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질문모음
  • TOP50
  • 최신글 모음
  • 검색

Forum

HOME  >  Forum

Community

요리라는 일, 꼭 수고스러워야만 할까?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손현
  • 작성일 : 07-12-23 14:55

본문

간략한 책 소개가 될지, 레시피에 대한 소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요리라는 일, 꼭 수고스러워야만 할까?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이란 책의 chapter2의 소제목입니다. 한 4-5년 전에 어무니께서 사놓은 책인데 올 추석 때 부산에서 가져왔습니다.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소박한 밥상에서 소박한 삶의 철학과 지혜가 나온다는... 정말 소박한 마음으로 쓴 책인 듯 합니다. 디자인하우스에서 나온 재생지로 만든 책 표지도 한 '소박'하더군요.

"나는 여성이 지킬 자리가 반드시 부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요리를 좋아한다면 요리의 즐거움을 만끽하라.
하지만 나는 요리를 좋아하는 부류가 아니다.
나는, 요리에는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밖으로 나가든지 음악이나 책에 몰두하고 싶다."
-p.23


참고로 헬렌 니어링이란 사람은 "남편과 함께 미국의 경제 대공항기에 뉴욕의 작은 아파트에서 버몬트라는 황폐한 농가로 이사가서,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직접 돌집을 지으며 친환경적인 생활을 실천했다"고 하네요. 저도 자세한 건 잘 모르겠고 여튼... 점점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책임감있고 조화롭게 살려고 노력하다 간 사람들임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먹고 사는 문제'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15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요리'와 관련한 다양한 인용문들, 작가의 생식과 화식에 대한 견해, 육식과 채식의 문제, 곡물과 야채, 과일로 점철된 초스피드+초간편 레시피, 마지막-1950년대임을 감안-먹거리를 저장, 보관하는 지혜까지... 정말 풍성한 책 한권이더군요.

주로 토마토, 양파, 완두콩, 당근, 감자, 호박, 양배추, 귀리, 보리, 해바라기씨, 올리브유.. 뭐 이런 걸로 몇 가지를 조합해서 삶고, 찌고, 굽고, 끓이고, 볶고 해서 수십가지 요리가 짠하고 등장합니다. 참 신기하더군요. 맛은... 지지리 못살던 중세 유럽 가정집에서나 먹던 뭐 그런 히멀건 음식들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가령 레시피는 이런 겁니다. 몇 가지 소개합니다.

-p.145

<신선한 완두콩 수프>

완두콩(껍질 벗겨서) 4컵
골파(다져서) 6컵

연한 완두콩은 장식용으로 한 줌 따로 둔다. 남은 콩을 중간 크기 냄비에 넣고, 재료가 잠길 만큼 끓는 물을 붓는다. 다시 골파를 넣고 다시 끓인다. 이것을 두 번에 나눠 블렌더(저도 이게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믹서기같은 게 아닐까요)에 갈아 걸쭉하게 만든다. 이 때 필요하면 물을 더 넣어도 된다. 수프를 다시 데워서, 콩으로 장식한 후 상에 올린다.

내친 김에 하나 더...

<그린 토마토 튀김> => 바로 영화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의 레시피 아니던가요! 흐흐-

그린 토마토(자른 것) 3개
밀가루나 옥수수 가루 3큰술
타임 1/2작은 술 ->뭔지 모름
오레가노 약간 ->이것 역시.. 네이버에 물어봐야 함
카레 가루 약간
올리브유 2큰술
파슬리(다져서) 한줌

토마토에 밀가루, 서브, 카레 가루 섞은 것을 묻힌다. 기름을 두른 냄비에 이것을 넣고, 뭉근한 불에서 가열한다. 노르스름해질 때까지 양면을 지진다. 이 때 물렁해지지 않게 한다. 파슬리로 장식한다.


사실 이 책은 대학다닐 때 부산와서 한번 읽은 적이 있습니다. 휘리릭 보고, 재생지라서 가볍다란 느낌과 '터무니없이 간편한' 레시피에 피식-하고 웃으며 책장에 다시 꽂아놓은 기억이 납니다. 서울에 가져와서 다시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인스턴트'로 점철된 초간편 식탁이 아닌, 푸른 채소와 튼튼한 곡물로 채워진 심플한 식탁을 한번 만들어보리라! 야채와 과일을 너무 싫어해서 식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어느 책보다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초간편, 초스피드란 점입니다. 아침에도 삼겹살을 먹을 수 있는 저이기에 의도적인 노력이 병행이 되어야 할겁니다. 아마도...

and...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추천 0

댓글목록

김연수_deca님의 댓글

김연수_deca

블렌더나 믹서기나 같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요리하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자꾸 하다보니까 이것저것 넣어서 복잡한 것보다 재료의 맛을 살리는 것이 훨씬 좋고, 또한 어렵더군요. 열심히 해 먹을 적엔 라면도 몸에서 안 받더군요. 그게 또 게을러지면, 오늘처럼 라면 줄줄이 사다놓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요.

