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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반쪽짜리 사진을 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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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여인영
  • 작성일 : 06-06-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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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식견 깊으신 많은 사진선배님들이 계신 이곳에 좀처럼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지만
최근 느낀바가 있어 오늘은 조금 편안하게 생각하는 바를 옮겨볼까합니다.
^^


저는 사진을 시작한 것은 정말로 얼마되지 않습니다.
몇년동안 일주일에 적게는 3-4롤 많게는 10여롤을 찍어보면서 일주일에 몇시간씩 현상과 인화에도 시간을 투자해오고 있습니다.

얼마전 문뜩 제 자신이 변해온, 아니! 성장해버린 모습을 스스로 발견할 계기가 있었습니다.

저 역시 최근의 젊은이들과 다름없이 니콘의 slr로 시작을 하였습니다.
작은 할아버지께서 남기고 가신 EL-2라는 조금은 익숙하지 않은 카메라였습니다.
니코매트에서 니콘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되는 시기에 꽤나 대단하게 만들어진 카메라였습니다. 미러업기능과 A모드가 제공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물론 70년대 SLR카메라의 한 종류일뿐입니다.

그 후 몇가지의 기종을 통해 사진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됩니다.

초등학교 친구녀석의 동생이 사진학과를 전공하고 논현동에서 꽤나큰 스튜디오겸 작업실 그리고 암실을 운영하기에 눈동냥과 귀동냥으로 호기심을 조금씩 채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시작하기 무섭게 필름카메라로 흑백사진과 칼라사진의 개괄과 동시에 자가현상을 배웠습니다.

조보현상통에 약품의 온도를 재가면서 손으로 교반을 해나가던 그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군요.

마음 한구석 과연 이게 가능할까? 애써 찍은 필름 버리는거 아닐까? 하는 그 순간의 의구심과 그 후의 놀람...

지금와 생각하면 가장 바르고 빠른 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오바아니냐?'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내가 왜 현상까지 해야하는가에 대해 답변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호기심과 배움이라는 측면에서 순종적인 가르침을 받은 것 뿐이지요.

자가현상의 필요성을 자각하지 못하던 그 당시였으니 당연히 인화과정의 참여요구에 좀처럼 설득되지 않았습니다.

사진 찍는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 현상과 인화까지 하려고 하는 것은 소비적이고 소모적이다라고 느꼈던 것이죠.

암실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촬영과 현상을 넘어서는 시간소비 등등 지금 생각해봐도 크게 틀리지는 않던 이유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뒤집히게 되는데까지 지금처럼 수년이 흘러서야 가능했습니다.

지금에서는 그때 제 생각이 얼마나 짧았었는지 느끼게 됩니다.
더 나아가 그때 조금 더 빨리 인화과정까지를 배웠더라면 지금보다 얼마나 큰 발전이 있었을까하며 후회를 하기도 합니다.


작금에 사진을 논하는 수많은 사진클럽의 구성원들을 보면서 이제는 조용히 제 옛 모습을 떠올리며 저의 옛모습과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사진을 한다란 무엇인가?

물론 사람마다 취향과 환경의 차이가 있고, 여건이 다르며, 즐기는 영역이 틀림에는 인정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사진을 한다는 것을 조금 넓게 본다면 촬영과 현상 그리고 인화라는 세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물론 카메라라는 기계적인 요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만 우선 논외로 할까합니다.

이는 디지털사진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현상과 인화라는 과정이 조금 다른 모습으로 진화(?)된 것이지요.

사진을 한다는 것은 이러한 전체과정을 이해하고 즐기는 것이라 주장하고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즐긴다'입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는 더 중요한 부분인 동시에 진정한 프로에게도 '즐긴다'라는 부분이 최고와 아님을 나누는 기준이 됩니다.


진정 즐기기 위해서는 알아야합니다.

진정 즐기기 위해서는 경험해야합니다.



누군가 '사진을 한다'라는 말을 당당히 하려면 왜 현상과 인화과정을 경험해야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첫번째 이유!

사진은 결과물로 커뮤니케이션 한다.
사진의 결과물은 프린트이다. (프린트란 인화의 최종본이기도 하고 스캐닝의 데이터이기도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본인이 제어하지 못하는 현상, 인화의 과정은 결국 의도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를 만들어 냅니다.

아주 쉽게 얘기하자면 작가가 의도한 촬영의 결과물인 필름을 현상인화과정의 참여부족으로 전혀 다른 프린트로 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분명한 왜곡입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결과물의 탄생!
이를 막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 자는 현상과 인화과정을 충분히 아니! 조금이라도 알아야합니다.

현상과 인화과정을 경험하게 되면 단 한컷의 필름조각이 얼마나 다양한 결과물로 만들어 질 수 있는지 알게됩니다.
저같은 경우 그 시기 굉장한 허탈함을 느꼈습니다.
필름한컷에 1 : 1 로 대응하는 결과물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두번째 이유는 현상과 인화과정을 경험하고 이해할때야 비로소 촬영부터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위에서 촬영과 현상 그리고 인화 세가지가 있다라고 말씀 드렸는데 틀린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사진을 한다는 것은 촬영, 현상, 인화로 과정을 나눠볼 수는 있으나 이 과정은 인위적인 구분이며 결국 한가지 입니다.
현상과 인화과정은 결국 찰영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당연히 촬영과정은 현상과 인화를 위해서 존재합니다.
결국 나눌 수 없는 유기적 과정입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사진을 한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자동차로 비유해보겠습니다.
차의 구조와 동적인 움직임을 이해하고 운전을 하는 것과 그냥 차를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오너가 같은 시간을 투자해서 발전하는 정도가 틀립니다.
그리고 또같은 물건으로 즐길 수 있느냐 없느냐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사진을 즐기는 사람들입니다.
저 역시 사진과 전혀 관련없는 직장을 가진 일반인입니다.
하지만 요사이 너무나 침묵하는 것 같습니다.
애써 서로를 속이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서로 현상과 인화라는 사진의 일부분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친구들이 묻습니다.

