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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콧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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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김명기
  • 작성일 : 08-01-0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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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콧노래

“형님, 요즘 어떻게 지내셨어요?”
“응 아우님 오랜만이네.”
“통 소식도 없으시고, 뭘 하고 계세요?”
“뭐 특허도 내고, 정책도 제안하고, 새로 일도 진행하고 바빴지. 이런 일들이 다 잘되면, 모두 혜택도 보고, 다들 무지하게 욕하겠지 뭐. 하하하...”
“아니 형님 욕만 하는 줄 알았더니, 저도 욕먹고 있더라구요.”
“뭐? 아우님이 왜?”

내 삶의 시계가 슬그머니 빨라지고 있다. 조만간 다시 세상의 현역이 되어 살아가게 될 모양이다. 일정한 규격의 톱니바퀴가 되어 어딘가와 맞물려야 한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잡은 구명승마다 모두 썩은 동아줄, 만나는 동지마다 변절자가 되는 현실은 이제 진저리가 난다. 곁에 머물던 가난의 불편한 점은, 오직 그런 배신들의 뒷정리뿐이었다.

나는 개미의 콧노래 같이 약한 기대를 해본다. 이젠 약속과 신의를 지키는 사람들과, 시시비비가 아닌 진짜 '일'을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비틀거리며 쏘아 올린 장난감 꿈이, 거대한 새턴 로켓이 되어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 벅찬 환희와 감격의 포옹을 내 가슴에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어제 날짜의 신문을 펼쳐든 나는 다시 생각한다. 저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마저 언제나 배덕과 음모와 어리석음 속에 살아간다. 그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우리 사는 세상 어느 장소, 어느 높이에서나 일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사람이 늘 진실만 이야기 한다면, 그는 얼마 가지 못해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거짓말쟁이로 몰리는 법이다. 그의 진실에 부끄러운 사람들은, 그를 모함 할 것이다. 그의 진실이 부러운 사람들은, 그를 질투할 것이다. 그의 진실이 깨끗한 것이라면 사람들은 반드시 오염시키려고 할 것이다. 만약 그의 진실이 두려운 것이라면?

우리는 이미 진실만을 말하던 한 남자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여 버렸다.
그 후로 진실은 위험한 것이라는 것쯤은 우리 모두 알게 되었다.

그러나 진실이 아무리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고 해도 우리 모두는 타인의 진실을 원한다. 교과서는 조지 워싱턴의 벚나무 이야기를 수십 년간 반복해 왔다. 수학은 문제 하나마다 진실을 담고 있다. 결국 진실만이 우리에게 거친 빵을 먹여줄 수 있다. 진실이 세상을 삐꺽거리면서도 돌아가게 만들고, 진실만이 우주를 헤매는 인류의 길을 밝혀주는 유일한 등불이다. 그러므로 누군가는 세상의 진실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 순간, 수많은 사람들의 조롱과 비난과 비웃음을 받고 있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세상에 나아가지 않는다. 나는 내가 머문 곳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고안하고, 땀 흘리며 일할 것이다.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고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다고 해도 아무 상관없다. 일이 주는 순수한 기쁨만으로, 여기 콧노래 부르며 즐겁게 일하는 개미가 있다.


천당(天堂) 아래 분당(盆唐)에서...

www.allbaro.com

[사진 : 기쁨터 발달장애어린이 재활승마 ] - Nikon 똑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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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전수원님의 댓글

전수원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많이 오려 주십시요

김명기님의 댓글

김명기

전수원님과 라클의 많은 분들도 모두 건강하고 복 많이 받는 한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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