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가 되어버린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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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박동하
- 작성일 : 08-01-3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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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좋은 사진기를 소유하고 싶은 요구도 아닌, 라이카와 함께하는 가치를 공유하고 싶은 것도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과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라이카는 이런 생각을 가진 제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 카메라였습니다. 별 신통치 않은 사진들에 지쳐가면서 라이카라는 허상을 붙들려 있었습니다.
명기라고 불리는 것들. 오랜 세월 속에서 형성된 명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만 그 명성을 따라왔을뿐, 제 자신은 명기를 진정으로 다를수 있는 명인이 되기 보다는 현이 끊어진 스트라디바리우스를 가지고 있는 광대였습니다. 괜히 라이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같은 부류로 분류되기를 바라면서 같은 수준으로 인식되길 바랬습니다. 단언하건대 저에게는 라이카는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도구가 아니라 사치였습니다.
매번 행여하는 마음에 라이카를 들고나가지만 불편한 조작으로 인해 한 장을 찍기 위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라이카에 비해서 뚝딱 해치우는 똑딱이에서 만족스런 사진이 많이 나왔습니다. 매번 조작할 때마다 ‘왜 이리 불편한 거야!’ 하는 짜증이 생기는 라이카는 허영의 산물이었습니다. 조리개와 포커스는 물론 셔터스피드까지 관여해야 하는 라이카는 정말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뭐 쫌 찍으려 준비하다 보면 이내 순간의 기회를 놓쳐버리고 마는 그런 카메라. 불편하기 짝이 없고 과연 렌즈의 성능이나 카메라의 성능이 소문처럼 뛰어난 화질을 보장하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카메라. 아무리 생각해도 가격대 성능비가 한참 떨어지는 카메라. 저는 제가 사진을 잘 찍기를 바란 것이 아니라 사진기가 사진을 잘 찍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는 카메라. 사람들은 항상 라이카를 이야기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왜 항상 쓰는지? 라이카를 조금씩 써보면서 사진을 알지는 못했지만 기다림에 대해서 조금씩 알 것 같습니다. 매번 놓치는 찬스에 기다림을 배우고, 매번 어설픈 조작에 언젠가는 내 수족처럼 다룰 수 있기를 기다리고, 언젠가는 라클 회원님들처럼 멋진 사진은 아니더라도 언제 봐도 흐믓해지는 사진을 기다려 봅니다.
댓글목록
박주연님의 댓글

공감하며...마음이 아픕니다...
진지함이 결여된 마음으로 사물을 담아내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스스로 반성하고 있습니다.
김영모님의 댓글

저 스스로도 가끔..사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꼭 라이카를 쓰면서만 한 생각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니콘 dslr에 렌즈 서너개 둘러메고 다닐 때도 가끔 드는 생각이었죠.
늘상 듣고 이야기하는 거지만 똑딱이든 최신의 dslr이든 혹은 라이카든 다 쓰임세가 조금씩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거 같습니다.
박유영님의 댓글

라이카를 사용하는 일이 사치라고 한다면 사실은 사진을 찍는 일 자체가 사치라고
생각해야겠지요. '사치'라는 단어가 어떤 함의를 가지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도 하겠습니다. 문제는 사진작업이 정말 자신에게 절실한가가 우선이
겠고 그 다음은 무엇을 담을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쯤의 문제가 대상을 어
떻게 담을 것인가라고 한다면 비로소 라이카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되겠
지요. 여러 회원님들이 공감하실만한 '라이카다운 사진'이 어떤 것일지 제 자신도 아
직 궁금합니다만 라이카다운 사진이든 아니든 제가 담고 싶은 대상을 라이카로 멋드
러지게 담을 날을 오늘도 고대하며 카메라를 이 시간도 만지작 거립니다.
(꿈에서는 반할만한 이미지들을 자주 만나지만 그나마 셔터를 누르지 못해 잠을 깨고
도 한 밤에 자리에서 일어나 아쉬워하거나 어쩌다 셔터를 눌렀다고 환호해놓고 꿈이
었던 것을 통탄하면서 다시 잠을 쉬 이루지 못하면 이건 중증인 것 맞지요?^^)
송 준우님의 댓글

