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질문모음
  • TOP50
  • 최신글 모음
  • 검색

Forum

HOME  >  Forum

Community

우치다 유키오의 수필 "스마론에 생긴 작은 상처"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김병인
  • 작성일 : 08-01-15 19:46

본문

원문은 "라이카와 흑백의 나날들"입니다.
작은 에피소드 하나가 자신의 사진세계에 동기를 부여하고 그 동기로 사진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게 되는 과정을 솔직하게 쓴 글인 듯 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던 기억이 있는 글이라 여러분께도 소개합니다.
읽는 분에 따라 다른 의견을 가지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글을 쓴 사람이 프로작가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고 관대한 마음으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역시 저작권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 쪽지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바로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 ==================

스마론에 생긴 작은 상처

우치다 유키오

갑자기 짬이 나서 라이카를 한대들고 거리에 사진을 찍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렌즈는
35밀리 스마론만으로. 도중에 왠지 사람이 찍고 싶어져, 이야기를 하고 사진을 찍게 되었다.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주는 얼굴을 보며, "이렌즈는 그때와 같은 렌즈네..."라고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사진전을 끝내고 벽에서 떼어낸 사진을 보면서, 나는 1주간을 돌아보았다. "처음으로 혼자
도쿄에서 해나가고 있을때의 기분이 그대로 담겨있어요"라고 말해준 일본에 사는 미국인과
사진가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 "이것으로 되지 않았으면 이상한거죠"라고 격려해준 중국의
사진가의 말은 내가 다음 전시회를 할수 있도록 해주었다.
여러가지로 감사했습니다라고 전시장 관계자에게 인사하고 사진을 들어보니 그 무게가 이상
하게 실감났다.
"모두 외로운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외로웠다"라고 첨언한 사진전의 테마는 도시의 고독과
부유감이었다. 내용에 공감해주는 소리가 많았지만 기쁨과 동시에 나는 곧 더 많은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적어도 이 작업을 계속해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버블이 터진 직후의 도쿄는
피사체에 대한 어려움이 없었고, 시리즈로 만들어주길 바라는 바램도 많았다. 그렇지만 자신의
사진을 객관시하는데에 1주일은 너무 충분한 기간이었다.
우선 광각렌즈를 사용한 사진을 더 늘려보자고 나는 생각했다. 그 시기부터 대부분은 50밀리
로 촬영했지만 그렇다해도 차갑게 거리를 보고 있다는 인상을 남기기 쉽다. 35밀리로 찍으면
사진은 따뜻함을 가지고 사람의 마음에 강하게 호소하는 것이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대비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정석으로 넘어져 있는 사람의 앞을 지나가는 아이는 좋아하는 즐겨
찍은 피사체였다. 거리를 걸으며 벽의 낙서, 떨어져 있는 쓰레기등을 자연스레 찾게된다.
언젠가 하라주쿠를 걷고 있을 때 그네에 웅크리고 자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 뒤에서 즐겁게
걸어오고 있는 부모와 아이가 보였다. 50밀리를 35밀리로 바꾸어 달고 몇걸음인가 거리를 재고
노출과 포커스를 맞춘 다음 부모와 아이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그때 남자가 갑자기 일어나 무엇인가를 나를 향해 던졌다. 렌즈에 맞고 떨어진 것은 내용물이
반정도 남아있는 맥주 깡통이었다. 나에게 맞지는 않았지만 렌즈의 경통에 작은 상처를 남기
게 되었다.
"쳇, 뭐야. 잊어버리고 다른 걸 찍자"고 받아 넘길 일일지도 모르지만 "프로이기 때문에 이런
일로 포기할까봐"라고 생각해버릴수도 없었다. 스마론에 남겨진 상처를 바라보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생각해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만약 신념이 있고 그런 사진을 찍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느꼈다면 그때까지 찍어왔던 것과
같은 사진을 계속 찍어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진이 찍고 싶었을 리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큐멘터리를 찍게되면 자신이 상처를 입을 각오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그런 각오는
없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게임의 캐릭터가 아니며, 드라마의 엑스트라도 아니다. 나의 사
진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일 수도 없다. 한군데 지키고 서있다가 다큐멘터리 흉내를 내는 그런
사진은 이제 그만두자.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그때까지의 사진과 결별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그늘에 있더
라도 빛을 보자...라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전화를 해서 "있잖아, 들어봐. 오늘 멋진 일이 있었어.
낯에 하라주쿠를 걷다가 말이지......"라고 전해주고 싶을 정도로. 쉽고 기쁨이 느껴지는 사진이
찍고 싶다고 생각했다.
흑백의 묘사가 마음에 들어 스마론을 손에 넣은 후 지금까지도 스마론을 쓴 경우가 많다.
손이 닿을 듯한 35밀리의 거리로 수줍게 웃는 얼굴이 보인다. 두려워 하면서 피사체에 다가가,
숨어서 셔터를 누르던 때와 같은 렌즈인 것이다.
스마론에 생긴 상처는 그 후로 무수히 많은 상처에 묻혀버려 지금은 어느것인지 모르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잊혀지지 않는 상처가 있다. 언제까지나 잊어서는 안되는 아픔이 있다.


