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질문모음
  • TOP50
  • 최신글 모음
  • 검색

Forum

HOME  >  Forum

Community

0과 1 사이에서 잃어버린 것들

페이지 정보

본문

한 2년 전에 다른 곳에 썼던 글입니다.
디지털 사진을 취미로 시작한지 조금 지나면서 필름카메라의 느낌이 어떨까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새삼 아날로그에 대한 생각이 새삼 되살아오더군요. 사진이 아니라 음악에 관한 것이어서 조금 생뚱맞기는 하지만, 여기 회원분들은 공감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옮겨봅니다.

한 일주일 정도 있으면 IIIf와 elmar가 집으로 올 예정입니다. 운이 좋았던 걸까요,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선 걸까요...^^
미리미리 manual도 찾아보고하면서 가슴설레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

군복무로 지방에 4-5년 머무를 때, 낮으로는 근무하고 밤으로는 단골 술집 바 뒤편에서 술 홀짝이며 책도 보고, 쥔장 대신 음악도 틀고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뭐... 쥔장이 술먹고, 전 음악틀고 하던게 더 많아지긴 했지요) 헤드폰이나 책상 위 조그만 스피커로 들을 때는 별로 못 느끼던 LP와 CD의 차이를 몸으로 느꼈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마도 훨씬 성능이 좋은 앰프와 스피커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뭐니뭐니해도 음악은 라이브만한 것이 없지요. 좋은 공연이야 말할 것도 없고, 어쩌다 한 번이긴 하지만, 시내의 바에서 무명의 밴드가 연주하는 난생 처음 듣는 jazz곡이어도 웬지 그 약빨(?)은 참 오래 가는 것 같더군요.

음악이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된 것은 오래된 일인데, 요즘 좀 심드렁해졌습니다. 뭣보다도 MP3가 가장 큰 영향이 아닌가 싶더군요. 학교로 집으로 cd를 들고 왔다갔다 하기보다는 아예 MP3로 만들어서 하드에 넣어놓고 듣는데, cd 운반하는, 들을 때마다 갈아넣는 수고(LP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조차도 없이 그저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듣다보니, 음악을 만든 당사자들에게 참 미안하게도 이리저리 폴더를 넘나들으면서, 좀 듣다말고 다른 놈으로, 또 다른 놈으로... (쓰다보니 뭔가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싶은 불안한 생각도 듭니다 -_-a)

엊그제, 우연한 기회에 대구MBC에서 제작한 '생명의 소리 아날로그(제목은 가물가물...)'란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MBC홈페이지의 교양부문에 가시면 무료로 볼 수 있더군요) 충격적인 것이, 디지털음악, 즉 CD나 MP3같은 것이 육체적, 심리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하네요. 음악치료를 LP나 생음악이 아닌 cd음악으로 할 때 별 효과가 없다고도 하고, 식물실험, 태아반응시험 등등 모든 실험에서 디지털음악이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오더군요 (CD와 MP3의 차이는 별로 없었던 듯...). 호주의 초등학교에서는 음악교육을 할 때에 절대로 CD음악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된 tape를 사용할 때에 학생들의 반응이 훨씬 능동적이라고요... 태아의 경우 LP로 녹음된 정악 - 궁중음악이지요? - 에 가장 활발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모짜르트 음악보다도 나았다고 하네요. 태교음악도 디지탈방식이 아닌 아날로그방식으로 녹음하는 것이 있다더군요. 물론 매체는 tape겠지요.

암튼 이 다큐를 보고선, 음악 듣는 맛이 뚝 떨어졌습니다.
적어도 음악에 관해서는 편리함과 영양을 바꾸어버린 패스트푸드만 먹어온 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디지털 (음악 재생) 기술은 아날로그에 최대한 근접한 모습을 만들기 위한 쪽으로 발전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결국 디지털매체라는 것이 '짝퉁'이라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하기는 물결모양의 파동으로 이루어진 소리를 0과 1로 끊어지는 신호로 만드는 그 과정에서 당연히 많은 정보(data)를 잃을 수 밖에 없겠지요.