서로에게 길들여지는것...
그런 카메라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김병인님의 댓글

시간이 없어 사진을 못찍는 사람입니다.
저의 경우 그냥 주변의 일상을 담고 싶어 얼마전 디지털 바디와 렌즈를 샀습니다.
어쩌다 찍는 라이카의 사진과 일상을 담는 디지털 사진을 비교해보면 결국 라이카쪽이 낫다는 결론을 얻습니다.
글을 쓰신 분과는 반대의 경우이지요.
물론 그림이 되는 상황에서 저의 경우에는 디지털은 신뢰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필름 바디로 니콘을 썼을 때도 같은 느낌이었지요.
모든 분들이 저와 같지는 않을 겁니다.
조리개우선에 자동포커스, 거기에 멀티 측광기능까지 모든 기능은 디지털이 낫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라이카를 들고 촬영에 나섰을 때 실제로 셔터찬스를 놓치는 경우는 저도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어쩌다 잡은 찬스도 포커스가 안맞은 경우도 많고 심지어는 노출까지도 심하게 틀린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그런 실패한 사진까지도 저는 사랑합니다.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일까는 모든 사람의 주관에 달린 문제이겠지만, 디지털을 많이 쓰시는 분들이 모인 모임에서 보면
대부분의 회원들이 쨍하고, 콘트라스트가 강한 사진들을 좋은 사진이라고 합니다.
전핀이다, 후핀이다, 칼핀이다 하지만 그런 사진들을 보면서 감동을 얻지는 못합니다.
중요한 것은 좋은 사진이라는 것은 그곳에, 그때 내가 그곳에 있어야 얻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디지털이 되었든, 필름이 되었든 그 컷을 담아낸 사진기가 무엇이든 한 컷이 모든 것을 말하게 되는 것이지요.
제가 디지털 사진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중요한 촬영에서 선호하는 기계가 라이카이기 때문일 겁니다.
모든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지만 라이카가 사진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는 저 역시도 뼈져리게 공감합니다.
사치요?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로도 기발한 시각으로 찍어내는 젊은 분들의 새로운 시각에 늘 감탄합니다.
그런 분들에 비교해서 고가의 DSLR을 사용하면서도 늘 그렇고 그런 사진이나, 혹은 테스트 샷만 날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느쪽이 사치인지는 결국 본인에게 달린 문제라고 봅니다.
너무 스스로에게 다그치지 마시고 차근차근 사진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을 해보시는 것은 어떠실지요?
JK이종구님의 댓글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라이카를 사용하면서 많은 분들이 선생님과 같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큰돌선배님과 동해에 다녀오며 나눈 대화중에 라이카를 선택한것을 후회하느냐 라는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두사람 모두 후회없다 라는 대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공부하게되며 여러 다른 사진기로 고민하고 제 길을 찾지못해 방황하던 시절. 라이카를 손에쥐게 되었고, 이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비생산적인 쇳덩어리와 함께 하나씩 하나씩 실마리가 풀려가게 되었습니다.
라이카를 쓰게되면서 처음 배운것은 샤프니스가 날카롭고, 채도가 강하고, 콘트라스트가 강한사진이 아닌 다른 사진의 세상이 있다는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조금은 초점이 흐릿해도 느낌이 있는 사진. 손떨림이 그대로 필름에 새겨진 선명하지 않은. 하지만 현장감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사진. 심도가 깊어 아웃포커스가 없어도 입체감이 살아있는 사진. 무채색이지만 작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해주는 흑백사진 등등.
그러면서 라이카는 저에게 더 많은것을 안겨주었습니다.
라이카와 함께 사진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조금씩 찾아나갔다는 생각.
라이카와 함께한 이후로 스스로 많은 성장을 하게되었다는 생각.
라이카클럽을 알게되어 인격체인 인생의 선배님들께 배운 많은것들.
이러한 것들이 지금의 나를 살찌우고 있는것 같습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보너스같은 것들이 라이카에 있다고 믿고있습니다. ^_^;;
라이카는 애초에 생산성과 전혀 관계없이 사용하는 제품인데 라이카를 선택한 후 생산성과 효율성을 말하는것 자체가 모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이 점점더 효율의 극대화, 생산성의 극대화, 빨리빨리를 외치면 외칠수록 느긋한 라이카의 매력에 더욱더 깊이 빠져들것 같습니다.
PS : 살면서 이런 매력적인 아이콘하나를 소유하고 아끼며 산다는것. 이것 마저도 사치라면, 인생이 너무 슬프지 않을까요?
최진배님의 댓글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 드리자면.. 라이카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사진을 한장도 찍지 않았다고 해서 자괴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 입니다....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람보르기니나 페라리 같은 스포츠카 들 중 오래된 모델을 수십년씩 보존하고 있는 자동차 매니어들 중에는 그 자동차를 서킷에서 함부러 몰아대면서 그 자동차의 성능을 느낄려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라이카를 똑딱이 카메라 마냥 마구 다루어 대면서.. 마음껏 즐기는 사람도 물론 멋지지만... 행여나 다칠까 소중히 간직하면서.. 그냥 라이카를 소유하고 있는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결코 옳지 않은 행동이라 생각 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개인의 자유라는 생각 입니다.....
김영모님의 댓글

