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와 Portr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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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손현
- 작성일 : 07-06-28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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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OF「그려낸 것」의 뜻에서〕 n.
1 초상(화);인물 사진;흉상(bust)
2 생생한 묘사;꼭 닮은 것
3 《구어》 구경거리
portrait·ist n. 초상화가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모두 사진기 앞에선 "하나, 둘, 셋... 김치(혹은 치즈)"하고 사진을 찍고, 찍힌다. 언젠가 수학여행 때 사진을 보니 이건 무슨... 오토메틱 로봇이다. 자동적으로 올라가 있는 브이자 손가락. 치과의사 선생님 앞에서나 어울릴 법한 '이-'하는 입모양새. 그나마 치아가 가지런하니 다행이다. 내가 어려서 그런가. 세련되지 못해서 그런가. 근데 그 문제가 아니다.
요 며칠 용기내어 지인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드는 생각은, 자신이 피사체가 됨을 감지하는 순간 그 사람의 오리지낼러티는 오간 데 없이 사라진다. 그나마 소시적이 낫다. 되려 수학여행 때 짠-하고 브이를 그리던 시절이 더 낫단 생각이 들 정도다. "그냥 편하게 있어봐." "어색하면 나한테 무슨 말이라도 해봐." "야. 그냥 웃어." 오기가 생겨 다시 찍고, 또 찍고 하지만... 그 뻣뻣함을 고스란히 인화물로 확인한다. 그렇다고 모델과 같은 현란한 포즈가 또 대안일까. 그건 잘 모르겠다. 엇비슷한 경험담이지만... 가령, 한 여배우가 있다. 영화 현장에선 별 난리도 아니다. 한마디로 골질을 해댄다. 헌데 카메라만 들이대면 그녀의 인성은 예술로 변한다. 이런 경우 사실 개인적으론 최악의 포트레이트라 생각한다. 아마 그 여배우의 진실된 모습보다는, 이미지 메이킹된 모습. 아이콘으로서의 초상화가 더 어울릴테지. 근데 또 사진의 진실성이 피사체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 * *
일 때문에 동양화 관련된 서적을 거의 1년동안 쌓아놓고 보고 있다. 매일 들여다보니 어느새 학습이 되고 있다. 특히 한국화에서의 초상화를 보면, 그 사람의 모든 삶이 농축되어 있다는 느낌을 간혹 받곤 한다. 다빈치의 여러 데생들에서 보이듯, 세련된 서양화에서 추구하는 완벽한 신체 비율보다는, 동양화는 어딘가 좀 엉성한 듯 하지만 오히려 대상의 삶의 드라마가 읽히는 것 같다. 외적인 요소보다 극사실적인 치밀한 묘사를 통해 삶의 정신이 엿보인다. 개인적으론 혜원 신윤복의 역작 '미인도'의 경우 전신화로서 가장 그 느낌이 강하게 와닿는데. 그 느낌은 차후에 다시 말하도록 하자. 대강 썰을 풀기엔 아까운 그림이다.
며칠 전에 서점에서 브레송이 찍은 여러 사람들의 초상사진을 접했다.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교보문고에 서서 한참을 보는데 남다른 감동이었다. 몇몇 사진 한장 만으로도 전기영화의 시나리오도 나올법한 느낌을 받았다. '미인도'를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사진들이 있었다. 수십 년 전의 사람, 그것도 인류 역사에 당당히 이름자를 남긴 그들과 대화도 나눠본 적이 없지만. 사진을 통해 그 사람의 삶의 측면을 상상할 수 있다는 건 무척 흥미로운 일이었다.
내가 간과하고 있던 것은 역시 피사체의 소통인가 싶다. 평소의 무감각과 무심함도 한 몫 한다. "사진 찍어줄게." "야.. 무슨 사진이냐." 그냥 덥썩 찍기도 하는데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카메라 꺼내들면 두 부류다. 짜증내거나 가식적인 포즈를 취하거나. 이런 사진은 싫은데. 싫은데. 허나 내가 변해도 어떻게 변해야 할까. 파고들면 들수록 어려운 문제다. 카메라를 들이댄다고 모든 이들의 삶이 적당하게 찍혀져 나오는 게 아닌 것처럼. 동양화와 브레송의 포트레이트 사진들이 한층 더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흠......
댓글목록
손영대s님의 댓글

브레송의 유명인사 스냅들의 경우..
일단 유명인사들의 스냅인것..도 있고..찍은 이도 브레송이라는 거장이고..
게다가 그 한장만이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피카소나 기타 유명인들과 자연스럽게 차한잔 하며 이야기하면서 슬금슬금 찍었겠죠..^^
여러~장..이요..그중에 잘 나온 베스트샷을 공개한 거 아닐까요?
JK이종구님의 댓글

포추레이트는 사진작업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것 같습니다.
때로는 브레송처럼 재빠른 손놀림으로 피사체가 된 인물이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그의 습관이나 모습을 잡아내는것도 좋고,
오형근선생님의 아줌마시리즈같은 입자 하나하나로 그사람의 본질을 뽑아내는 작업도 좋습니다.
손현님의 댓글

JK이종구님>>
아. 오형근 작가님라 하면... 이름이 낯익습니다.
사실 영화 마케팅을 하면서 그 작가님 이름은 수없이 많이 들었습니다.
걸작같은 다수의 영화 포스터를 찍으신 그 분이시죠?
제가 경력이 짧아서 한번도 오작가님과 작업은 해보지 않았습니다만
라이카클럽에서도 그 분의 이름을 듣게 되니 너무 반갑네요.
이훈태님의 댓글

누군가 제 사진을 찍어줬을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은
정말 즐거운 한때, 제가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진 찍힌 모습을 보고..
내가 이렇게 행복하게 웃을수도 있구나... 생각한적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가슴으로 다가가서 이미지만을 담아오는게 아닌 그 사람과의
무언의 공유를 만드는 사진.
정말 어려운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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