라클회원님 모두들
Happy Holidays~~입니다.^^

annie/정은주님의 댓글

annie/정은주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은 저도 한 권 가지고 있는데
배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답니다.^^
살림할 처지가 아닌지라 요리다운 요리(?)를 해본 적이 없는 제게
자기합리화 꺼리를 수북히 보태준 책.ㅎㅎ
요리할 시간에 저도 카메라 둘러메고 나가거나 책 한 장 더 보는 걸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음식솜씨가 영~꽝은 아니지만..ㅋ
언젠가 사진모임 mt 때 주방에서 팔 걷어부치고 나서니
"애니, 밥도 할 줄 알아?"라고 묻던 친구가 떠오르네요..ㅎㅎ
그래도 뚝딱딱 근사한 요리를 만드는 분들을 보면 부럽고 존경스럽답니다.^^
손현님, 메리클스마스~~
설마, 크리스마스에도 '소박한 밥상'은 아니겠지요?ㅎㅎ

홍건영님의 댓글

홍건영

니어링이라는 성이 왠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서 찾아보니
예전에 티브이에서 스콧 니어링에 대한 다큐를 봤던 기억이 나는군요
이해하기 쉬운 삶은 아니었는데 나중에 책을 좀 읽어봐야겠습니다

임규형님의 댓글

임규형

저는 두 분의 사진을 처음 봅니다.
하지만 두 분의 연애담과 그 후일담을 자주 들어서 너무나 친숙해진 분들입니다.

저렇게 생기셨군요....와우....

오장원님의 댓글

오장원

뭐.. 주방에서 노는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손현님께서 좋은 조리법을 소개시켜주셔서 잘 배웠습니다. ^^

그런데 소개한 요리들이 간단해 보이지만, 준비는 좀 필요합니다.

해보시면 결코 간단하지만은 않을것입니다.

헨렌 니어링 이라는 인물은 창의성이 대단한 분 같네요.

약간의 재료만을 가지고 훌륭한 맛을 낸다는것... 특히 나이를 먹어갈 수록 까다로워지는 입맛을 맞출 수 있다는것, 쉽지 않잖아요.

완두콩 스프.. 간도 맞추어야하고. 자칫 나쁘게 느껴질수 있는 콩 냄새를 부드럽게 하려면 좀 노력해야 할 것 같네요. 토마토도 무르지 않게 익히는것 쉽지 않을 것입니다.

타임, 오래가노는 향신료, 허브들인데 양은 가공형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것 같은데요.

그런데, 카레가루는 의외네요. ^^ 인도나 일본이들이 좋아하는 재료라고 생각했는데, 사진탓인지 좀 오래된듯한 분들이 즐겨드신다니 신선합니다.

성탄절이네요.

가족과 함께 좋은 식사 많이 하세요. ^^ 아... 밥차리러 갑니다.

김기현님의 댓글

김기현

사실 요리에 대한 부분은 별로 관심이 없지만,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을 읽고 몸소 실천하고자(?)
직장에 사표내고 처자식을 버리고, 시골에 내려갔던 사람으로서
"간소한 삶"의 가치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최소한의 경제활동이 불가피하지만,
그 조차도 생계를 유지하고 여행할 수 있을 정도를 넘어서지 않도록 했던 그 탐욕에 대한 절제...
물론 이성에 대한 탐욕을 절제하지 못했음이
본처와 자식을 내버려두고 젊은 여자와 함께 그런 삶을 살았다는 것으로 증명이 되긴 하지만...

요리가 꼭 수고로울 것은 없지만,
정성이 들어갈 수록 먹기는 좋더군요.
물론 요즘은 스스로 요리를 잘 하지 못한다는 표현이,
그외에 다른 부분에서 상당한 능력이 있음을 암시하는 그런 풍토가 꽤 만연되어 있기는 하지만서도....

..

김명기님의 댓글

김명기

말을타고 기마국토대장정을 할 때엔 30여명이 늘 야영을 합니다.
냉장고도 없고, 전기도 없을 때가 많습니다. 이럴땐 늘 요리의 연계성이
중요하게 됩니다.

