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실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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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이훈태
- 작성일 : 08-01-2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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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대학 예비군 연대에서 부름이 오더군요. 뭐 잘못한 것도 없지만
왠지 예비군 연대이니, 군대라고 하면 좋은 기분은 아니더군요.
선배에게 밥한끼 얻어먹고 조언좀 듣고 오자는 마음으로 학교로 향하였답니다.
본 목적인 예비군 연대. 서류처리를 전부 완료했더군요. 방문 하지 않아도 되었다면서 몇가지 행정적인 절차를 알려주고 듣고 나왔답니다.
예비군 연대의 부름이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줬습니다.
선배들과 밥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같은 과에 사진을 찍고 동아리 활동을 했던 선배라고 이름만 듣던 형을 만나게 되어서,
그때부터 다른 형들은 조용하고 저와 그 사진을 좋아하는 형은 연사를 날리듯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뒤죽박죽 사진 이야기로 넘어 갔답니다.
올해 4학년이 되는 저는 오늘 처음으로 알게 되었답니다.
학교에 사진 동아리가 2개가 있었다는 것을 ^^; 하나는 그럭저럭 어여쁜 여학생들이 있어 사진도 배울겸 겸사겸사 활동을 시작하게되는 누구나 알고있는 동아리. (신입생때 문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왔던 ㅠㅠ)
그리고 제가 모르던, 괴짜들 정말 사진에 미쳤다고 해야할까요? 그런 남자들로만 뭉쳐있었다는 동아리. 하지만 지금 그 동아리는 이어지지가 않아서 해체위기라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흑백사진만 담고 사진은 각자 알아서 담아오고 암실작업을 통해서 배우는 동아리이기 때문에 예쁜 디지털 이미지를 담고 싶은 신입생들에게는 외면을 당한 듯 하더군요.
암실장비가 있고 마음 것 남은 것을 사용하고 있다는 형.
참.. 많이 고민했습니다.
올해 4학년. 취직을 위한 장벽이 기다리고 있는 시점.
하지만, 언제나 가슴속에 품고있던 암실작업.
교환학생을 떠나기전 한번 배워보려고 학원까지 찾아갔었지만, 정말 짧은 기간은 힘들듯 하다고 하여서 다시 마음으로 품었던 유혹.
"형. 한번 한번 배워볼수 있을까요?"
'그래.. 맛만 봐보자...' 라는 생각으로 뒤숭숭한 마음으로 말을 꺼냈습니다.
흔쾌히 승낙. 마지막 남은 약품과 인화지까지 다 써도 되니 한번 해보자는 형.
다음주 수요일에 만나자고 하며 서로 번호를 주고 받았답니다.
정말 한번은 해보고 싶었던 암실. 그 유혹의 시점이 적절한 시기인가 하는 의문을 제 자신에게 자꾸 자꾸 해보면서도, 그 유혹을 떨쳐버릴수가 없더군요.
사진, 그리고 흑백사진 작업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던 선배에게 잠깐이나마 암실작업을 배울수 있다는, 그것도 하고싶은 만큼...
무엇이 먼저인지 잊지않으며 맛만 볼수있도록 해봐야겠습니다.
뒤숭숭한 마음과 생각 하지만, 가슴은 벌써 뛰고있습니다.
댓글목록
최준석님의 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 읽는 도중 제 과거가 많이 오버랩 되더군요..
그리고 셀위댄스라는 일본영화도 떠오르구요...
가슴 뛰게 하고 설레이던 것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의 삶속에 그런 시간은 흔치 않으며 또 짧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 마음에 충실하십시요...
머 별거 있겠습니까....???
JK이종구님의 댓글

하면 됩니다.
당연한 얘기를...
암실을 맛보기전에는 신기하고 멋있어 보이는.... 그런 알수없는 매력으로 영화의 소재처럼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이지만.
암실을 차리고 생활의 일부가 되면 암실에서의 휴식처럼 생활의 재충전도 없는것 같습니다.
붉은 암등아래에서 네거티브와의 대화. 그리고 스케너와 견줄수 없는 프린트물의 깊이와 놀라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암실을 하지 않고 사진을 한다는것은 산정상을 밟지 않고 등산을 다녀오는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
이훈태님의 댓글

붉은 암등아래에서의 네거티브와의 대화.. 정말 설레입니다.
산정상을 밟지 않은 등산만을 하던 제게 또 다른 세상을 만날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 같습니다.
이 기 성님의 댓글

사진을 하면서 아쉬운건 자가현상을 몾해본게 후회가 됩니다..^^
시간의여유가있을때 제대로 한번 공부를 해봐야겠습니다..^^
장재민님의 댓글

저의 대학시절을 생각나게 해 주시는군요.
저의 대학에는 둘째에 해당하는 동아리만 있었읍니다.
군대보다 더 엄한 규율을 지켜야했고 특히 암실 작업땐
선배들의 보조를 노가다 수준으로 해야했고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촬영 호출엔 거의 죽음이었읍니다.
그 당시엔 핸폰이 없었기에 살아날 수있었을 겁니다.
그래도 그때의 그 열정이 많이 그리워집니다.
암실작업이란 상당히 고독한 일입니다.
혼자 애쓰고,실망하고, 미친듯 기뻐하기도 하고
하지만 해볼만한 일일 겁니다.
최영선님의 댓글

정말 절박하게 하나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두 가지 다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절만 잘 할 수 있다면...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것도 행복이 아닐까요?
여건이 그렇게 녹록치 않아서 못하고 있습니다만
저도 꼬옥 해보고 싶은 작업입니다.
자가현상, 인화로 많은 뽐뿌를 부탁드립니다.
박재호님의 댓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있다가 나와도 만족스러운 장소.... 암실...
고범성님의 댓글

저는 고전음악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리고 브라암스의 곡들이 엄청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브람암스를 전혀 듣지 않습니다. 이거 제대로 듣기 시작하면 사회 생활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요. 암실작업... 언젠간 해 보아야겠다는 확신이 듭니다. 근데 아직 때가 안된것 같아요.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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