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시작한 취미사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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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심종원
- 작성일 : 07-05-0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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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하드디스크 안에 들어있던 사진들을 정리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제가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설친건 2001년 쯤, 취업한지 한 1년여쯤 지나 약간 모은돈이 생기고 흔히들 말하는 고급 디지털 똑딱이를 사면서부터였습니다.
사진들을 정리해보니 한 4000장이 좀 못되는 정도의 사진이 정리되었습니다. 물론, 그 동안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날려버린 사진을 포함하면 조금 더 많으리라 생각됩니다만, 디지털은 허무한 실수로 소중한 추억이 날아가버리는건 일상다반사라는 거죠...
뿐만아니라 대용량의 파일들을 수백 수천개씩 복사하는 도중에 사진이 깨지는 경우도 간간히 발생했습니다. CD로 굽는건 구웠던 씨디가 2년만에 읽기에러가 나는걸 확인하고는 일치감치 집어치웠고 작은 하드디스크에 따로 저장해두고 있습니다.
아무튼 주욱 정리해보니 2001년 단 17장으로 시작해서 2002년에 200장, 2003년에 300장, 2004년에 800장, 2005년에 1000장, 2006년에 900장, 2007년 현재 약 200장 정도 촬영했습니다. 이것들을 주욱 라이브러리로 펼쳐놓고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가장 웃겼던 건, DSLR을 구입했던 2003년의 300장인데, 이중 약 100여장이 렌즈의 핀테스트 사진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심한 A형,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도대체 왜 여기에 집착해야 했었는지 알수 없는 쓰레기 사진들이었습니다.
다음으로 기가막힌건, 2004년의 800장인데 이게 또 가관인 것이, 원래 정리 전 사진 개수는 1200개 정도로 많았는데 알고보니 그 400여 장은 다 연사사진 이었다는 것이지요...
그나마 오토 브라켓팅은 애교이고 도대체 뭘 찍고자 했는지 알수 없을 정도의 사진들....아마 활동사진이라도 찍으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대부분의 촬영중 실패한 컷들은 전부 카메라 LCD리뷰에서 지웠을 거라는 건 고려하지도 않았습니다.
조금 사진같지 않나 싶은게 2006년, 아마, 2005년말이 제가 R-D1을 중고로 구입한 시기였을 겁니다. 아... 물론 제 생각일 뿐, 나아졌다는 기준은 알수 없는 기준일 뿐입니다.

처음으로 RF를 잡고 렌즈가 아닌 파인더로 밖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시력이 시원찮다보니 뭐 정밀 초점을 맞출수도 없을 뿐더러, 지원하는 화각프레임이 3개 뿐인데다, 찍히는 공간도 보이는것과는 다른지라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었습니다.
'... 아.. 그래... 생각을 하고 찍는거지...'
'... 내가 왜 사진을 찍으려는 거지...'
'....도대체 뭘 찍고 싶은거야....'
이런 생각이 정말 보잘것 없지만 제 허접한 사진에도, 또 제 마음과 감각에도 뭔가 다른 느낌을 조금씩 가져올 수 있게 해준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위의 물음들에 대한 답은 찾지 못한 상태이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의 좋은 사진을 보고 감탄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라고 자평하면서 기뻐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달마다 아내가 주는 용돈을 거의 모두 모아서 2년만에 현행은 아니지만 깨끗한 라이카 렌즈를 2개 장만했고 소중하게 간직하면서 한장한장 찍어나가는 것이 힘든 직장 생활에 작은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사진집을 하나둘 사모으기 시작하고 어쩌면 점점더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보는것이 내가 사진을 찍는 것보다 좋아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용두사미의 결론이겠습니다만, 요즘 이런 생각이 자꾸 밀려옵니다.
'언젠가는 결국 필름으로 가겠지? 그것도... 라이카가 아닐까...'
댓글목록
최제영님의 댓글

전 라이카유저는 아니어서 ....
'Leica'의 제품의 사진퀄리티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Leica'의 브랜의 가치는 매우 높이사고 싶네요,
'Leica'를 사용하는 이들 또한 그러한 가치를 사랑하기에
여기 라클에 모여 활동하는게 아닌가 십네요..
사진기라 하면 그냥 사용자의 생각과 느낌을 담아내는 '도구'정도가 아닐까요
당연히 이 도구로 밥벌이를 하는 사용자들에겐 다르겠지만요
제 소견으론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에겐
좋은 사진, 안 좋은 사진이라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사진을 찍고, 감상하고, 함께 나누고' 이런 일련의 모든 과정들이
자신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샘'이니까요~
이훈태님의 댓글

언제부터인가 사진집을 사서 보게되고.. 찾아보게 되고..
그저 일상을 담고 싶어서 함께했던 카메라 그리고 사진.
제 일부분이 된것 같습니다.
세상을 더 가깝게 해주는 제 마음속의 눈을 카메라가 대신 해주는것 같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그 눈이 라이카 필름한번 사용해보고 싶습니다^^
서일홍님의 댓글

장단점이 있죠..ㅋㅋ
dslr 은 셔터를 상대적으로 많이 날리다 보면 좋은 사진을 건질수 있다는 거죠..
물론 필름도 그렇지만 말이죠..
저는 지금은 dslr 은 없지만
필름을 쓰다보니, 우선 셔터를 많이 누르지 못하게 되었구요,
rf 다 보니 초점을 잡으려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 집니다. ㅋㅋ
대부분의 회원님들이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나마 남자들 취미중 저렴한 취미가 아닐까 합니다.
(너비)이광재님의 댓글

한번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잘 안되네요... 무섭다고나할까?
좀 더 천천히 생각하고 사진을 찍게되었던 것이 저도 RF를 잡고 나서였어요..
자동모드가 있는건 빠르고 편리하지만.. 마구 찍게 되더라고요....
수동으로 조금씩 천천히 생각하며 찍는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김성규(奎)님의 댓글

저도 라이카는 아니지만 rf 둘을 가지고 있는데
혼자 조용히 거리를 걸어다니며 찍을 땐 여유가
뿜어져나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간혹 디지탈이 그립기도 하군요.^^
모델촬영회같은데 한번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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