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미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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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양정훈
- 작성일 : 07-07-1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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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궁합을 잘 맞추어 왔던 M50 asph를 변심한 애인이 늘 그러하듯,
어느 날 뜻도 없이 버리고 M50 크론과 새 살림을 시작했습니다.
크론과의 새살림도 잠시,
날이 갈수록 조강지처 M50 asph 이 그립습니다.
“음, 크론의 이 장면, asph f/8 쯤으로 찍었으면 분위기가 사뭇 달랐을거야…”
“세상의 표정을 잡는 데에는 크론의 과학보다, 룩스의 서정이 제 격인데…”
떠나간 M50 asph 과의 재결합을 간절히 원하고 있을 때,
충무로 아미고스 쪽에서 갑자기 바르낙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쌔앵~하며.
우아한 아름다움에 반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장만한 것이,
바로 IIIF와 들락 거리는 레드엘마.
IIIF도 그렇지만 그 명성 자자한 레드 엘마를 바라보며,
“그래, 이 놈으로 사진 한 번 만들어 보자” 했습니다.
레드엘마로 4롤을 찍어본 후,
저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비교적 깨끗한 렌즈였는데도 불구하고,
레드엘마가 보여준 해상력과 콘트라스트는
M50 asph 룩스를 더욱 간절히 생각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르낙과 M 바디.
두 녀석 모두를 만족시킬 룩스는 없을까 하는데,
눈 앞에 M변환 링을 끼고 있는 L룩스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그래 아쉽지만 asph 전에 이걸 한 번 써보자. 가격도 asph보다 착하지 않은가”
결과는 대만족. 지금도 asph 룩스 생각을 버릴 수 없지만 말입니다.
사진에 정감이 새록새록 묻어 납니다. 까탈스럽지 않고 수더분한 정감이.
세상사람 살아가는 모습을 털털하게 잡고 싶다면 L룩스가 바로 임자가 아닐런지요.
귀부인 같은 은빛 고운 겉모습과 달리 L룩스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는
밤 늦은 시간 포장마차에 정다운 지인과 마주 앉아 소주잔을 부딪치고,
시장 바닥에서 작은 돈을 흥정하며 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감있는 모습 바로 그것 같습니다.
특히 f/5.6에서 f/11 사이에서 만들어주는 L룩스의 이미지에는
정말 반해 버리겠습니다.
제 좁은 소견으로는,
현행 크론은 기동성과 함께 정확한 이미지 전달이 필요한 다큐멘타리에 제 격이고,
L룩스는 “세상 따져가며 살기 싫다. 손해 좀 보더라도
사람들과 정겨운 마음을 나누며 살고 싶다” 는 사진을 찍고 싶을 때
함께 가지고 나가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asph 룩스는 기동성을 빼고 나면 현행 크론과 L룩스를 조합한 기분입니다.
L룩스보다 현대적 이미지 느낌이 보다 강렬하지만,
넓은 조리개에서는 그런대로 정감있는 사진을 만들어 주기도 하더군요.
아무래도 전 이 세 녀석 모두를 끼고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구를 중전으로, 누구를 빈으로, 누구를 귀인으로 해야 할지
마음 정하기 쉽지 않습니다만,
요즘 같으면 L룩스를 중전 자리에 앉히고 싶습니다.
다른 녀석들 불만 좀 있겠지만, 뭐 상감 맘 아닙니까?
모자란 제 사진 넉 장 붙입니다.
처음 친구 사진은, L50 Lux+IIIg,
두번째 이방인 두 여인 사진은, M50 asph Lux+MP,
세번째 양산 쓴 사람 사진은, M50 cron current+MP,
네번째 고속버스 여정 사진은, Red Elmar+IIIf 입니다.
제 기억으로, 넉 장 모두 f/8 이었던 것 같습니다.
필름은 400tx.
댓글목록
이용규님의 댓글

좋은 사진 잘 봤습니다.
마침 저 역시 iiif와 M 바디에 일본한정판 summilux 50mm를 쓰고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여러 50mm의 특징을 양선배님처럼 말로 표현하는 것이 저에게는 쉽지않지만... 이 쥬미룩스도 저에게 큰 만족을 주는 렌즈 중 하나입니다.. 동지를 만난 기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미 갤러리에 올린 사진이지만 여기에 다시 링크 걸어 봅니다.
김봉섭님의 댓글

카페에 이런 멋진 사진 올리면 반칙입니다... ^^
양선배님의 엠과 바르낙과 함께하는 L룩스는 참 행복할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하효명님의 댓글

세번째 사진 사모님 여전하시군요.
렌즈따라 그때 그때 변하는 사람 취향이 참 묘합니다.
사진 감상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욱님의 댓글

후드 내장형 Summilux 50mm에 행복해하며 지금까지 살았는데
정말 너무 하세요
이용규님의 댓글

일본 한정판 쥬미룩스도 후드 내장형입니다... 후드 내장형 M마운트 summilux를 써 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렌즈의 성능에 있어서는 후드 내장형 M마운트 렌즈와 다를 바 없을 겁니다.. 그러니 장욱님 더무 섭섭해 하실 필요없습니다.^^
김규혁님의 댓글

선배님, 전 모두 좋아 보입니다... 그러니 모두 다 장만하셔서 그때 그때... ㅎ
이영준님의 댓글

저도 50mm Summilux f/1.4 screw를 사용합니다.
IIIf에 비해 너무 렌즈가 커보여서 그렇지...
아주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 기본 렌즈를 screw lens로 갖추었습니다.
21mm Super Angulon f/4도 original mount 떼어내고 어뎁터로만 사용하고...
50mm Summilux, 35mm 6군8매까지...
어뎁터만 끼우면 M에서도 사용할 수 있기에 더욱 애착이 갑니다.
박영주님의 댓글

사진들이 모두 좋습니다.
이 좋은 사진들 갤러리에 올려 주셔요..
최성호님의 댓글

자꾸 이런 식으로 좋은 사진들에 Lens 자랑 슬쩍슬쩍 하시면,
일명, 뽐방법 (뽐뿌방지법 Super 50조)으로 선배님을 提訴 할랍니다... ^^
이요셉님의 댓글

L마운트는 아마도 최소초점거리가 1m 일테니
뽐뿌 받으시는 분들은 M마운트의 70cm 최소초점거리로 위안을 삼으셔도 되지 않을까요
신용승님의 댓글

저도 얼마전 지인께 50미리 스미룩스 asph이전버젼을 양도했는데요.
지금까지 써본 라이카 렌즈중에 가장 성능이 좋은 렌즈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없이
5omm summilux 후드 내장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양선배님, 3개의 50미리 렌즈를 정실부인, 후실부인, 애인 삼아 외출하실때 마다 맘에 드는 부인(?)과 함께 같이 나가신다니.. 부럽습니다.
늘 좋은 사진과 가르침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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