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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bo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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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김명기
  • 작성일 : 08-01-0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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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boys

December boys 라는 영화를 보고있다. 어쩐지 이름에 별로 정이 가지 않아서
과연 어떤가? 하고 잠깐 살피다가 영상 속의 햇살이, 사이다 잔속의 거품처럼
반짝이며 튀어 오르는 해안을 보고 말았다.

내 고향은 강릉이다. 그리고 내 유년시절의 바닷가는 요즘과 달랐다.
눈을 뜨기 어려운 정도의 강한 햇살과 성게 가시와 조개 껍질, 김과 파래가
발에 감기는 생명 가득한 백사장이었다. 나는 그 해안을 기억한다. 따갑게
감겨오던 발아래의 모래들도.

그리고 검은 말.

December boys 에서는 검은 말이 물고기를 잡아서 고양이에게 준단다.
일종의 신화적인 장치인 모양이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까지도 강릉시내엔
말이 끄는 짐 마차가 돌아 다녔다. 길 한가운데서 편자를 끼우는 일도
흔한 구경꺼리였다. 말은 일상 중의 하나였고, 여전히 사랑 받거나 착취
당하고 있었다.

말똥의 구수한 향기와 말들이 푸르륵 거리며 내뿜은 콧김.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말들도 가난하고 힘든 삶을 누리고 있었지만, 모든 말과 마부 사이에는
삶을 함께 나누는 강한 유대가 있었다. 그들은 분명히 친구들이었다. 쉬는 날이면
마부들은 말을 씻고, 갈기를 정성스럽게 쓸어 주었다. 말은 웃고 있었다고
나는 기억한다.

영하 9도의 휴일. 나는 초등학생들에게 승마를 지도하고 왔다. 잠시도 길에
나와 있기 어려운 추위에도, 많은 학생들이 말을 타고 즐거운 미소를 한 겨울의
대기에 쏟아 부었다. 나는 10시간 가량을 밖에 서 있었다. 햇살에 탄 것처럼
볼이 빨갛게 되었다.

아아 행복하구나...

그리고 오늘 2007년의 마지막 날. 안전하고 따듯하고 편안한 내 집에 앉아
유년시절의 햇살과 현실의 말을 생각하며 맥주잔을 기울인다. 언젠가 내가
지도하는 학생들도 지금의 세계와 말들을 생각하게 되겠지. 부디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쓰다가 보니, December boys 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영화가 궁금한 사람들은 직접 보면 되겠다. 조금 불친절한가? 그래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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