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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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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장충기
  • 작성일 : 07-07-2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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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에 근처 개천으로 산책 나갔다가 학교에서 귀가하는 초등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사실 만났다기 보다는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하여야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이놈들이 징검다리 위에서 장난을 치길래 재미있게 바라보며 사진을 몇장 찍고 있었는데, 한 녀석이 자신의 신발 주머니를 개울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한녀석은 "엄마에게 새걸로 사달라고 해!!! " 라는 한심한 소리를 해 대고...
다른 녀석은 " 그 안에 실내화 들었어!!!" 라며 자신의 신발을 벗고는 개울에 뛰어 들려고 합니다.
신발 주머니를 개울에 빠뜨린 녀석은 어쩔 줄을 모르며 친구에게 소리칩니다.
"야! 빨리 들어가!!!"
참, 기가 막힙니다.
그 사이에 신발 주머니는 둥둥 잘도 떠내려 갑니다.
이미 그 자리에서 잡기는 틀려 버렸습니다.

어쨌거나, 제가 신발주머니를 물에 빠뜨린 녀석에게 말합니다.
"거기 서 있지 말고 빨리 저 밑으로 내려가봐!!!"
녀석이 말을 알아 듣고 후다닥 뛰기 시작합니다.

저도 슬슬 개울을 따라 내려가 봅니다.
신발 주머니는 물결을 따라 천천히 내려 갑니다.
앞서간 녀석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내려 가다 보니 중간에 발을 디디고 신발주머니를 꺼낼 만한 장소가 눈에 보입니다.
얼른 개울가로 내려 서니 구두가 온통 진흙에 더렵혀집니다.
할 수 없습니다.
이미 지저분하여 진 것, 신발 주머니라도 건지면 그나마 보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신발주머니가 둥실둥실 떠내려 옵니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손이 닿을 듯 말 듯 합니다.
허리도 안 좋은데...
라고 생각을 하며 손을 뻗치니 간신히 닿긴 했는데 손에서 미끄러져 나갑니다.
다시 한번 힘껏 손을 뻗어 이번에는 미끄러운 표면을 피해 가장자리를 잡습니다.
물이 가득차서 제법 무겁습니다.
놓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조심조심 물 밖으로 건져 냈습니다.
신발 주머니 가득 물이 들어 찼습니다.
거꾸로 뒤집어 물을 빼내며 잃어 버린 녀석은 어디쯤 있나 생각해 봅니다.
너무 멀리 있지 않으면 좋은데...

신발 주머니를 휘둘러 물을 빼면서 녀석을 찾아 내려 갑니다.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징검다리에 녀석이 서 있습니다.
최근에 내린 비로 징검다리는 반 쯤 물에 잠겨 있고, 녀석도 물에 발을 담근 채 이미 내가 건져 버린 신발 주머니가 이제나 내려 오려나 하고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꼬마야!!!" 하고 두어번 불러도 대답이 없더니 조금 큰 소리로 부르자 저를 바라봅니다.
내가 신발 주머니를 들어 보이자 녀석이 반갑다는 듯이 뛰어옵니다.
껑충껑충 뛰어옵니다.
그리고는 내가 내미는 신발 주머니를 받아 들고는 생뚱맞게 한다는 소리가...
"저 신발 다 젖었어요."

ㅎㅎㅎ
그녀석, 아저씨 구두도 진흙에 엉망이 되었단다....
녀석을 보내고 잠시 개울가에 앉아서 진흙으로 엉망이 된 구두를 개울물로 씻어 냅니다.
날씨는 흐리고 아침에 회사일로 골치가 아팠지만, 그리고 고맙다는 인삿말도 못들었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옛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해준 녀석이 밉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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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박영주님의 댓글

박영주

녀석들 아찌한테 고맙다고 말해야지.
좋은 일 하셨네요.^^ 복받으실 겁니다. 꼬~옥

저도 비오는 날 우산을 준비못해 신발 주머니를 뒤집어 쓰고 집에 왔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머리에는 모래 범벅이 되었죠.^^
그 어린 시절이 그리워 집니다.

JK이종구님의 댓글

JK이종구

아, 선배님께서 물에 빠지셨는줄 알고 놀랬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청계천을 보여주러 갔다가 유모차가 혼자 굴러 청계천에 빠져버렸습니다.
아이는 제가 안고 있어서 빈 유모차 혼자 빠졌지만, 청계천에 놀러온 사람들은 아이가 유모차와 함께 빠진줄 알고 많이들 놀랬습니다.
다행히 저와 제 신발만 청계천 맑은물에 빨래를 했습니다. ^^

한수길님의 댓글

한수길

물에 빠졌다기에 카메라와 함께 물에 빠지셨다는줄 알았습니다 ^^

강정태님의 댓글

강정태

카메라를 물에 빠뜨리지 않았으니 유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실 수 있겠습니다.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권대권님의 댓글

권대권

라이카 카메라를 물속에 빠뜨리고 나면 다시 쓸수 있을가요? 갑자기 궁금해 나는 군요..

장욱님의 댓글

장욱

휴- 카메라가 아니었군요
다행입니다

無限/박성준님의 댓글

無限/박성준

제목 보고 사람일까? 라이카 일까? 했는데...신발들 이였군요..^^;
휴우~~~...

신 인수님의 댓글

신 인수

카메라가 물에 빠진 줄 알았습니다...

홍수동님의 댓글

홍수동

저도 카메라가 빠진줄...
다들 속으셨네요... ㅎㅎ

장충기님의 댓글

장충기

제목을 "물에 빠졌다."고 하였더니 속으셨다는 분들이 계시네요.
의도치는 않았지만 죄송합니다.
제목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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