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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를 들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김병인
  • 작성일 : 08-01-12 17:42

본문

작년 한해동안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짬짬이 번역해온 책이 한권 있었습니다.
일본의 사진작가 Yukio Uchida(內田ユキオ)가 쓴 "라이카와 흑백의 나날들"이라는 작은
수필책이었습니다.
그 책의 마지막 수필이 같은 라이카 애호가로서 많은 공감을 할수 있는 부분이 있어
모자란 실력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번역을 해보았습니다.
외국어를 우리글로 옮기다 보면 표현법이 달라 직역이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나름 많은 생각을 해서 부분적으로는 의역을 했습니다. 글 말미에 원문도 같이 올리겠습니다.
혹시 저작권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시면 쪽지주시기 바랍니다.
바로 삭제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 =============

라이카에 적당한 날


우치다 유키오


"라이카를 들고 어딘가 가고싶다"는 말을 프로 사진가에게 흔히 듣는다.
이것은 나만의 경우가 아니라 라이카를 좋아하면서도 다른 카메라로 작업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신기한 것은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가고싶다"라고 말하지 않고 반드시
"라이카를"이라는 것이다.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온천에라도 가서 빈둥거리고 싶어"라고 말하는 의미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이 "온천에라도 가서"라고 말하는 것에는 업무와 잡다한 것들을 잊고 온천에 들어가
맥주라도 마시면서 축 쉬고 싶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라이카를 들고....."라고
말하는 것에도 일안리프 카메라와 삼각대와 같은 여분의 장비 없이, 홀가분하게 좋아하는 사진을
찍으면서 걷고 싶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사진일등은 잊어버리고 빈둥대고 싶다"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라이카의 재미있는 면이다.
아니, 사진이라는 것은 신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왕 사진일따위는 잊으려고 카메라 없이 외출하게 되면 영화를 볼때 "저 구도는 멋있구먼. 28밀리
정도 되겠네"라고 생각한다든가, 해가 지는 저녁노을을 보면서 "역시 카메라를 가지고 나왔어야
되는데"라고 후회하는 일이 반드시 있으니까... (ㅠㅠ)

일전에 친구에게 "그렇게 라이카가 좋으면서 왜 일은 일안리프카메라를 사용하는 거야?"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확실히 업무의 70퍼센트는 라이카 이외의 카메라로 촬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머지 30퍼센트는 라이카로 일을 할수 있으니, 나는 아직 행복한 편이다. 취미사진을 찍을 때를 제외
하고는 라이카를 사용하지 않는 사진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거리를 산책하면서 분위기 좋은 사진을 두세장 찍어주세요"같은 일은 유감스럽게도 그리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지방의 거리를 취재하는 일이 있다고 하자. 우선 거리의 전경을 엘마리트 21밀리로 가볍게
담아본다. 지면의 편집을 고려하면 28밀리보다는 21밀리가 사용하기 편한 면이 있다. 오래된 민가에
당시의 모습이 아직 남아있고 그 안의 할머니를 촬영하기 위해 스마리트 50밀리를 사용한다. 조리개
개방에서는 뿌옇게 나오기도 하지만 그것이 분위기를 연출해주기도 한다.
소바국수집의 포렴(상점입구에 드리운 가게 이름이나 메뉴등을 적은 천)과 개를 함께 엮어 스마론
35밀리로 찍어본다. 그리고 다시 거리를 내려다 볼수 있는 언덕에 올라 이번에는 하늘도 집어 넣어
찍을수 있도록 포크트렌더(Voiglander의 일본식 발음)의 수퍼와이드헬리어 15밀리도 찍는다.
"역시 라이카로 사진을 찍는 것은 즐겁지"라고 나는 생각한다. 셔터의 소리도 기분 좋고, 무게도 가벼워
기분까지 가뿐하다.
대부분의 촬영을 끝내고도 돌아가는 전차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어 차를 마시면서 취재내용을 확인
하기로 했다. 필름을 모아서 잊지 않도록 메모를 하고, 어질러놓은 가방안을 정리한다. 그러는 동안 차와
만쥬를 가져왔다. 그게 놀라울 정도로 맛있다. 가게주인에게 물어보니 명산품 팥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일부러 만쥬를 먹기 위해 멀리에서 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물론 사진을 안찍었을 리 없다.
하지만 마크로렌즈는 없다.
라이카에는 근접 스미크론이라는 눈이 큰 렌즈가 있지만 촛점거리가 50밀리에 최단촬영거리가 48센티
짜리로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에서는 근접이지만 일안리프 카메라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물론 마크로렌즈
를 대신 사용할 만한 것은 아니다. 그것을 사용한다고 해도 화면의 1/4정도에 겨우 만쥬가 들어올 정도로
밖에는 찍을수 없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 남는 공간에는 차가 들어있는 찻잔과 가게 안을 장식하고 있는
등롱(종이로 갓을 한 일본식 전등)등을 넣어 본다. 뭔가 그림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가게를 나서자,
사람들이 모여 소란스럽다. 삼각대에 망원렌즈를 달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아무래도 기념 열차가
달려오지 싶다. 거리로는 300밀리인가 적어도 200밀리는 필요하다. 하지만 라이카에는 135밀리까지의
망원밖에는 없다. 할수 없이 길게 배경을 살리고 전차를 집어넣기로 했다. 전차가 가까워질때를 기다려
2장정도 찍으니 와인딩 레버가 걸린다. 필름이 끝난 모양이다. 필름을 되감고 바닥판을 열고 보니 열차는
눈앞을 지나가 버렸다......

