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1250일만에 맺어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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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김현식
- 작성일 : 07-08-19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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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제가 대학신문사 사진기자였던 시절입니다.
'전국대학신문학생기자연합' 행사에서 한 여학생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보다 2살 어린 앳된 얼굴의 대구교대 학교신문사 사진기자 였습니다.
자기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링을 가리키며 '끈데요, 이게 모하는거에요?' 하며 첫 대화를 시작한 것 같습니다.
중고로 샀다는, 포커스링 뻑뻑한 50mm 마이크로 렌즈가 달린 fm2를 매고선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애' 같은 모습이 재밌었습니다.
'있쨔나요~' '끈데여~' 하는 대구말 억양도 귀엽게 들리고,
음악만 나오면 어린이처럼 율동도 하는, 순수함의 매력에 끌려 친구가 되었습니다.
같은 사진기자 분과여서 그 뒤로도 몇 번 취재 일로 만날 일이 있었고,
사진이론따위에 대해 이것저것 가르쳐 주면서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각자 연인이 있었고, 굳이 사귀는 사이가 아녀도, 알고지내기만 해도 참 좋을 것 같아
무리한 욕심은 일찌감치 포기했었습니다.
그 친구는 연애도 하고, 임용시험도 치르고, 전 군대도 다녀오고,
군대에 있을때도 1~2달에 한번씩 제가 먼저 연락해 안부 묻고, 하면서
그사이 1250일이 지났습니다.
그 친구는 이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서로가 연인 없이 바쁘게 살고있던 요즘 어느날, 문득
'아무리 친구도 좋다지만, 이러다 그 친구 시집가버리면? 유부녀랑 친구할 수 없잖아! '
하고 불안해졌습니다. 여자는 결혼적령기가 빠르니까요.
남편있는 유부녀랑 이전처럼 친하게 지내는것도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목소리만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사람에게서 청첩장을 받는 것은 괴로울 것 같았습니다.
조급해진 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고, 결정적으로 이재유선배님의 조언에 힘입어
친구가 재직하는 전교생 8명인 산골짜기 초등학교에 4시간 걸려 찾아가 아이들과도 놀아주고,
레시피만 달달 암기한 채로 서울로 초청해 엉터리 스파게티 요리도 해주고,
전화로 재밌는 이야기도 들려주고, 하며 시나브로 그 친구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무지 친구이상으론, 남자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연애할 마음 없다' 고 톡 쏘아붙이던 그녀와
직선거리 290km를 극복하고 10일 전, 연인이 되었습니다 ^-^
사실 지금도, 토요일을 이용해 대구에 내려갔다가 얼굴 보고 새벽기차로 올라오는 길입니다
내외가 같은 취미를 가진 선배 회원님들이 참 부러웠는데,
이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두근두근 합니다.
'애기 장구 치면서 전화로 자장가 불러주세요' 하는 여자친구의 농담을 곧이듣고,
밤새 제리뽀 용기 두개를 붙여 만든 '장구'를 면봉으로 통통 치면서 전화로 자장가
불러줍니다. 그래도 피곤한 줄 모르고 귀찮은 줄 모르는 제 모습이 신기합니다.
1250일전 사진이 만들어준 인연에 참 즐겁습니다. 사진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3년전, 조리개가 뭔지 물어보는 그 친구에게 모른다고 답했던들 이런 인연이 되었을까요
결혼까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5년내로 가입시키고 청첩장 띄우겠습니다.
댓글목록
김용수JKT님의 댓글

축하드립니다......
좋은인연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지요
영원히 계속할 수 있는 좋은 사이가 되시길 빕니다
강웅천님의 댓글

뭇 사내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연애담으로 게시판을 달구시더니 드디어 제착을 찾으셨군요 ^^
원래 '가까운 곳에서 찾으'라는 명언도 있었습니다만,
올 가을에는 '오메~ 단풍 들 것'습니다.
주낙형님의 댓글

먼저 축하합니다.^^
매주 토요일 대구로 그리고, 새벽기차로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가요!!!!
좋은 소식 기대합니다.
손현님의 댓글

오래전에 쓰신 연애담을 잼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댓글을 쭉- 읽고보니 인연이 아니셨던 듯 합니다.
이 분과의 인연은 오래토록 잘 엮어갔으면 합니다.
10일이라... 환상의 스타트네요.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나. 쩝.ㅋㅋ
김병인님의 댓글

