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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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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태영
  • 작성일 : 06-07-05 21:46

본문

아마도 한 4-5년전 어린이대공원 부근에서 찍었던 사진 같습니다.

요새는 아마 제대로 작심하고 사진을 찍은지도 벌써 1년이 넘어가는 것 같은데, 무언가 찍어야겠다 라는 당위가 사라지는 것 같더군요.

사진에 대한 그 많던 생각들이 백지장처럼 지워지고 남아있질 않은것 같습니다.

이사하면서 카메라 가방안에 들어있던 R6.2 와 summilux 35mm 가 어디갔는지 보이질 않는데 별로 찾을 생각도 나질 않습니다.

만성적 불감증의 시기라고나 할까요?

어딘가 있겠지 뭐.. 요샌 잘 찍지도 않는걸..

따위의 생각 뿐입니다.

그리고 요즈음에는 300만화소짜리 폰카만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아무때나 가지고 다니면서 그냥 찍는데는 가장 좋더군요.

물론 사진 나중에 펼쳐보면 흔들려있고 색도 맘대로고 여러모로 엉성하지만 뭐 좋습니다.

생활이 묻어나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담을 수 있고, 기분 좋아지던 순간순간을 찍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사진을 찍는다라는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그냥 지금이 좋네.. 뭐 그런 생각뿐.

이전에 무언가를 찍으려고 카메라 2-3개씩 짊어지고 하루종일 목표도 없이 떠돌아다닐때는 그냥 사진을 한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헤메이고 다녔던게 사진속에 담길 기가막힌 대상이었는지 아직 어렸던 내 삶의 작은 목표였는지 또는 형체모를 어떤 열정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헤메이고 다니는게 그토록 좋았던건지..

아마도 그랬던 스무살 초엽 무렵이 가장 사진이란걸 순수하게 좋아하던 때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필름이 아까운줄도 모르고 똑같은 사물을 수십장씩 찍어대면서 무언가 걸리기만을 바랬던건지 사진의 찰칵찰칵하는 순간의 말초적 쾌감을 좋아했던건지는 또는 내가 좋아했던 이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아주고 관심을 보여준다는 것이 좋았던건지.

아무튼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나설때가 무척이나 설레이고 좋았었습니다.

오늘은 노트북을 정리하다가 내문서을 들여다보니 예전에 찍었던 사진화일이 하나 불쑥 내보여집니다.

하루종일 카메라 하나 달랑 어깨에 매고 하루종일을 헤메이던 그 무렵 찍었던 사진 한장.

뭐 딴에는 쿠델카란 작가를 한창 좋아할때라 괜히 그 사람 닮아보려고 기를 쓰며 흉내내던때도 많았는데 그래도 지금 다시 보니 그냥 아무것도 모른채 거리를 헤메이던 '그 때' 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심심한 사진이 마음에 많이 듭니다.

사실 사진 속에 담겨있는 건 그 어느것도 아닌 그때 그 시절의 나 자신이 담겨있다는것을 그때는 제대로 알지 못했나 봅니다.

이 사진 앞에 두고선 35mm summilux 의 화질이 어쩌고 샤프니스가 어쩌고 따위의 소리나 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뭐 갑작스레 사진을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
추천 0

댓글목록

최민호님의 댓글

최민호

실로 오랜 만에 보는 이태영님의 글입니다.
뜸한 동안 이제 2세까지 보시고...

그래선지 세상을 향한 시선이 변하신 것이 아닌가 윗 글로 짐짓 짐작해 봅니다.
이태영님을 안 이후 가장 부드럽고 편한 글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예전의 무엇인가에 대한 엄숙한 열정에 숨죽여 보던 글들이 아닙니다.
그러나 편안함은 편안함대로 엄숙함은 엄숙한대로 좋습니다.

깊숙히 넣어둔 칼들을 비장한 심정으로 다시 께내들어 날을 세우시어
그 무겁고 엄숙한 열정의 사진들과 글들을 보여 주세요. 가끔 이런 부드러움과 함께...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태은이의 탄생을...

여인영님의 댓글

여인영

충분히 공감 또 공감합니다.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뒤돌아보면.. 흔적들이 더 아름다울때가 많은가 봅니다.
사소하게 생각했던 것들도 소중해지기도 하구요.
좋은글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구름김경훈님의 댓글

구름김경훈

피카츄가 그 당시 인기있을때 였군요

지방이라 어린이 대공원을 가보진 못했지만

흑백 사진의 느낌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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