물론 이것은 과장된 이야기로 실제 취재에서는 사전조사도 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를 당하는 황당한 일은
거의 없다. 필름이라면 다음 촬영을 생각해서 중간에라도 되감아 교체해 놓는 것은 상식이다.
여기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라이카는 완벽한 카메라는 아니라는 것이다. 일안리프와 병용해서
라이카의 약점을 보충하겠다는 것도 생각할수 있는 것이지만, 그렇게 되면 라이카의 가벼움과 사진을
찍는 리듬을 희생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재가 필연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일을 계속하다보면 한숨과 함께 "라이카를 들고 여행을 가고 싶다"라고 하는 말이 새어
나오게 된다. 촬영을 마친 필름이 늘어난다. 라이카로 찍었을 때, 그것은 즐거움이 늘어나고 기쁨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내 앞에 널려있는 필름은 피로의 축적과 같다고 느껴진다.
그렇지만, 그런 말만 하고 있을수는 없으니 다음날의 촬영을 준비한다. 카메라가방에는 일안리프 바디가
2대. 취재처 일을 생각해서 단촛점 렌즈 4개.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크로렌즈도 하나... 냉장고에서 필름을
20통정도. 소형의 삼각대를 가방 옆구리에 끼어넣고 준비를 끝내고 책상위에 놓여있는 라이카를 잡았다.
결코 가벼운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무게감은 기분좋은 것으로 "라이카를 들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해본다.

"그럼말야 4일후로 바꾸자고"라고 편집장이 말했다. "이쪽일로 폐를 끼치게 되서 정말 미안하네"
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예정되어 있던 일이 갑자기 취소된 것이다. 텔리비전에서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은 개이지는 않지만 비는
오지 않을 거란다. "오랫동안 계속된 지독한 더위도 몇도인가 기온이 떨어져 지내기 좋은 하루가 되겠
습니다"라고 기상캐스터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흑백필름을 4통정도 준비하고 소형 노출계를 그 옆에 놓았다. M3를 손에 들고있었지만 M2로 바꾼다.
M3에 50밀리를 장착하면 왠지 신중한 사진을 찍게 된다.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가볍게 촬영하면서
걷고자 한다면 35밀리쪽이 좋다고 생각한다. 세무가죽으로 정성껏 닦아 벼개 머리맡에 놓고 이불속에
들어가 곧 조용히 어둠이 찾아왔다.
잠에서 깨어나 몸을 일으킨다. 이불에서 나와 커튼을 열자 창문에서 희미한 빛이 들어온다. 급하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며 외출 준비를 한다. 준비라고 해도 장비는 스마론이 달린 M2 한대뿐.
전화기를 부재중으로 돌려놓고 스니커즈를 신고 집을 나선다.
이제부터 만나게 될 작은 기적에 대한 기대를 품고 나는 언제나처럼 빠른 걸음으로 역을 향한다.

