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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Lee Seob
  • 작성일 : 07-09-1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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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8~9년 전인가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를 당했더랬습니다. 약 120km로 달려오는 무쏘에 제 변차(?)의 꽁무니가 없어졌던 일이 있었습니다.

어떤 초로의 노 신사분이 시골 처갓집에 농사일 도와주시러 갔다가 막걸리 한 잔 하시고는 옆에 앉으신 사모님이 ‘밟아요’하시는 엄명에 얼떨결에 엑셀레이터를 뒙다 밟으셨는데, 마침 주말이라 앞에 차가 밀려서 비상등을 켜면서 속도를 줄이면서 정지하고 있는 상황을 미쳐 인지하지 못하시고 그대로 제 차 꽁무니와 냅다 키스를 해버렸지 뭡니까.

옆에는 토끼 같은 여식이, 뒤에는 여우 같은 엄처가 졸고 있었고, 혼자서 임기응변으로 그 상황을 헤쳐나가야 했더랬습니다. 차가 밀리기 시작하고, 리어미러를 보니, 시커먼 육중한 하마 같은 차가 밀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는 순간, 모든 상황을 침착하게 콘트롤 해야겠다는 생각이 그 찰나의 순간에도 두뇌를 스쳐갔던 일이 지금도 마치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일단, 오른 손으로 여식의 목과 가슴을 잡고, 몸을 최대한 시트에 밀착시킨 후, 몸을 웅크리고서, 앞 차의 거리를 대충 훑어보았습니다. 약 5미터 정도는 되어 보입니다. 음, 이 정도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일단, 브레이크를 밟아서 속도를 약간 줄인 다음, 아주 부드럽게 브레이크를 밟고 있습니다. 앞 차도 정체로 인해서 속도가 약간 줄어 있는 상태이니, 완급 조절을 잘해야만 생명을 부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른쪽 2차선에는 역시 정차로 인한 차의 행렬, 왼쪽에는 시멘트로 된 차단막이 버티고 있으니, 1차선에서 모든 것을 해결을 해야만 했습니다. 일단 계획은, 충돌 순간 최대로 가속하면서도 앞차에게는 절대 키스하지는 말자, 그렇게 된다면 최소한 뒤에서 졸고 있는 엄처를 깨우는 일은 없겠지….

리어미러를 보니 아직 시커먼 하마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밀고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 상황은 아주 짧은 몇 초간의 상황인데 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듯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상하리만치 너무 생생하게 기억이 나기 때문입니다.) 앞 차와의 간격을 확보하는데 이상무, 옆에서 자고 있는 여식을 우선 안전하게 잡고 있으니, 앞 유리와 헤딩할 가능성 거의 없음, 뒷자석에는 엄처가 비스듬히 좌석에 기대어서 졸고 있으니, 충격이 있을 시에는 옆 이마와 앞 시트가 충돌할 가능성은 있지만 계획대로만 된다면, 약간 움찔할 뿐, 한 번 잠에 빠지면 보쌈 해도 모를 정도이니 어느 정도는 가능성이 있겠다고 판단 완료…

다시 리어미러를 봅니다, 계속해서 밀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제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합니다. 만약 타이밍을 놓치면, 생명이 위태로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칩니다. 자 이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갑니다. 5, 4, 3 가속페달에 발을 얻고 엑셀레이터를 밟습니다. 2 엑셀레이터를 깊게 누릅니다. 1 엑셀레이터를 놓고, 기어를 중립에 놓습니다. 그리고 브레이크에 발을 얹습니다. 0 그리고 충돌합니다. 바고 그 순간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다가는 놓고, 밟았다가는 놓습니다.

와장창 소리가 나고, 제 차는 앞으로 튕겨나가고, 그리고 살며시 브레이크를 밟아서 앞 차와의 키스를 모면합니다. 제 차는 뒷 트렁크가 완전히 없어졌고, 뒷 차는 앞 범퍼가드에 약간의 흠집만 났더랬습니다.

서로 통성명을 하니, 옆 동네 사시는 분이고, 불행 중 다행이도 변차의 1/3이 없어지긴 했지만, 별로 다친데도 없고, 여식과 엄처가 그리 놀란 것 같지도 않의 연락처를 교환한 후 서로 웃으면서 헤어지게 됩니다.

