로는, 학교의 선생님들보다도,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학부모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된 데에는, 돈이 전부이고, 물질이 전부
이며, 경쟁만이 전부인 이 사회가 한 몫을 합니다. 하지만, 우선, 집에서부터 내자식
오냐오냐만 하고, 이중적인 잣대로 아이들을 평가하며, 내 자식을 위해서라면 도덕
적으로 부적절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부모들의 태도, 그리고, 남을 비하하며 그들
보다 우월하다고 착각하거나, 우월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부모들의 심리가 아이들을
비뚤어지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며, 학교는 지식을 주입시키는 곳이 아닙니다. 제가
주변을 보면, 놀이방이다, 유치원이다, 학교다 하는 곳들이 아이들을 위해서라기 보
다는 부모의 현실적인 이유나 부모가 자기 편하려고 아이들을 격리시키는 곳으로밖
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도 힘들게 맞벌이 하는 부모의 아이들을 같이 놀지 말
라고 선을 그으며,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로 사람이 아닌 물질을 선택하는 자세가 이
사회를 공멸의 길로 보내는 것 같습니다.

학교 다니던 시절, 물론 상식 이하, 수준 이하의 선생님도 있었습니다만, 대부분 인격
적이었고,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었습니다. 제가 멍청해서 그랬는지는 모릅니다만, 제
세대에도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웠던 지역의 졸업식은 이훈태님의 글과 큰 차이가 없었
다고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감정이 많이 들어가서 논란의 여지가 많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고 느끼는 바는, 요즘 아이들이 더 똑똑하다고 생각도 되지 않을 뿐더러, 예전보다
더욱 타락하였다는 생각만이 들 뿐입니다. 사람들이 요새 아이들이 똑똑하다고 착각을
하는 이유는 아는 것이 많다는 것이지만, 제가 그렇게 생각지 않는 이유는, 그 지식은
단순히 주입이 된 것이고, 응용력이 예전의 세대보다 부족하며, 사고가 반사적일 뿐 사려
깊지 못할 뿐 아니라, 지혜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훈태님의 댓글

이훈태

분명 존경받는 선생님도 있으시고, 그렇지 아니한 선생님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날 제가 봤던 졸업식은 그냥 선생님이 아니였나 생각해봅니다.
제가 다니던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시절에도 정말 존경하였고 언젠가는 다시 찾아뵙고 싶은 선생님이 계셨고, 바른길로 갈수있게 바로잡아주시려는 선생님들도 계셨고, 물론 좋아하지않았던 선생님도 계셨지만 때론 좋아하지 않았던 선생님이 더 생각나더군요.

입시에 실패하여 원치 않았던 대학을 다니면서 어느덧 취업때가 다가오니
정말 대학 간판이라는 것을 실감을 하게되고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는 제가 부끄럽기도 하지만, 열심히하면 길이 열리겠지 생각하며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상위권 학생들은 모두 편입준비를 하고,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되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되거나 우선 휴학을 해서 준비를 하는..
왜 휴학을 할까.. 생각했었는데, 어느덧 그것또한 고려하지 않을수 없는 현실이더군요.
서태지의 교실이데아를 듣던때가 아주 오래전인데
동생들의 모습을 보면 그 노래의 가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학부모님들의 치마바람은, 치마 쓰나미로 변하였고 아이들은 더 성숙해지고..
하지만, 정말 하기 나름인것 같습니다.
어디에서든 분명 열심히, 성실히 살고있는 그 결과, 보답이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현실의 현실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장충기님의 댓글

장충기

하효명님의 글에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는 집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의 문제가 학교, 사회로까지 연장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종찬님의 댓글

마종찬

저도 김재범님 / 장충기님 생각에 동의 합니다,,,

하나만 낳다 보니 가정에서 너무나 과보호를 해서 아이들의 인성교육이

전혀 이루어 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부모들 부터 정신 차려야 합니다,,그렇게 과 하게 기른 자식이

나중에 출가 하면 명절엔 해외 여행 다니고

치매 끼 보이면 요양원이나 길 바닦에 아무 죄 책감 없이 본인들을 버리는 날이

곳 올테니 까요,,

참으로 안타 까운 일입니다,,,

한지영님의 댓글

한지영

어린시절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식날에는 학교안가고 놀러다닌 기억이 나는군요.
덕분에 졸업앨범도 졸업장도 없습니다. 지금생각하면 선생님께도 죄송한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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