============== 이하 일본어 원문입니다. =============================

ライカにはうってつけの日


“ライカを持ってどこかに行きたい
추천 0

댓글목록

박유영님의 댓글

박유영

잔잔한 이야기가 가슴에서는 점점 크게 일렁이는 파문을 만듭니다.^^
섬세함이 돋보이는 원작의 글이 주는 재미와 일일이 번역하시고 또 공
개해주신 병인님의 따뜻한 마음에 바람불고 비오는 주말 저녁이 따스
할 듯도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현주리님의 댓글

현주리

짧지 않은 글을 손수 번역하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이용규님의 댓글

이용규

좋은 글 그리고 번역에 감사드립니다....

권경숙님의 댓글

권경숙

박유영님 댓글처럼 잔잔하고 소소함이 묻어나는 글 잘 읽었습니다,,
김병인님,,,번역은 제 2의 창작임을 보여주셨습니다,,,,

강성모님의 댓글

강성모

좋은 글을 번역까지 하여 소개하여 주시어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작가와 같은 상상을 해 봅니다.

정말 라이카 하나만 들고 조용히 여행을 떠나고 싶군요..

하효명님의 댓글

하효명

바르낙이나 라이카 M에 얇은 렌즈를 끼워 한 손에 감아 쥐고
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사진을 찍는 일은
여러가지 면에서 참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지요.

참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동원[DWL]님의 댓글

이동원[DWL]

글 참 잔잔하고 좋네요.
왜 라이카 이어야 하는지를 알거 같습니다.
그리고 왜 제가 라이카로 왔는지를 글로 보는거 같네요. ^^

Lee Seob님의 댓글

Lee Seob

그 분 글도 잘쓰시고, 번역도 참 맛깔스럽게 잘 하신 것 같습니다. 마치 눈앞에서 여러가지 멋진 장면이 곧 펼쳐질 것만 같습니다. 라이카에 대한 애정이 깊게 묻어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고등학교때 배운 일어실력으로 가따가나를 읽기도 힘들었습니다.
히라가나는 어찌 어찌 읽겠는데.... 중간 중간 아는 단어도 나와 반갑고요 ^ ^
대단하십니다.
라이카는 일보다는 낭만과 더 잘어울리는 듯....
그래서 라이카만 잡으면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김서천님의 댓글

김서천

라이카를 들고 나서는 이의 심정을 너무나도 적절하게 표현한 재미있는 글입니다.

일부러 번역까지 해주시는 수고를 마다 않으신 김병인 님께 감사 드립니다.

정말이지 라이카는 부담을 갖고 나서서는 절대 안 될 카메라라고 생각되는군요.

김봉섭님의 댓글

김봉섭

그런 라이카와 늘 함께 있음이 너무 행복합니다.
덕분에 2008년 감성충만 반이상은 한것 같습니다. ^^

김복렬님의 댓글

김복렬

라이카의 매력이 잘 나타나 있는 재미있는 글입니다..
어렵게도 번역까지 해주시지 이런 맛을 느낄수 있어 감사합니다.

이원용님의 댓글

이원용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왜 라이카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 까 싶습니다.
단숨에 읽는 저를 보니 저도 그러한 것을 동경하고 있나 보네요.