그 후 집사람과 합의를 봅니다. 우리 다음에 차 살 때는 저 무쏘를 사자. 그리고는 같은 회사의 SUV를 구매하게 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그 SUV 동호회에 가입하게 되고, 한 동안 열심히 활동하게 됩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그 때, ‘감초’라는 닉네임을 사용하시던 한의사 한 분을 이 곳 라클에서 만나게 되는군요. 그렇게 열심히 정모에도 참여한 것이 벌써 6~7년 전의 일인데, 세상이란 참 좁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SUV가 없어서인지, 매니아 층이 상당히 많았더랬습니다. 지금은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 다들 그 SUV를 바꾸셨을 터이지만, 저는 아직 7년 된 그 차를 아직 잘 타고 있습니다.

이런 인연을 만들어 주신 라클 운영진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선배님들과도 이 곳에서 좋은 인연의 업을 쌓게 되었으면 참 좋겠군요.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인터넷이란 허공망도 참 좋은 문명의 이기인 것 같습니다.

P.S.
1. 이 글은 어제 올렸다가, ‘감초’님께 실례가 될 것 같아서 내렸었습니다. 운영진 중의 한 분으로 보이는 선배님이 함부로 삭제하지 말라는 엄명이 계셔서 실례를 무릎쓰고 다시 올립니다.

2. 모든 자동차 사고는 과속으로부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30년 무사고 운전을 하시던 분이 무심코 U-Turn하시면서 사고를 당하셔서 운명을 달리하셨다는 얘기를 보험 아주머니에게 자주 듣습니다. 늘 안전운행 하시길 기원합니다.

3. 저와 같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 교통전문가가 아니어서 확신은 못합니다만, 갑자기 차선을 바꾼다거나, 급브레이크를 밟는다거나, 당황하지 마시고, 앞차와의 안전거리만 확보되어 있다면 충돌순간에 뒤에서 덮치는 차와 거의 같은 속도로 주행하는데 중점을 두시면, 저처럼 멀쩡하게 웃으면서 걸어나오실 수 있을겁니다.

4. 제 변차가 첢판이 약했던 것이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그 약한 철판이 구겨지면서 완충역할을 아주 잘 했던 것 같습니다. 늘 방어운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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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원석5님의 댓글

이원석5

사람 사이의 인연이라는게 정말 재미있죠.
항상 행동과 말을 조심해야 되는게 그런 이유이기 때문인듯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하는게 사람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정상훈님의 댓글

정상훈

대단하십니다. 얼굴 붉히지 않고 사고차량을 보내기가 쉽지 않은데...
운전은 항상 조심조심

이채호님의 댓글

이채호

제가 그 SUV동호회에서 감초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채호입니다.
제 고향이 대구라 대구에 계신 이섭선배님과 인사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살던 회원들이 대구라도 들리면 늘 환대를 해주셨죠.
늘 이섭선배님의 따뜻한 정을 기억해 오던 찰나 우연히 이곳에서 이섭선배님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섭 선배님 감사드립니다.
이제 자주 안부 인사 올리겠습니다.
이제 라이카로 다시 맺어진 인연 라이카 수명만큼이나 오래 가길 기원해 봅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이섭 선배님...

Lee Seob님의 댓글

Lee Seob

ㅎㅎㅎ 감초님 대구오시거들랑, 연락주세요. 제가 커피를 워낙좋아해서 (아직 저보다 커피 많이 마시는 분 만나지 못했음.) 아주 멋진 그러나... 아주 꼬닥지만한 커피점빵을 부업으로다가 개설(?)했걸랑요. 사서 마시는 것보다 더 싸게 먹힐거라는 얍사부리한 생각에서 말입니다. Blue Mountain No.1 Hand-drip 으로 대접하겠습니다. 대구 라이카 소굴로 해도 좋을텐데, 물론 라이카 선배님들께는 항상 For Nothing, It's on me!!! 로 다가 쏘겠습니다요. (아이고~~ 공공게시판에 이런 개인적인 얘기를 해도 될라나, 죄송합니다.)

심재명님의 댓글

심재명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도 되는 글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같은 상황이었다면 그렇게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참, 커피를 좋아하고 많이 드신다고 하셨는데, 혹시 믹스커피도 드시는지요?
(커피를 좋아하셔서 커피점까지 가지고 계신 분이 믹스커피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서요.)

Lee Seob님의 댓글

Lee Seob

심재명 선배님 지금 사무실 꼬마 자판기에서 믹스커피 대략 10잔째 마시고 있습니다. 요즘 꼬마 자판기는 아예, 설탕, 커피, 프리마를 섞어서 넣는군요. 설탕이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 종이컵 나오자 마자 다른 용기에 부어서 가라앉은 설탕은 대충 빼서 먹고 있습니다. 에고~ 너무 부루조아 취급하지 마십시오. 그냥 라이카를 좋아하는 것 처럼, 커피를 그저 좋아할 뿐입니다. 늘 긴장하고 깨어있어야 하는 제 직업과도 관련이 있기도 하구요.

