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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나는 집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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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박대원
  • 작성일 : 06-06-27 19:45

본문

제 <참을 수 없는 욕망>에 달았던 댓글을 옮겨 왔습니다.

인사동에서, 오늘은 사진도 안 찍고 김기현님과 함께 이런저런 사람사는 얘기만 나누다가 헤어진 뒤
충무로에서, 서둘러 이 글을 씁니다.

나는 무엇에 집착하는가? 사진인가? 아니면 사람인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봤습니다.
"사진에 집착한다. 그리고, 풍경보다 인물을 좋아하다보니 사람에 집착하게 되었다."
이게 정답 같았습니다. 적어도 다시 생각해 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그런데 아니더군요.
아마 최민호님께서도 "사진보다 사람에 집착하는 거 아니냐?"고 속으로 걱정하시는 것 같이
분명컨데 저는 사진이 아니라 사람에 집착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람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사람에 집착하나 봅니다.
제가 만약 시인이나 소설가였다면 글로써 사람을 사랑했을 것이고
제가 만약 화가였다면 붓으로써 사람을 사랑했을 것입니다.
제가 만약 정치가였다면 국가정책으로써 사람을 사랑했을 터이고
제가 만약 스님이었다면 설법으로써 사람을 사랑했을 터입니다.
늙으막에 손주 덕분으로 사진이라는 걸 알게 되어
저는 지금 사진으로써 사람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왜 아슬아슬한 사진으로 하느냐?"
혹 다시 물으시면 지금 당장은 "글쎄요!"라고 할 수 밖에 없군요.
하지만, 이렇게 덧붙이고 싶습니다.
젖먹이 아이는
엄마 젖가슴을 만지며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의 미소를 보면서 엄마를 사랑하는 거라고요.
나이는 많이 먹었어도 사진은 아직도 젖먹이 갓난아이입니다.
조금 더 자라게 되면 젖먹이 아이가 엄마를 달리 사랑하듯
조금 더 사진을 알게 되면 저도 사람을 달리 사랑하게 되겠죠.

마지막으로 꼭 덧붙이고 싶군요.
저는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람을 찍는 그 순간부터 그 사람에게 사진을 건네주고 그가 좋아하는 순간까지
그 모두를 저는 사랑합니다.
지금의 저에게 사진이란 이것이 전부입니다.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 볼까 합니다.
많은 생각 해 볼 기회를 주신 것, 감사합니다.

<후기>
주저리주저리 썼는데도 빠진 게 또 있네요.
"책임져야 한다."라는 대목입니다.
말씀하신 '책임'은 두 가지가 있겠다 싶군요.

책임 하나, '사람'에 대한 책임

이에 관해서는 실제상황 설명으로 대신하겠습니다.

나: 안녕하십니까? 참 아름다우시네요. 제가 사진 몇 장 찍은 거 아시죠?
여인: 네. 그러신데요?
나: 아니, 혹시 사진 잘 나온 게 있으면 전해드리고 싶어서요. 이메일이나 연락처 좀......
여인: 아녜요! 괜찮아요, 안 주셔도.

제 끝은 언제나 이와 같습니다.
다만 여기에 한 가지 여느와 다른 게 있다면 이 여인의 사양辭讓입니다. 지금까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제 사진 받아보기를 마다하지 않더군요.
그리고 이 기회에 다시 밝혀 드리고 싶습니다.
이미 아시는 분께서는 다 아시겠지만, '몰래찍기'는 제 원칙이 아닙니다.
아슬아슬한 사진일수록 더욱 그렇답니다.
끝내 찍히기를 거부하면 아무리 찍고 싶어도 저는 뒤돌아섭니다.
이는 찍고 싶은 욕망이나 찍는 용기와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저는 익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임 둘, '회원'에 대한 책임

'전국의 모든 라이카인들'께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는 다 알 수 없어 저도 참 안타깝습니다.
이러면 어떨까 싶네요.
혹시 제 사진 몇몇이라도 문제다 싶으신 분께서는 제게 쪽지를 주시지요.
제 한 손, 다섯 손가락이 다 세어지면 그 '책임'져야 될 사진들을 바로 내리겠습니다.
그리고 두 손, 열 손가락이 다 채워지면 제 회원자격을 바로 반납하겠습니다.

이래도 빠진 게 또 있을지 걱정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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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우동석님의 댓글

우동석

잘 고쳐지지않는 저의 습관 중에 하나가...
길가다가도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도,,,
느낌이 다른 사람을 보면,,,상당히 오래동안..^ ^
물끄러미 바라본다는 것입니다..(솔직히 이야기하면,,ㅎㅎ 관찰에 가깝습니다만..)

정말, 오해사기 딱 좋은 행동인지도 모르죠,,,
이젠 수가 늘어 눈치채지 못하게 잘 ^ ^ 합니다만..
가끔 홀릴만큼 빠지는 수가 있어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결혼 초기엔 마눌에게 오해사서 혼나기도 했지만...마눌도 이젠 ,,
이해반 포기반입니다...^ ^

선생님을 글을 읽으며,,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저 마음을 찾습니다..^ ^

유경희님의 댓글

유경희

사진을 찍는 누구나 그러한 부분들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저도 사람을 좋아하고 궁극적인건 그들의 희노애락을 담는거 겠지요.
그렇지만 그거까지는 아직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파인더를 통해 피사체를 바라보는 연륜이나 의식이 아직 낮기때문일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가족을 그리고 주위의 흔한것들과의 대화를 아직까지는 소중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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