미인이 물어보면 모르는 것도 안다고 해야죠... ^^;
축하해요...
언젠가 충무로에 두분이 나오면 여름엔 팥빙수, 겨울엔 코코아 사드리겠습니다. ^^;
박대원님의 댓글

축하합니다!
좋은 緣을 빕니다. ^^
신 인수님의 댓글

축하드립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다음에(ex. 100일 기념) 라클 회원님들한테, 여친 핸드폰으로 문자 부탁해 보세요...
그럼 저도 문자 보내 드릴게요...
장재민님의 댓글

먼저 축하합니다.
저도 사진으로 작업해서 성공했지만 왠지 결혼 뒤엔
손을 놓고 말더구요. 같은 취미 가지는 것이 의외로 힘듭니다.
제가 아무 평도 할 수없는 종목으로 변경하더군요.
계속 같이 가시길 바랍니다.
김용수JKT님의 댓글

장재민님.....
흐흐흐흐............ 혹 이리저리 구박하신거 아닙니까 ? 가르침을 핑계로 말이죠
저도 내자가 신방과 출신이라 대학때 내자의 사진학 도와준다고 같이 많이 찍으러 다녔습니다만......... 학기 끝나자 다신 카메라 손에 않잡더군요
나중에 결혼하고 한참 지나 물어보니 제가 은근히 구박해서 자존심 상했다는겁니다
부부지간에 같은 취미 같기어려운 이유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
최결님의 댓글

축하드립니다 ^^
너무 부러운데요?
김현식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대선배님들이 축하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사진은 안찍고, 자꾸 연애얘기만 올려대서 송구합니다..
나중에 둘이서 토요일에 충무로나가면, 김병인선생님 위치를 반드시 수소문하겠습니다.
유상준님의 댓글

와~ 멋지세요...
1290...일...
대략...제가 지금의 여자친구와~ 한창~즐거울때 이군요...
뭐...
물론 아직도 즐겁습니다~^^*
축하드려요~
장욱님의 댓글

우-와- 부럽- 부럽-
우-와- 무지 귀엽삼 (용서하세요. 제가 왜 흥분하는지)
그런데 김현식 선배님 무지 닭살임
"애기 장구 치면서 전화로 자장가 불러주세요' 하는 여자친구의 농담을 곧이듣고,
밤새 제리뽀 용기 두개를 붙여 만든 '장구'를 면봉으로 통통 치면서 전화로 자장가
불러줍니다."
청첩장 올리시면 저희들 떼로 몰려 갈깨요. 그리고 여친 서울 올라오셨을 때 또는 부산 오신다면 남는 시간 있으면 연락하세요. 제가 무지 마이 엄청 울트라 그랜드 ... 쏠테니.
우-와- 나도 장가 가고 싶다 (퍽- 퍽- 퍽-)
황중수님의 댓글

축하합니다~~~
개인적으로... 유부녀 친구 상관없다 주의지만..
연인이 되는 편이 좋겠죠 ^^
그 정성과 열정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JK이종구님의 댓글

김현식님. 이번엔 진짜인거죠? 청첩장 기다리겠습니다. ㅋㅋ
이 기 성님의 댓글

축하합니다..^^
20여년전 제이야기같군요.
밤새300km달려가 겨우1시간 얼굴보고 내려왔던적도 있었지요..
김현식님도 부디 그분과좋은 因緣되시길 바랍니다..
김현식님의 댓글

이기성선배님께 : 이선생님께서 20년 전 하셨던 일을 이제 제가 하고 있네요^^ 저도 좋은 인연 만들고 싶습니다.
이종구선배님께 : ^-^ 으히히 이번엔 진짜 맞습니다! 여자친구 찍어주기엔, 이제 바로 앞에서도 찍어줄 수 있으니까 물려주셨던 SUMMILUX35ASPH가 딱인데...
황준수선배님께 : 유부녀...아직 미혼인 제겐 괜히 단막극 '사랑과 전쟁' 에서와 같은 무시무시한 가정 불화의 범인이 될까봐 두려웠습니다 ㅠㅠ
장욱 선배님께 : 아이쿠, 제게 '선배님' 호칭 절대 가당치 않으십니다!! 근데..이제보니 제 행동이 정말 닭살은 닭살이었네요...
유상준2 님께 : 1290일 넘게 한 여자분만 사랑하신 정렬이 더 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이재유님의 댓글

오호~~ 해내셨군요......ㅋㅋㅋㅋ 예전에 올리신 글에 막 데쉬하시라고 글올린거 생각나네요...ㅋㅋㅋㅋㅋ
축하축하 펑 펑(불꽃놀이 소리~^^)
김병인님의 댓글

