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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눈물 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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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조영범
  • 작성일 : 07-09-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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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시골에 내려왔습니다...아침밥을 먹자마자 부랴부랴 M3와 핫셀을 챙겨가지고 그리움이 그득한 곳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현재 부모님 께서 사시는 곳으로 부터 약 30분 거리에 있는 그곳으로 갔습니다. 저희 조부모님께서 평생을 사셨던 그곳입니다. 전 아주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살지 않고 조부모님과 함께 살았습니다. 약 30년 전이네요....정확히 31년전부터 살던 곳입니다. 제가 17세가 될때까지 그곳 아주 시골에서 살았죠....학교는 시내로 다녔기에 우습게도 제 또래의 친구하나 없었습니다. 쉬는 날은 집에 틀어 박혀 있었거든요...문득 제가 16년을 살았던 그곳이 보고싶었던 것입니다. 저의 빨간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그마을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돌이 되기도 전부터 살았다는 집과 이젠 알지 못하는 사람이 주인으로 있는 제 유년 시절의 집을 둘러 보았습니다. 그때는 정말 멀기만 했던 그 길들이 불과 걸어서 1~2분 정도로 교차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괜히 감동적이기 까지 했습니다. 평상시와는 다르게 제 기억의 길들을 라이카와 핫셀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낮익은 어르신들께서 거리에 한분 두분 보이십니다. 전 잘알지는 못하지만 저희 할아버님의 존함을 말씀드렸습니다. 다른 어르신들을 불러오십니다. 누구네 손자가 이렇게 컸다고....저희 할아버님 ,할머님을 너무 보고싶다고 하시면서 제손을 흙묻은 손으로 꼭 잡아주시더군요.....제 기억에 자리잡았던 것이라면 그무엇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큰 창틀너머로 과자를 팔던 아주 작은 가게도 문을 닫고 그안엔 부서진 의자와 박스테잎으로 붙혀 놓은 유리창만이 절 비추더라구요...우물도 이젠 없었습니다. 계속 걷다가 외진 모퉁이 길로 들어 섰을때 눈물이 나더군요...아주 어릴적 할머님께서 100년도 넘은 흙으로 지은 집이라고 말씀하신 그집이 여전히 있었습니다. 쩍하고 갈라진 흙과 초가를 덮어놓은 무언가에 아주 진하게 이끼가 껴 있었습니다. 아주 낮익은 할머니께서 마루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계셨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느라 혼났습니다. 그때 제 귀에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시네마 천국중 First Youth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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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욱님의 댓글

장욱

그래도 돌아가보실 곳이 있으니 너무 부럽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을 외국에서 떠돌다 보니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사실 이젠 미국 집에 갈 때 "아- 집에 가는구나"라는 느낌이 듭니다.
저에게도 흙집, 점빵, 신작로 등 어릴 때 추억의 돌아갈 곳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향수병에 기름을 붓는 격입니다.
언덕을 넘어서면 내려다 보이는 작은 동리를 포근하게 감싼 산자락과 그리고 거기 눈에 익숙한 무덤들이 몇개 있고, 거기 갈퀴로 긁어모아 검불까지 겨우겨우 한짐 만든 나무짐을
자그마한 지게에 지워 세워놓고
나무 떠먹기를 하자는 동네 형들의 집요한 유혹과 협박에 못이겨 겨우 만든 나뭇짐을
몽땅 빼앗기고 집에도 못들어가고 어두워질때까지 속상해하며 기다리던 그 언덕들이 보일텐데....

아이들과 개구리며 메뚜기를 잡아다 구워먹던 언덕아래 작은 동굴들,
멱감던 작은 듬봉과 저수지들.... 그땐 그리 커 보였는데,
이젠 다만 그리워할 뿐입니다.
덕분에 타향에서 향수에 젖어 어린 날의 그 추억에 빠져 봅니다.
동무들, 그리고 라클 회원님들의 넉넉한 추석을 기원합니다.

이영준님의 댓글

이영준

가고 싶어도 고향에 갈 수 없는 실향민도 있습니다.

지난 5월, 56년만에 거제 유천리를 찾았었습니다.
유천리는 흥남에서 태어나, 흥남부두에서 LST 타고 피난 와 살던 곳입니다.
거제 장승포항에 도착해 어머님 등에 업혀 고개를 넘어 유천리에 도착,
1년 여 살다가, 다시 부산으로 옮겨 2년 정도 살다 1953년에 서울로 와 지금까지...
그 유천리를 지난 5월 다시 찾았었습니다.
당시 젖먹이 때라 아무런 기억은 없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들은 수많은 이야기 덕분에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육이오 당시 15살이셨다는 할아버지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그 어르신 말씀도 하도 오래되어 기억이 별로 안 나신다고...

남쪽에 일가친척이 많질 않아 명절이면 항상 쓸쓸합니다.
더구나 외아들과 며느리도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이라 명절에는 더욱...
오늘 저녁은 더 쓸쓸하게 느껴져 몇 마디...

차원준님의 댓글

차원준

미국생활 이제 1개월째인데...
아직은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나 그런거 생각이 없는데
이 글을 읽으니 갑자기 집에 가고 싶어지는 군요...

박유영님의 댓글

박유영

어린 시절 까마득하게 굽어나가던 미루나무 늘어 선 신작로 길과
여기 끝에서 저 끝까지 아득해 보이던 초등학교 운동장, 정말 작
은 산처럼 느껴졌던 높다란 기와지붕과 당당하던 담벼락들의 위세
가 문득 초라하게 느껴질 때, 그리움의 대상들은 또 한 편으로 애상
의 대상이 되곤합니다.

저도 예전에 36-7년 만에 그리웠던 곳을 혼자서 찾아가선 한 나절
어슬렁거리고 온 생각이 납니다.

그리워서 슬픈 것들, 사라져가는 아니 사라져간 것들에 경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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