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 전 라이카(Leica)카메라에 담긴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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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김영철
- 작성일 : 20-12-0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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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영국의 BBC에서 올드 카메라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길 기사가 하나 게재됐다. '70년 사진의 미스테리(A 70-year-old Photographic Mystery)'란 타이틀의 이 기사는 카메라 수집가인 윌리엄 페이건(William Fagan)의 얘기다. 수집을 위해 구입한 옛 라이카 카메라(Leica IIIa)와 함께 딸려온 필름 캐트리지에 감겨진 릴 필름에 흥미를 느껴, 이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한 사진들에 대한 느낌을 적은 것인데, 올드 라이카와 그와 함께 한 옛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기사를 의역적으로 요약해 본다.)
오늘날, 사진을 찍어서 그 결과물을 보지 못한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 디지털 카메라나 스마트 폰을 가지고 멀리 가서 찍을 때 우리는 찍은 사진을 즉시 볼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을 사진이 아날로그적인 과정이 필요했을 시기로 되돌려 보면,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현상하고 보는 건 상황에 따라 수개월, 심지어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었다. 그건 찍은 그 사진에 대해 잊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여기에 소개하고자 하는, 한 롤의 필름이 현상되고 보기까지 그 기다림은 최소한 70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카메라 수집가 윌리엄 페이건은 수년 전 라이카 IIIa을 구입했을 때 이 올드 카메라에 딸려 온 적잖은 양의 필름 카세트(혹은 캐트리지)를 얻을 수 있었다(참고로 라이카 IIIa는 1935년에서 1950년 사이에 출시된 스크류 마운트 35mm 카메라). 그는 카세트 안에 필름이 들어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냥 두고 있다가 최근에야 그 필름에 관심을 갖고 필름을 사진으로 현상하는 작업을 했다.
1940, 50년대 라이카에서 만들어진 카메라 용 필름들은 당초 벌크 상태의 릴 필름 형태였으며, 라이카 카메라에 장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35mm 필름용 카세트에 감아 써야 했다.
페이건 씨가 현상 작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그 벌크필름의 속도 등 속성을 파악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페이건 씨는 나름의 최선의 추측을 바탕으로 현상 시간을 계산해야 했다. 물론 이 과정에 전문가들과의 상의가 있었고, 그의 이러한 계산 방식은 현상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해서 페이건 씨는 옛 라이카 필름으로부터 20장을 현상한 후 사진으로 인화할 수 있었다.
"보통 필름을 현상할 때, 나는 필름에 어떤 사진이 들어있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암실에는 낡은 차들이 보였다. 그러나 그 이미지들을 스캔한 후에야 그 내용에 대한 분명한 생각이 들었다. 필름 카세트에 든 필름은 1930년대 중반의 카메라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었다.“
"내가 현상을 거쳐 스캔한 한 사진은 1930년대 중반의 'BMW 컨버티블(Convertible)' 차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 차는 눈 덮인 산길을 바바리안 번호판(AB 52 3287)을 달고 내려오고 있었다. 또 다른 프레임의 한 사진에는 스위스의 줄리어 고개에 있는 라 베두타(La Veduta) 호텔이 보였고, 역시 한 대의 BMW 315가 주차돼 있었다."
여러 장소를 찍은 사진들이 있었는데, 이탈리아 북부 코모(Como) 호수 연안의 벨라지오(Bellagio)에 있는 하이 스트리트(High Street)도 있었다. 또 취리히 반호프스트라세(Bahnhofstrasse)(오른 쪽은 현재의 모습)도 보였다. 페이건 씨는 사진의 풍경을 토대로 대략 이 사진들이 1950년대 초에 찍힌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흥미를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다. 사진들 속에는 애완견을 데리고 차에서 내리는 여자의 모습을 비롯해 애완동물과 함께 스위스와 이탈리아 북부를 여행하는 한 남자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페이건 씨는 이 사진들 속에 나오는 사람들에 관해 궁금해 하면서 그들 아니면 그들 후손들이 찾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 사진들을 전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 사진들은 행복감에 젖어있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겠지요“라고 그는 말한다.
자신이 그저 제삼자 혹은 이방인으로서 그들을 보고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페이건 씨는 만일 자신이 그 필름들을 그냥 아무렇게나 취급하고 던져 버렸으면, 어떻게 70년 전 행복에 젖어있는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겠냐며 자신의 이런 작업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는 사진 속 사람들의 나이를 대략 추정해보며,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부는 살아있을 가능성도 점쳐 본다. 그게 아니라면 그 후손들이 사진을 보고 싶어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사진들을 아는 사람들을 수소문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페이건 씨는 이 사진들을 보고 누군가 아는 사람이 있다면 연락 해오기를 바란다며 자신의 웹사이트(MIke Evan's website; info@macfilos.com)를 공개했다. 페이건 씨는 아직도 적잖은 여분의 옛 필름을 갖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현상과 인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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