원 작성회원 : 박유영
(꿈에서는 반할만한 이미지들을 자주 만나지만 그나마 셔터를 누르지 못해 잠을 깨고
도 한 밤에 자리에서 일어나 아쉬워하거나 어쩌다 셔터를 눌렀다고 환호해놓고 꿈이 었던 것을 통탄하면서 다시 잠을 쉬 이루지 못하면 이건 중증인 것 맞지요?^^) |
선배님~ '꿈'도 참 부럽게 꾸십니다....^^*
난 어젯밤 뭐했나 생각합니다.
최_정원님의 댓글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뱀다리를 한번 더 붙이겠습니다.
저는 1년에 5~6번 필드에 나가는 수준의 골프 실력입니다.
저도 드라이버는 최신형 타이틀리스트를 씁니다.
하지만 300야드 치는 것보다 신선한 공기 마시며 걷는게 더 즐겁습니다.
카메라는 한달에 한번 쯔음 들고 나갑니다.
장비는 라이카 바디 두대에 렌즈 두개입니다.
사실 현상/인화를 하는 것보다 찍는게 더 좋습니다.
둘다 실력은 스스로 형편 없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즐겁게 필드에 나가고, 뷰파인더를 열심히 들여다 보며 생각하고 다닙니다.
좋은 장비가 저의 소유라서 즐거운 것보다 제가 좋아하는 장비들과 함께해서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그 행위 자체를 즐기기에 충분히 즐겁습니다.
함께하는 것 그자체에 저는 마음을 둡니다.
정웅태님의 댓글

그래서 저는 CM 을 또 질렀답니다. =3=3==33333
권대권님의 댓글

타이틀 리스트라는 특정브랜드의 골프클럽이 어렵지는 않다고 봅니다.골프클럽도 브랜드에 상관없이 비기너용이 있고 고수용이 있죠..흔히 고수들이 쓰는 단조채는 일반 아마추어가 사용하기 어렵습니다..스윙이 조금만 틀어지면 일반주조클럽 보다 훨씬 방향성이 안좋습니다..하지만, 단조채가 중앙스팟을 정확하게 맞췄을 때 방향성이나 거리감이나 느낌은 일반 주조클럽 보다 훨씬 뛰여나지요... 사진기도 마찬가지겠지요..아무 환경에서나 두루두루 대충 써도 잘 나오는 사진기가 있고 빛을 정확하게 관찰하고 렌즈 특성에 맞게 사용해야만 최고의 결과물을 선사하는 카메라가 있고...
김기현님의 댓글