억지로 수소문 안하셔두 됩니다.
토요일이면 늘상 그자리에 있으니까요... ^^;
김현식님의 댓글

그럼 저번에 뵈었던 '그자리'로 언젠가 찾아뵙겠습니다 ^^
원 작성회원 : 김병인
억지로 수소문 안하셔두 됩니다.
토요일이면 늘상 그자리에 있으니까요... ^^; |
김선근님의 댓글

김현식님,
사진이 맺어준 좋은 인연 잘 지켜 나가시길 바라겠습니다.
한때 맘 고생(?)하실때도 있었죠.^*^
힘들어도 힘들다는걸 느낄수 없는 행복감, 부럽습니다.
저는 사진이 인연하나 안만들어 주나 ㅋㅋㅋ
김주홍님의 댓글

이전에 다른곳의 글도 읽은적이 있는데,
좋은 인연 잘지켜나가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찍을수 있는 사람보다 행복한 사람은 이세상에 없습니다.
전 아직도 못찾았는데....부럽기만 합니다. 연애하는것 만큼 그 분과의 이쁜 추억많이 찍으세요.
김형배님의 댓글

오오~
사진으로 맺은 인연이라..
축하합니다..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시겠지만..
더욱 좋은 결실을 맺을때 까지
피치를 좀 더 올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
박태준™님의 댓글

우와~ 완전 축하드립니다. 너무 부러운걸요 ㅎㅎ
예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언제 식사나 한 번 같이 하시지요~
덧. 그 때 주신 렌즈캡 잘 쓰고 있습니다
정지웅71님의 댓글

예쁜 연애를 시작하셨군요
참 보기 좋습니다
그리고 많이 축하합니다~
조효제님의 댓글

좋은 추억, 좋은 인연...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
이후에 원하시는 좋은 결실을 맺으시길 기원합니다. ^^
김인택님의 댓글

축하 합니다
좋은 인연, 끝까지 이어질것을 믿습니다^^*
김 민 석님의 댓글

몇일전 김현식 선배님의 다른사연을 읽은적이있습니다.
마치 전차남 같은 모습과 전차남 같지않은 결말에 못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역시 "전차남"이 맞으시군요 ^^
진정한 로맨티스트 앞으로 계속 행복하실겁니다.
축하드려요~
신진호님의 댓글

축하드립니다. ^^ 즐거운 만남 이어가시기를...
진명도님의 댓글

축하드립니다... 청첩장 곧 돌리시길 바랄께요..^^
이 정희님의 댓글

김현식님...매번 연애경험담 참 제 가슴이 설레이게 잘 읽고 있습니다.
(이런 글 써도 되나?....혹시 그녀가 보면 기분이 안 좋을수도있을듯....)
어쨌던 매번 참 감동적인 청년이신듯합니다.
사진으로 맺은 인연...소중하게 이어가길 빌께요.^^
정웅태님의 댓글

축하합니다. 인연이 가까운데 있었군요.
연예시작한지 10일되었을때의 감정, 다시 느껴보고 싶어요~~
송석민님의 댓글

축하드립니다.
미인이시네요.
원종문님의 댓글

축하드립니다~
멋진 내용이네요~
아름다운 인연 예쁘게 오래오래 만들어 가시길~^^
신홍준님의 댓글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
오늘 라디오에서 '김동률의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데 갑자기 전율이 오더군요.
이젠 결혼해서 앞으론 느낄 수 없는 감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니 약간은 슬프더군요.
좋은 인연 꼭 이루시기 바랍니다.
강대원1님의 댓글

와우 좋은 인연 되세요
이영호님의 댓글

좋은 인연 만드시길 바랍니다.....
두 분이 잘 되어 결혼을 생각할때 쯤 제가 두분 모습 사진 한 장 찍어 드리겠습니다~
^^
미인이시네요~
freeoj김영재님의 댓글

축하드립니다..멋지신데요~~~^^*
남성훈_-_님의 댓글

와 감동입니다.. 소설같은 이야기네요... ^^
두분다 아름답네요 ^^
언제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Jongseong Lee님의 댓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제 가슴까지 설레게 만듭니다. 아름다운 사랑 평생에 마음 속에 사진으로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김태희님의 댓글

축하드립니다.
좋은인연으로 맺은연인이네요, 행복하세요.^^
윤대호님의 댓글

결국 해내셨군요...축하드립니다,
장수풍뎅이 먹이던 제리뽀가 아직 남았나 찾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