김주홍님의 댓글

김주홍

그런 인연도 있군요.
어쨋든, 그렇게 웃으면서 사고차량과 말을 나눌수 있다는게 정말....

저같았으면, 아마 가족이 위험했을거라는 생각에 잠시 이성을 잃었을 수도 있겠다는

아~그리고 저도 커피를 무지 좋아합니다.
이제 자판기커피는 끊었습니다. 이전에 너무 많이 마셔 위가 뒤틀리는 바람에....
이제는 그냥 마시고 싶으면, 사탕을 먹습니다. ㅋㅋ
언젠가 기회되면 커피한잔 부탁드려도 될런지요?
맛있는 커피는 항상 기분을 UP시켜주는게 참 좋거든요.

無限/박성준님의 댓글

無限/박성준

인연이란게...참 재미 있습니다..^^
저도 한참 무쏘 타던 시절에 동호회 활동을 했었는데...(Musso I였나...My Musso 였나??)

그나저나 대구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 나는게 팔공산인데...
팔공산 어느 자락에 블루문 까페는 아직 있는가 모르겠습니다...ㅎㅎㅎ

Lee Seob님의 댓글

Lee Seob

김주홍 선배님 // 언제든 환영합니다.
박성준 선배님 // 지금도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아래 hue(休) 라는 멋진 커피 하우스가 있는데, 인테리어나 공간배치나, 커피맛이나 서비스나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치로 보나 정말 나무랄데 없는 곳이더군요. 그곳 원두의 배전을 제가 아는 분이 하시고 계시더군요. 그 분야에 아주 유명하신 분입니다. 가끔 가서 많이 배우고 오고 있습니다.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면 그런 곳에서 은퇴생활을 하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이장원님의 댓글

이장원

저도 역시 비슷한 사고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없어져버린 엉덩이 속에 카메라 가방이 있었답니다. 차와 한몸이 되어버렸더군요.
저는 긴시간과 순시간이 하나로 섞여버리면서 제대로 대처하지못해서 여지껏 목디스크로 고생하고있습니다. 제 여자친구는 늑골이 다쳐서 몸에 흔적이 남아버렸네요.
선배님들 모두 조심하시고 좋은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 )

심재명님의 댓글

심재명

이선생님, 저한테 선배님이라뇨 당황스럽습니다. 저보다 연배가 위신듯 한데요.
믹스 커피를 여쭈어 본것은 저도 믹스커피를 좋아하는데 혹시 하루에 몇잔 정도가
적당한가에 대해 어떤 말씀이라도 하시지 않을까 해서 여쭈어본 겁니다. 음, 대략
열잔째 들고 계시면 많이 드시는 편이네요..
앞으로 좋은 글/사진 많이 올려주세요. 온라인상으로나마 자주 뵙겠습니다.

無限/박성준님의 댓글

無限/박성준

아...다음달에 귀국 하면...
대구에 한번 들려 hue(休) 라는 곳에 가보고 싶어 지네요...^^*

하...진한 커피향이 그리워집니다...
내일은 한잔 꼭 마셔야지....^^*

이채호님의 댓글

이채호

이섭 선배님 저도 커피 즐깁니다.
대구 가면 당연히 들러야죠~
선배님의 정과 커피향을 느끼러~~

Lee Seob님의 댓글

Lee Seob

감초님, 오늘 ebay에서 구매한 m3+DR summicron 50mm가 도착했습니다. 우편집중국에서 수령했는데, 세금만 20만원이군요. M3 요것 만져보니 정말 물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 eos5, F6로 필름시작했다가, DSRL로 잠시 갔다가, 지금은 병행하고 있고 주로 M8로만 찍고 있는데, 무척 기대가 됩니다. Nature에 근무했던 분의 카메라이고 그 분 손자가 Seller더군요. 라클에는 비교적 M3자로가 많아서 열심히 뒤지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 커피는 음식과 또 잘 맞습니다. 오시게 되면 Message주세요. 전화번호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주홍님의 댓글

김주홍

이전에 남긴글 지금에서야 다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선배님,
저보고 선배님이라니요~, 제가 한참어린 후배인데 제가 실례를 했습니다.
요즘은 커피보단 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다음주면 한국에 잠시 들어가는데 서울가는 길에 대구에 한번 들러서 커피한잔 얻어 마시고 싶습니다. 생각은 그런데, 실행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십시요 이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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