(이하 일본어 원문)


ズマロンについた小さな傷


ぽっかりと暇ができて、ライカを1台
추천 0

댓글목록

annie/정은주님의 댓글

annie/정은주

좋은 글 감사합니다.
상처 입을까 조심조심 다룬 카메라와 그보다 더 웅크리기만 했던 마음이 찔립니다.
선배님께 잠시 빌려썼던 35미리 스마론이 그리워요..^^
(그 친구도 스크래치가 좀 있던데..혹시?ㅎ)

김인택님의 댓글

김인택

좋은글 번역까지 하시어 올려 주시니 질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Seo, Jihoon님의 댓글

Seo, Jihoon

좋은 글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곽성해님의 댓글

곽성해

좋은 글 친절히 번역까지 하시고
올려주셔서 편안히 읽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잘 읽었습니다.
렌즈 보다는 마음의 상처로군요.
모든 사진가들이 그렇듯....

이동원[DWL]님의 댓글

이동원[DWL]

마음 한구석에 뭔가를 움직이는 그런 글입니다.
차분하고 조용한 듯한 글 이지만 그 바탕에는 뭔가
큰 힘이 있는 느낌이랄까요..^^;

최성규님의 댓글

최성규

좋은 글 감사합니다.
눈으로 읽었지만 마음으로 읽은 것만 같습니다.

김용택님의 댓글

김용택

선배님.. 주말마다... 그렇게 공부하시면서, 번역하시더니.. 이제 끝나셨나보네요.
일요일이면 거의 집바닥을 헤집고 다니던 제가...

선배님의 모습을 뵙고, 많이 반성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요즘은 어학 공부에 더 신경을 쓰고 있네요...

좀 더 하고, 주말에는 선배님처럼.... 선생님 한분 모실까 합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홍건영님의 댓글

홍건영

50미리와 35미리에 대한 저 분의 생각이 저하고 비슷하여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홍식님의 댓글

홍식

좋은 글과 번역의 수고로움에
고마운 마음입니다^^

김연수_deca님의 댓글

김연수_deca

이번에 제가 했던 짧은 여행에서 느낀 '사진찍기'하고 (감히) 연결지어 생각하게 되네요.
개인블로그에다가 끄적끄적해놓았던 것을 수정해서 여기에 올려볼까 생각했었는데, 이 글로도 충분하단 생각이 듭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한상윤님의 댓글

한상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유현재님의 댓글

유현재

찍었던 사진들과 상황을 되돌아 보게 합니다

이효성님의 댓글

이효성

글을 읽는 내내 마치 저도 우치다 유키오와 동화된 듯한 느낌을 가져 보았습니다.

"손이 닿을 듯한 35밀리의 거리로 수줍게 웃는 얼굴이 보인다. 두려워 하면서 피사체에 다가가, 숨어서 셔터를 누르던 때와 같은 렌즈인 것이다."

이 마지막 문장에 도전과 책망 같은 메시지가 전달되어 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일본 갈 기회가 있으면 이 작가의 사진집 한번 구입 해 볼까 합니다만...

김형석님의 댓글

김형석

새로운 사진가를 알게 되어 기쁘고, 사진에 대한 사유 또한 유익했습니다.
우리 말로 옮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경희님의 댓글

유경희

저도 좋아하는 작가입니다.서적은 다 가지고 있고요...차분하고 장식하지 않는 흑백이 매력인 분이지요.
에이 문고는 이런 사진 작가를 발굴하고 사진 저변 확대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끔 한국에도 이런 문화나 정신 세계가 왜 접목이 안될까라고 자문해봅니다만,,,,

정근업님의 댓글

정근업

길지 않은 글이지만 많은 이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찼네요..
"자신이 상처를 입을 각오가 필요하다"...
피사체와 동떨어진 시각이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사진찍기를 잘 가르쳐주는 것 같습니다.

하준완님의 댓글

하준완

지난 번 번역에 이어서 잘 읽었습니다.

사진찍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단순히 겨누고 찍는 제 수준에서 가늠하기 어렵지만, 무언가 느껴지는 것이 있네요.

김기현님의 댓글

김기현

"다큐멘터리를 찍게되면 자신이 상처를 입을 각오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그런 각오는
없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게임의 캐릭터가 아니며, 드라마의 엑스트라도 아니다. 나의 사
진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일 수도 없다. 한군데 지키고 서있다가 다큐멘터리 흉내를 내는 그런
사진은 이제 그만두자"

윗 부분은 소위 스스로의 사진이

다큐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곱씹어봐야 할 부분인것 같습니다.

뭐 다큐까지는 아니지만,

거리스냅을 자주찍는 사람으로서 항상 하는 고민이 저만의 고민은 아닌듯 합니다.