홍건영님의 댓글

홍건영

다른 글들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번역하느라고 수고 많으셨네요

신한주님의 댓글

신한주

이글을 읽는 동안에도
선생님의 라이카에 대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하준완님의 댓글

하준완

라이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느낌이 잔잔하게 묻어나오네요..

정성스런 번역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이동우님의 댓글

이동우

정말 라이카의 본질에 대해서 잘 이야기 해주는 글 같습니다.

이재유님의 댓글

이재유

좋은글 소개해시주시고 번역까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사진에 관한 글을 짧은 글에 도전해 보구싶어지는군요.....

홍식님의 댓글

홍식

좋은 글과 번역의 수고로움.
고맙습니다^^

오선우님의 댓글

오선우

라이카에 일상의 단면을 담담한 필체로 그린 좋은글, 그리고 번역,
그리고 공유의 아름다움.... 김병인님 감사합니다.

정한구님의 댓글

정한구

감사합니다
구구절절이 공감이 가고 감정이 흐르는 글입니다
일본어를 거의 모르다 보니 원작에 어떤 맛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병인님의 번역이 그 맛들을 제대로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숨긴맛 이라고 할까요(요건 초밥왕 만화에 보면 자주 나오는 단어입니다만 ㅎㅎ)
그런 감칠 맛들이 감성을 어루만져 줍니다.

감사히 잘봤습니다

박재호님의 댓글

박재호

하아~

저자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글 감사 합니다........

호지수님의 댓글

호지수

좋은 글 소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역이라는거 쉽지 않으셨을텐데 같이 공유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최영선님의 댓글

최영선

라이카를 늘 곁에 두는 것이,
라이카로 사진을 하는 것이 밥 먹고, 자는 것과 별 반 다를 것이 없는
하루에도 수십번 반복이 되는 일상처럼 느껴집니다.

멋진글, 번역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글을 읽고 은근히 M2 뽐뿌 받네요.

조현갑님의 댓글

조현갑

결코 번역이라는게 쉽지않는것인데 늦게 배우신 일본어가 대단하시군요!

라이카라는게 만지면 만질수록 빠져들게하는 마력이 있는것은 분명 하더군요.

좋은 글...맛갈나게 번역하신글...잘 읽었습니다~~~~~~

김경섭님의 댓글

김경섭

이런분을 만나려고 이런글을보려고 라클에 기웃거리게 되는군요,
대단히 감사합니다.

KIM,INTECH님의 댓글

KIM,INTECH

좋을 글 번역까지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을 읽으며 지금 제 생활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됩니다.

정기훈님의 댓글

정기훈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기환★님의 댓글

김기환★

너무나 와닿는 글이군요... 다행히도 저의 감정과 이 라 선생의 느낌이

잘맞는건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겪은 가장 즐거운 일중 하나라 할수있을것같습니다..

이현구님의 댓글

이현구

맛깔스럽게 해주신 번역덕에 좋은 글을 접할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공감이 가는 글이로군요.
잠시 글속에 나를 담가 보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병인님.

남택환님의 댓글

남택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g_g 최은주님의 댓글

g_g 최은주

왜 제가 라이카에 끌렸는지 새삼 느끼게 해준 글이 었습니다
번역에 애정이 묻어 나서 정말 좋은 글이 된거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감동적이에요

김승현님의 댓글

김승현

ㅅ고하셨어요~~~!!!

손지훈님의 댓글

손지훈

언젠가...
김병인 선생님과 출사 한번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황정민님의 댓글

황정민

저도 가끔 m 과 함께 조용히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듯 들곤 합니다.
잠들기전 m을 들어을때 느낌...너무나 좋더군요..

권대주님의 댓글

권대주

야심한 밤에 잔잔한 파문이 이는 글이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주은님의 댓글

이주은

마지막 문구를 읽고 나니...
왠지 같이 떠나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느낌입니다 ^^

초급수준인 일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저도 얼른 님처럼 따뜻하게 이해하고 싶네요~~
좋은 글 덕분에 잘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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