콩나물국 => 남은 국물에 된장 넣어 된장국 => 남은 된장국에 된장과 돼지고기
더 넣어서 강된장 비슷한 돼지고기졸임. 이런 식으로요... ^~^

아마 우리 남자들은 잘 모르지만, 오늘도 부엌에서는 알뜰한 주부들의 정성어린
고민들이 계속되고 있을 겁니다.

손현님의 댓글

손현

인용:
원 작성회원 : 김기현

요리가 꼭 수고로울 것은 없지만,
정성이 들어갈 수록 먹기는 좋더군요.
물론 요즘은 스스로 요리를 잘 하지 못한다는 표현이,
그외에 다른 부분에서 상당한 능력이 있음을 암시하는 그런 풍토가 꽤 만연되어 있기는 하지만서도....

..



동감합니다.
"요리를 잘 하지 못한다 = 소위 전방위로 잘 나가는 우먼의 이미지?"
생각해보면 그간 팽배했던 "여자는 집에서 밥하는 사람"이란
왜곡된 이미지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저항이란 생각도 듭니다만...
같은 여자로서 저도 경계하는 부분입니다.

lee ju yeon님의 댓글

lee ju yeon

요리라..

올리버의 강한 영국식 영어발음에 웬지 모를 야릇함을 느끼면서
그의 휘리릭하는 듯한 요리를 보면
항상 감탄합니다.

요리란
결국
이를 같이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위한
선물과도 같은 거 아닐까요?

평소에 요리를 매우매우 즐겨하는 사람으로서
최소의 재료로 하는 간단한 레시피는 참 경이로운 부분입니다.

또한,
요리를 몬한다고 떳떳하게 말해도 용서되는
커리어우먼,
저 또한 별로 이뻐하지 않습니다.

김기현님의 댓글

김기현

인용:
원 작성회원 : 손현
동감합니다.
"요리를 잘 하지 못한다 = 소위 전방위로 잘 나가는 우먼의 이미지?"
생각해보면 그간 팽배했던 "여자는 집에서 밥하는 사람"이란
왜곡된 이미지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저항이란 생각도 듭니다만...
같은 여자로서 저도 경계하는 부분입니다.


굳이 시비를 따지고 싶지는 않지만,

표현이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한 번 짚어봅니다.

"여자가 집에서 밥하는 사람"이라나는 이미지가 왜곡된 것이라면,

그에 상응하여 "남자는 밖에서 돈벌어서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왜곡된 것일까요?

굳이 왜곡되었다기 보다는 사회통념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거기에 관련된 불편함을 개선해야 하는 당위성은 차치하고....




..

양정훈님의 댓글

양정훈

스콧 니어링, 제게는 많은 것을 회상케하는 이름입니다.
십여년 전 "조화로운 삶"을 읽고 "바로 이거다" 싶었습니다.
"삶의 원칙"을 정하고 그대로 실행해나간 스콧과 헬렌.
읽은지 하도 오래 되어서 잘 생각나지 않지만,
그들이 정하고 실천해 나간 삶의 원칙 몇가지가 얼핏 얼핏 떠오릅니다.

필요 이상의 돈을 벌지 않기,
집짐승을 길러 그들의 노예가 되지 않고 육식하지 않기,
문명의 이기를 이용치 않고 인간노동만으로 삶을 영위해 나가기,
필요한 노동만 하며 여유시간을 낮잠, 음악과 함께 느리게 살며 즐기기,
바깥 세상과 주기적 유대를 맺고 사회변혁 의지 전파하기,
그리고,
가장 제 가슴에 와닿았던 니어링의 삶의 원칙 - 현대의학의 힘을 빌린 생명 연장의 거부.

공동체적 이상향을 꿈꾸었던 중년의 로맨티시스트 니어링교수는
결국 메카시 우파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아내와 함께 단풍나무 숲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지만,
굳건한 의지와 원칙의 실천으로 공동체적 이상향이 무엇이고
또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를 보여주었습니다.

거름뿌린 밭에서 순수노동으로 거둔 빛깔 선명하고 싱싱한 꽃을
이웃과 나누는 두 로맨티시스트(Romanticist),
그들은 결코 문약한 몽상가 (Dreamer)가 아니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류시화씨가 번역을 맡았는데,
평소 그의 글의 방향과 니어링의 그것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았습니다.

옛 생각이 나서 주절 주절거려 보았습니다.
세상의 로맨티시스트를 찾아 나선 어떤 몽상가...

개인정보처리방침

닫기

이메일무단수집거부

닫기
닫기
Forum
Gallery
Exhibition
Collection
회원목록
잦은질문모음
닫기

쪽지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