감정과 상황을 미화할것까지는 없지만,

내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내 주변의 삶이 왜곡없이 기록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위 부분이 겹쳐진다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과 번역 고맙습니다.

.

정한구님의 댓글

정한구

제가 하고 있는 고민이
저만의 고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어 기쁩니다(?) -(이건 기쁘다는 표현은 어딘가 어색합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런 고민과 갈등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역시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정말로
'한군데 지키고 서있다가 다큐멘터리 흉내를 내는 그런 사진'을 찍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잘 안됩니다.

자신이 입을 상처에 대한 각오가 아직 부족한 모양입니다

박유영님의 댓글

박유영

내가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사진을 찍는 일이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더 많겠지요.
예전에 조某회원의 일화가 생각납니다. 자갈치, 사진기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유독 많은 곳에서 조 모회원이 갈치를 다듬고 있는 한 할머니를 촬영했더니 할머니께
서 모른체 하고 계시다 자리를 옮기려는 그에게 "젊은이, 사진 찍은 자네는 좋나? 이
에미는 힘들다."라고 하시더라고... 적어도 남에게 아픔이 되는 사진은 찍지 말아야지
하지만 그게 뜻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김병인 님의 글을 보고 곰곰히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최재성님의 댓글

최재성

맘속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선배님.....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빛남님의 댓글

이빛남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혹시 이책 작은 소책자 아닌지요 ?
제가 있는 책인거같은데 일본어를 몰라서
사진만 보고 있었는데
번역 감사드립니다.

김병인님의 댓글

김병인

ライカとモノクロの日々라는 제목의 소책자 맞습니다.
일본의 에이문고에서 간행된 책입니다.
내용과 책자의 사진을 보시면 사진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실수 있을겁니다.
이 편의 경우 세번째 나온 사진은 동물원에서 사람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고
그 다음사진은 네명의 고등학생들이 즐겁게 웃고 있는 정면사진입니다.
두장의 사진이 주는 느낌 자체가 다른 것 처럼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사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이재유님의 댓글

이재유

You will be killed one day....

6년전이었던가요.. 미국 민주당 모임 비슷한것 간적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을 포함해서 민주당의 중진들이 다 와있었고 그날처럼 많은 프로 포토그래퍼들 사이에 서 있어본적이 다시는 없을거 같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멋있었는지 저도 소위 다큐멘터리 포토그래퍼가 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아마츄어들이 할수없는 그런사진들이 하고 싶었던게죠..그때는 멋만들어서 헤헤.... 그래서.. 집요하게 범죄현장 주변를 맴돌았습니다. 혀에 바늘꽃고 눈 돌아간 마약중독자의 모습... 동네 건달들 쌈하는 장면들.. 마약딜러들... 범죄현장의 시체들.. 그들의 흐느끼는 가족들.. 총맞아서 턱이 날아간 모습들....
정말 수도 없이 찍었습니다. 그때는 혼자 자랑스러워 했죠...흐흐흐 오늘도 한건했다.....

Shocking 이미지-이런건 더이상 다큐가 아니구요....
지금 생각에는 그때는 정말로 마쵸이즘에 사로잡혀서 바보짓했다 하고 생각이 들구요.. 그런 스릴을 즐길 나이도 이제는 지났을지도 모르구요....하여간 요즈음은 겁도 생겼나봅니다.

지금은 최대한 정중한 아마츄어다운 사진을 찍을려고 노력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사진들.... 사람들에게한발짝 다가가서 찍는 사진들....

글을 읽고 다시한번 사진이란것에 대해 많이 느꼈습니다. 좋은글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병인님...

오정훈님의 댓글

오정훈

흑백 사진용으로 스마론 35밀리에 대한글도 많이 있고 또 평도 좋아 구해서
결과물을 보니 역시 염려한 부족한 내공을 인정하고 도전함니다
좋은글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우/유성태님의 댓글

사우/유성태

"상처 입을 각오가 필요하다'란 말이 가슴에 다가옵니다.
엉뚱한 얘기일수 있지만 다큐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치유"(너와 나의)란 단어에 조금더 생각하게 되더군요....^^;;

이재유님의 댓글

이재유

이번 주말에 친구따라 카메라 샵에 들어갔다가 나오니 제손에는 스마론이 들려있더군요. 다시 읽어보고 갑니다.

김형배님의 댓글

김형배

좋은 글 정말로 감사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입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많은 고민을 하기도 했던 문제군요..

우연히도 제게 들어온 35밀리 주마론..
왠지 그렇게 밉지 않더라니... ^^;;

저도 주마론의 사진을 좋아 하게 되고 있습니다..

홍승표(섬광)님의 댓글

홍승표(섬광)

좋은글 ..좋은 번역..감동에 감동을 더하는 느낌 정말 잘읽었습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

닫기

이메일무단수집거부

닫기
닫기
Forum
Gallery
Exhibition
Collection
회원목록
잦은질문모음
닫기

쪽지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