그렇게 잃어버린 것이 data뿐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편리함을 얻으면서 잃어버린 것들이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추천 0

댓글목록

김재범^^님의 댓글

김재범^^

편리함을 얻기 위해 잃는 것이 너무 많은 세상입니다. 과정이 무시되고, 남의 노력을 너무
쉽게 챙기는 것을 볼 때 회의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김용수JKT님의 댓글

김용수JKT

밥을 굶어가며 LP를 모으던 학창시절의 클래식음악 사랑이 식게된것은 공교롭게도 LP가 CD로 이행되면서 였던것이 김연수_deca 님이 말씀하신 그 이유는 아니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

0과1 사이에서 잃어버린것들......

디지털 기술로 먹고살고는 있지만 와닫는 표현입니다

박상덕님의 댓글

박상덕

전 디지탈 기계들 가지고 노는걸 좋아해서 새로운것만 보면 다 시도해 보는데요....
집에서는 늘 LP를 틀어 놓구있고 술도 막걸리나 동동주를 좋아하고....도시보다는 시골을 좋아하고...카메라도 필름카메라가 좋습니다..
제게 디지탈은 놀이의 개념이고...아날로그는 생활입니다.
어느 한쪽이 아니라 둘다 즐기고 삽니다.
서로의 장단점은 분명 있는지라...
하지만 아나로그가 확실히 맘을 더 움직이는건 분명한 사실인것 같습니다.^^

팀버스/이상길님의 댓글

팀버스/이상길

말씀하신 0과 1사이에서 잃어 버려져서 채워지지 않는 무엇인가 때문에,

요즘 Retro적인 것이 LIFE CULTURE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합니다.
우리가 Classic Camera에 집중하는 것도...필름의 감성을 찾는 것도 그런 영향이겠지요.

갑자기 중학생 시절에 턴 테이블 모양의 '녹음기'라고 부르던 물건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비틀즈,엘비스...폴 모리아.벤쳐스....지금의 카세트 테이프 이전의 롤 테이프가
빙글빙글 돌아가던 그 물건.....

아...LP가 CD로 넘어가던 때 LD(레이져 디스크)도 있었는데...
얼마 못가고 사라져 버렸지만 화질과 음질 모두 좋았었지요.
그 때 열심히 사 모았던 것들을 요즘도 잘 듣고 있습니다.

안도근님의 댓글

안도근

아...주로 md에 음악을 넣어 다니는 저도 역시 귀를 의심해 보아야 하는 건가요?

lp도 조금 가지고 있지만 잘 듣지 않게 되어서 책상 아래쪽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습니다.

無限/박성준님의 댓글

無限/박성준

수동 라디오 라고 해야 하나요??
다이얼 돌리면서 주파수를 맞추는...
다이얼 돌릴때 마다 들리던 그 잡음이 그립네요...ㅎㅎ

김호님의 댓글

김호

예전 오디오동호회에서도 논란을 이르켰던 그 방송이군요...
역시 감성적인 부분에서 LP의 가치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디지털은 해롭다라는 식의 방송내용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가깝다고 봅니다.
이 프로그램의 내용에 따르면 자기들 방송도 해로우니 듣지 말아아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되지요...

freeoj김영재님의 댓글

freeoj김영재

저도 그 방송보고 많은 것이 느껴졌었습니다.
0과 1사이에 잃어버린 것들...
이 제목과 내용 너무 가슴에 와닿네요.
얼마전 디지털피아노사려다가 아날로그의 음을 듣기위해..참 무리해서 중고피아노 샀었습니다만..지금은 만족합니다.
음색과 그 깊이..그 사이의 여운이 디지털의 띵..과는 다르더군요.

이경석78님의 댓글

이경석78

0과1로만 이루어진 바이트코드인가요 메트릭스 영화에 새로로
내려오는 숫자들이 번뜩 생각납니다.

그래서 요즘 아날로그 제품들이 눈에 들어오는건 아닌지.

이상직님의 댓글

이상직

저의 집 어딘가에도 옛날 LP 판이 많이 보관되어 있는데....님의 글을 읽어보니
다시 꺼내서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그런데 판만 있고 틀어주는 기계가 없으니....

개인정보처리방침

닫기

이메일무단수집거부

닫기
닫기
Forum
Gallery
Exhibition
Collection
회원목록
잦은질문모음
닫기

쪽지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