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그 자체가 환희이다.'

저는 베토벤이 전쟁의 상처 속에서 쓰러지지 않고
일곱 번째 교향곡을 작곡할 수 있었던 모티브라고 생각합니다.
살아있음에 대한 찬양이야말로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도달할 수 있는 창작의 궁극적인 지향점일테니까요.

저 같은 범인조차도 가끔은 제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흥분되고
짜릿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것은 사진을 하는 순간입니다.

비록 남과 똑같은 하찮은 결과물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때도 있지만,
제가 찍은 한 장의 사진은 그때 그곳에서
제 감성만이 담아낼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 있었음을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나지막히 적막을 깨는 셔터 소리를 들으면
오늘도 제가 건강히 숨쉬고 이 세상에 살아있음을 느끼곤 합니다.





2007, POSTECH 지곡 연못

ㅣG2+G Planar 45mm F2.0ㅣRollei Retro 400ㅣ EPSON 1640XL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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