"야! 넌 왜 지질이 궁상이냐? 요즘 시대에 무슨 필름 카메라냐? 미친넘!"

"정말로 재미있어!"

"뭐가 재미난데? 디지탈카메라들도 어차피 똑같잖아?"

"좀 틀려...^^"

"얘기 좀 해봐라! 이유가 뭐야?"

"난 아마추어야! 결국 즐기는게 목적이야. 그런데말이다 친구야...디지탈카메라는 내가 즐기는 시간이 너무 짧아.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셔터를 누르는 시점에서 끝나버리는 것같아. 그래서 너무 아쉬워. 근데 필름카메라는 말이야...내가 즐길 시간이 아주 많아. 필름의 관리, 장전, 포커싱, 셔터, 와인딩, 현상, 프린트, 드라이마운트, 자필서명 등등등...물론 너무나 많은 시간이 들어. 하지만 말이야 이 모든 시간이 즐거우니 어쩌냐? 난 더 오랜 시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녀석을 택한 것뿐이야."

"여자로 비유해줄까? ^^;"

전 이렇게 말을 합니다.

답변은 이렇게 날라옵니다.

항상...

"미친넘! 여자로 비유해서 생각하니까 팍팍와닿는다. 으하하"


^^

그렇습니다. 즐기다보니 미치는 것이고, 미쳐서 즐기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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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풍희님의 댓글

이풍희

비싼 디지털제품을 조금 다루었지만, 만족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기계식 불편함의 아름다움, 완벽하지 않는 여유로움이 인간미를 느끼게하는 부분입니다.
많은 발전 이루시기 바랍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최진규(딩구)님의 댓글

최진규(딩구)

당장 사진과 누님에게 인화를 배워야겠습니다 ^^

전덕영님의 댓글

전덕영

오래되어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Ansel Adams가 존 시스템에 대해 말한 내용인것 같은데..."노출은 최종인화에 대한 예견이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사진이라는것이 촬영, 현상, 인화의 삼박자 중 어느것도 소홀히 할 수 없음을 일깨워주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련 면에서 완전 동감입니다 ㅎ ㅎ ㅎ

김창수님의 댓글

김창수

제경우에는 흑백사진에 국한된 이야기이겠는데요

일반현상소에서 해준 4x5, 5x7나 스캔된 이미지와
자신이 정성드려서 만든 8x10, 11x14에서의 이미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비유가 적당한지 모르겠습니다만, 음식점 음식과
집사람이 정성껏 차린 음식의 차이쯤이라고나 할까요. ^^

사정에 의해서 자가인화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주위의 회원분이나 대여 암실에서 한번쯤은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붉은 암등과 약품냄새의 느낌이 좋으시다면
은밀한 곳에서 사진과의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겠죠.

손창익님의 댓글

손창익

이 글을 보니 몇자 적어 보고 싶읍니다.

저는 데이브 과데라를 떠올립니다..이 사람이 누구냐고요...저도 잘 모릅니다.

단지 유명한 섹소포니스트로써 색소폰 마우스피스를 깍아서 만든 장본인입니다.

색소폰쪽에서는 데이브과데라는 마우스피스가 유명브랜드로 통하며 좀 비싼편입니다.

"내가 원하는 소리를 내주는 마우스피스가 없어서 직접 만들기를 시작했다" 바로 이 광고

카피가 와 다았읍니다.

제가 인화를 하게 된 계기는....제 마음에 들게 해주는 인화현상소를 찾지 못했기에 직접

암실로 뛰어들었읍니다.

결과물을 보고 주변 사람들이 구석 요~~쪽에 약간 버닝 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000000

약간의 어드바이스를 듣지만....제가 보기에는 그냥 흐뭇합니다...간단히 말하면

"자기만족"입니다....제가 의도하는대로 비슷하게 인화물을 만들수 있으니까....

남들이 콘트라스트가 약간 약한것 같다..는 등등 조언을 추가해주지면 ...제 맘에 콘트라스

트가 적정하다고 생각되기에 항상 흐뭇하지요...

(( 제가 인화를 잘한다는 말이 절대 아니며....내 하고싶은데로 인화물을 그려간다는 뜻입니다.))

인화 ....요거 재미 있네요...그리고 노출부적정으로 버닝한다고 애를 먹을때마다

한 컷, 한컷 찍을 때 인화를 생각하고 노출에 바짝 신경서 짂으며 인화할때 애 먹는 것을

절약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화까지 생각하며 촬영을 해야 한다는 마인드를 느낀 것이 ...인화에 시간을 투자한

결과라고 나 할까요...

JK이종구님의 댓글

JK이종구

오늘, 사진으로 알게된 선배에게 LPL 7451을 얻었습니다.
열심히 유리창에 검정 시트지를 붙였지만, 그래도 빛이 새어들어오는군요.
천상 해가 지고서야 해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현상은 조보로 그럭저럭 해 왔으나 인화는 잼뱅이라 기대반 두려움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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