사진기가 되었건 또는 다른 물건이건,
사치품이라는 생각이 들면 쓰지 않는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게 현명하고 정직한 사람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사치품은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게 사치스럽다고 생각되면 언제든 그 사치를 내 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박명균님의 댓글
원 작성회원 : 김기현
사진기가 되었건 또는 다른 물건이건,
사치품이라는 생각이 들면 쓰지 않는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게 현명하고 정직한 사람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사치품은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게 사치스럽다고 생각되면 언제든 그 사치를 내 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
....웬지 깊이 새겨 들어야 할 말씀 같습니다.
주익수님의 댓글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카메라는 사진을 찍기위한 도구라 생각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어떠한 사치를 떠나 사진을 찍는데있어 만족감을 줄수있는 도구에
대한 선택이 아닐가요..그리고 그도구에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자기에 마음을 담는거라 생각합니다...즉 카메라에 담고자하는 피사체에 대한 구도등은 찍는자에 노력과
열정 그리고 마음이 아닐런지요...그리고 사치품이 되지 안도록 하는건 본인의 몫이라
생각합니다...행여 저의 생각이 틀렸더라도 이해해주세요..
박은원님의 댓글

라이카는 사치가 아니고 사진의 동반자가 아닐까요.
또한 라이카는 사진에 감성을 더한다고나 할까요.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이동원[DWL]님의 댓글

요즘도 라이카가 과연 사치의 대명사인 카메라 인가에는 물음표가 떠오르네요. ^^
물론 글을 쓰신 내용이 라이카는 사치이다라는 주제 만을 말하고자 하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라이카의 가격은 요즘 나오는 캐논 니콘 기타 dslr 바디에 비하면 결코 비싸지많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카메라를 갖고 있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들었던 그것을 가치있게 생각하고
가치있게 사용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은 모든것이 사치가 되는건 아닐런지요.
서동범님의 댓글

원 작성회원 : 권대권
타이틀 리스트라는 특정브랜드의 골프클럽이 어렵지는 않다고 봅니다.골프클럽도 브랜드에 상관없이 비기너용이 있고 고수용이 있죠..흔히 고수들이 쓰는 단조채는 일반 아마추어가 사용하기 어렵습니다..스윙이 조금만 틀어지면 일반주조클럽 보다 훨씬 방향성이 안좋습니다..하지만, 단조채가 중앙스팟을 정확하게 맞췄을 때 방향성이나 거리감이나 느낌은 일반 주조클럽 보다 훨씬 뛰여나지요... 사진기도 마찬가지겠지요..아무 환경에서나 두루두루 대충 써도 잘 나오는 사진기가 있고 빛을 정확하게 관찰하고 렌즈 특성에 맞게 사용해야만 최고의 결과물을 선사하는 카메라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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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권님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골프나 사진이나 모든 취미는 자신만의 즐기는 방식이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골프를 잘 치지는 못합니다만, 머슬백의 아이언을 사용하는걸 좋아합니다.. 뭔가 손에 오는 느낌과, 정확하게 방향과 탄도를 조절할수 있는것에 매력을 느낍니다.. 물론 에러샷이 많아서 점수는 좋지 않습니다만, 공을 치는 순간을 즐긴다고나 할까요..
라이카라는 수동카메라 역시 제겐 마찮가지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한장 한장 수동으로 마추고 조정해서, 사진을 찍는 그 순간을 즐긴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최신형 자동에셀알들에 비해서 엄청나게 느리고 불편하지만요.. 또 가격도 이유없이 비싸지만요.. 제게는 재미 가 있습니다..^^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이메일주소 무단수집을 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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