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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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박대원
- 작성일 : 07-08-1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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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며눌아이가 쓴 글입니다. ^^
며칠 전이었어요.
딸애가 제 핸드폰을 가지고 한참을 꼼지락거리다가 제 앞에 불쑥 들이밀더군요.
민주 : 엄마, 민주가 이렇게 썼어요.
나 : 와~, 내 강아지가 '주황반 박민주'라고 핸드폰에 쓸 줄도 아네.
민주 : 근데 명품은 어떻게 쓰는 거예요?
나 : ......?
딸애가 뭘 말하는 건지 몰라 저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죠.
민주 : 그게 아니라 명품에이아이지실버보험 써 볼라구.
나 : ......?
민주 : 명.품.에.이.아.이.지.실.버.보.험!
나 : 아~! 그 명품이었어?
다음날 저는 딸애 유치원친구 민지네 집에 놀러가 수다를 좀 떨었답니다.
나 : ...... 아 글쎄~ 그 명품이는 게 그런 명품이더라고요.
민지 엄마 : 우리 애는 ‘골절, 화상, 장기손상, 뇌손상’ 막 이러던데요!
하하 호호 하고 저희들은 웃었죠, 가만히 얘기를 듣던 딸애가 갑자기 끼어들 때 까지는요.
민주 : 엄마~!
나 : 왜, 또~?
민주 : 폭 넓게 보장해드립니다~!
나 : 아니, 얘가!
또 한바탕 웃었죠.
이렇게 그냥 웃고 말았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더군요.
아직 만 4살이 되지 않은 우리 민주, 습자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아이.
텔레비전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입으로 쫑알거리는 것을 볼 때면
언제 저 아이가 저렇게 자랐나 싶어 대견하기도 하고
남들과 다른 기억력을 선보일 때면 자랑스럽기도 하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왠지 모르게 걱정스런 마음이 슬며시 나기도 하고요.
"아이가 내 팔과 품 안에 품을 수 없을 만큼 자라게 되면
(아니, 요즘은 그렇게까지 걸리지도 않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세상의 한복판에 내놓아야 한다.
언제까지고 엄마인 내가 보지 말아야 할 것과 듣지 말아야 할 것을 가리며
아이의 눈과 귀를 막아줄 수는 없는 것이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키워야 되는데......
엄마나 아빠의 도움 없이도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내가 얼마나 더 현명해져야 할까.
아이들은 거울처럼 물처럼 세상을 그대로 비춘다.
그러니 내가 포함된 세상이 더 이상 탁해지지 않기를,
그래서 적어도 내 아이가 엄마가 되었을 때는
마음 놓고 자신의 아이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되기를......!"
- 하면서 저는 두 손을 마주잡았습니다.
며칠 전이었어요.
딸애가 제 핸드폰을 가지고 한참을 꼼지락거리다가 제 앞에 불쑥 들이밀더군요.
민주 : 엄마, 민주가 이렇게 썼어요.
나 : 와~, 내 강아지가 '주황반 박민주'라고 핸드폰에 쓸 줄도 아네.
민주 : 근데 명품은 어떻게 쓰는 거예요?
나 : ......?
딸애가 뭘 말하는 건지 몰라 저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죠.
민주 : 그게 아니라 명품에이아이지실버보험 써 볼라구.
나 : ......?
민주 : 명.품.에.이.아.이.지.실.버.보.험!
나 : 아~! 그 명품이었어?
다음날 저는 딸애 유치원친구 민지네 집에 놀러가 수다를 좀 떨었답니다.
나 : ...... 아 글쎄~ 그 명품이는 게 그런 명품이더라고요.
민지 엄마 : 우리 애는 ‘골절, 화상, 장기손상, 뇌손상’ 막 이러던데요!
하하 호호 하고 저희들은 웃었죠, 가만히 얘기를 듣던 딸애가 갑자기 끼어들 때 까지는요.
민주 : 엄마~!
나 : 왜, 또~?
민주 : 폭 넓게 보장해드립니다~!
나 : 아니, 얘가!
또 한바탕 웃었죠.
이렇게 그냥 웃고 말았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더군요.
아직 만 4살이 되지 않은 우리 민주, 습자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아이.
텔레비전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입으로 쫑알거리는 것을 볼 때면
언제 저 아이가 저렇게 자랐나 싶어 대견하기도 하고
남들과 다른 기억력을 선보일 때면 자랑스럽기도 하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왠지 모르게 걱정스런 마음이 슬며시 나기도 하고요.
"아이가 내 팔과 품 안에 품을 수 없을 만큼 자라게 되면
(아니, 요즘은 그렇게까지 걸리지도 않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세상의 한복판에 내놓아야 한다.
언제까지고 엄마인 내가 보지 말아야 할 것과 듣지 말아야 할 것을 가리며
아이의 눈과 귀를 막아줄 수는 없는 것이다.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키워야 되는데......
엄마나 아빠의 도움 없이도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내가 얼마나 더 현명해져야 할까.
아이들은 거울처럼 물처럼 세상을 그대로 비춘다.
그러니 내가 포함된 세상이 더 이상 탁해지지 않기를,
그래서 적어도 내 아이가 엄마가 되었을 때는
마음 놓고 자신의 아이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되기를......!"
- 하면서 저는 두 손을 마주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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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선근님의 댓글

심각(???)하게 글만 읽어 내려오다 보니...
끄트머리에 깜찍한 민주가 활짝 웃어 주는군요.
이제야 긴장좀 풀었습니다.^*^
장욱님의 댓글

이제 60줄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데 13살인 아들 녀석은 언제 자라 저렇게 예쁜 손녀를 보게 해줄지.
저를 보고 있으면 현명하다는 것과 나이는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들 녀석이 저를 "단무지"라고 부르는걸 보면.
"단순무지"하다고 단무지랍니다.
그것도 무지 귀여운.
선배님, 무더위에 건강하시죠?
다시 아미고스에 뵙게 되기를 기다리며.
지건웅님의 댓글

"내가 포함된 세상이 더 이상 탁해지지 않기를 ..."
우리들의 미래를 위해서.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재유님의 댓글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얼마전에 아는 분이 손녀를 보셨습니다. 이분들 매일 손녀를 보러가고싶은데 아들내외한테 한소리 들을까바 걱정에 걱정을 하시다가 그냥 멀리 놀러갔다가 못참으시고 다시 돌아오시더라구요. 갑자기 그분들 생각이 나네요...
사진에 손녀분과 웃는 모습이 많이 닮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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