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방 바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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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양정훈
- 작성일 : 07-05-26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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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에 쌀을 담아 점방에 가지고 가면 바가지로 막걸리를 가득 부어 주었다.
술주전자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나는 걸음을 뗄때마다
주둥이로 새어 나오는 막걸리때문에 걸음을 자주 멈추어야 했다.
잠시 길섶에 앉아 주전자 뚜껑을 여니 허어연 막걸리가 찰랑거렸다.
주전자 뚜껑에 조금 받아 마셔 보았다. 새코롬한 것이 제법 맛이 있었다.
"음, 어른들이 요런 새코롬한 맛에 술을 마시는구먼"
그 날 이후 술심부름을 가면 난 길섶에 앉아 주전자 뚜껑을 열었다.
어느 날, 선친께서는 막걸리를 드시다가 내게 물으셨다.
"애야, 점방 바가지가 새더냐?"
(Leica M50mm f/1.4 asph summilux on 400tx, MP)
댓글목록
장욱님의 댓글

백양 한 갑 추가입니다.
6월 9일까지 건강하세요.
차명수님의 댓글

이 시간에 이런 걸 올리시면 어찌하라고...
글도 사진도 모두 매력적입니다
김병인님의 댓글

초등학교 4학년때 제삿날이면 대구에서 할배가 올라오셨습니다.
꽤 멋쟁이셨는데 꼭 동네 대포집에서 막걸리 한주전자를 심부름 시키시곤 했지요.
항상 당신의 대작의 상대로 절 지목하셨는데 덕분에 그때부터 음주를 시작했습니다. ^^;
덕택에 중학교때 부터는 아버지와 주말마다 맥주로 한주를 마감했었습니다.
올려주신 사진으로 옛 생각이 잠시 나서 몇자 적었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6월 둘째주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뵙겠습니다.
장욱님의 댓글

그래도 막걸리는 양반입니다.
귀한 손님 오시면 약주 심부름 시키시는데 주전자 주둥이로 약주 한 입 빨고나면 알딸딸 해서 백양 한 갑 심부름도 잊고 삐툴 빼툴.
술도가 아주머니 술찌깨미에 설탕 탄 것 한 입 주시면 더욱 삐툴 빼툴.
벌써 50년 전 이야기입니다.
조은주님의 댓글
전 외할머니께서 막걸리 심부름을 시키셨습니다..
아침 진지후 설탕 한 숟가락 넣으시고 휙휙 저어 드시던 그 막걸리..
어린 손녀의 입에도 아주 달큼하니 맛이 좋았답니다..
이 기 성님의 댓글

어릴적 할아버님 막걸리심부름 하면서 호기심에 몇모금 마신술에 취해
길바닥에 골아떨어져 잤던 생각이나네요..^^
아울러 이른 아침에 아버지 담배심부름도..청자담배 처음나올때 하루에 선착순으로
10갑만팔때 그담배사려고 아침부터 죽으라고 내뛰던 생각도 납니다..
벌써 40년전 일이네요..^^
김봉섭님의 댓글

막걸리 말씀에 꿀꺽~ 삼각지 삼합 생각이 납니다. ^^
김용준님의 댓글

뜨거운 여름 뙤약볕에 밭에 나가신 아버님 새참 막걸리 받으러 면사무소가 있던 양조장에 들락거리던 때를 떠올리게 하시네요.
그때는 왜 그리 양조장이 멀었으며, 노란 양은 주전자는 그렇게 무겁게 느껴졌던지....^^
양선생님 사진 보면서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가 봤습니다.
조철현님의 댓글

[quote=양정훈]
어느 날, 선친께서는 막걸리를 드시다가 내게 물으셨다.
"애야, 점방 바가지가 새더냐?"
ㅋㅋ 한참웃었습니다 뭐라 답하셨는지 궁급합니다
송 준우님의 댓글

대여섯달전 부산에서 40년동안 막걸리를 만들어오신 어른을 만났습니다
막걸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신 분이셨습니다
직접 비용을 댄 대학에서 막걸리의 '항암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지요
그분 말씀이 "양조장을 하고 있는 40년동안 우리 직원들중에 암이나 심장병으로 죽은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였습니다
만남의 장소는 비싼 일식집이었지만
당연히 반주는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귀가 얇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저는 그날 이후
열심히 막걸리를 마시고 있습니다
친구들도 동참해서 요즘엔 마시면서 "이건 산성꺼" "이건 기찰꺼"하며 놀기도 합니다
참고로 부산에서는 생탁이 좀 이름있습니다
전국 각지마다 대표 막걸리들이 있겠지요
팁:막걸리의 항암효과는 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침전물에 가장 많이 있답니다 (뭐 아미노산등등이라나...)
그러니 위의 맑은 액만 떠내 마시는 것은 밥팔아서 똥사먹는 좋지 않은 습관이라는거 ㅋㅋㅋ
사족:우리 라클 선배님들 막걸리 마시고 만수무강하세요
김선근님의 댓글

양정훈 선생님 .
"애야, 점방 바가지가 새더냐?"
에 한표입니다.ㅋㅋㅋ
진득한 사진이 탐납니다.^*^
박대원님의 댓글

점방, 바가지, 막걸리......
정다운 말들입니다.
정다운 사람들이 더욱 그리워지네요.
이번 토요일 저녁 시간 넉넉하게 비워놓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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