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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 - 라이카로 얻는 또 다른 유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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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효성
  • 작성일 : 06-07-15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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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평어체로 쓰는 점을 널리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을 찾아 나서면서 아이들이 많이 있을 만한 곳들을 생각하던 중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장소를 생각했다. 다행히 회사 근처에 하나가 있어 집에 가는 길에 잠깐 잠깐 아이들 노는 모습을 촬영을 하곤 했다. 그러던 중 좀 다른 장소에서 다양한 모습을 담아 보고 싶어, 이 곳의 아이들에게 물으니 시내에 정말 멋진 곳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쪽 아이들은 정말 거의 프로 수준이라는 귀띔도 빼먹지 않는다.

햇살이 제법 아름다운 어느 토요일 늦은 오후에 와이프와 바람도 쏘일 그 장소를 찾아 나섰다. 제법 더운 날씨 그러나 한국처럼 steamy 하지 않은 기후 탓도 있지만, 선선한 강바람이 오히려 시원하게 땀을 식혀 주었다. 한참을 찾아 다녔지만, 찾지 못하고 대강 어디에 있는 지 장소만 확인하고 어둠을 뒤로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 왔다.

그리고 며칠 후 퇴근 하는 길에 차를 다시 그 장소로 돌렸다. 아주 오래된 철다리 바로 밑에 그들만의 아주 특별한 보금자리가 있었다. 어디나 마찬가지로 다리 밑은 항상 음습하고, 낙서가 많고, 냄새나고, 지저분하다. 게다가 이쪽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문신을 하고, Drug에 알콜에 취해 있는 사람들이 많다. 대략 대 여섯명의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청년들이 그들만의 놀이에 빠져 있었다. 아이들이 미리 뀌띔을 해 주었듯이 이 아이들의 솜씨는 동네 한켠에 잘 지어진 곳에서 모험을 즐기는 아이들의 솜씨와는 확실히 달랐다. 야구로 치면 Major League와 아마튜어 수준 차이 정도로 보면 과장된 것일까.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두서너 키 높이는 될만한 담벽을 누비고, 다리 교각을 이용하여 만든 높은 수직벽을 타고 오르기도 하는 이들은 스케이트보드 위에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내게는 경이롭게 보였다. 위험한 그들의 도전에 이따금 넘어 지면 다시 일어나서 곧바로 다시 도전해서 마침내 그 도전을 이뤄내는 그들만의 모험을 즐기는 그들은 마치 스케이트를 위해서 존재하는 아이들 같았다. 이 친구들은 아침 5시경에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부터 모여 들기 시작해서 해가 질 때까지 탄다고 옆에 있던 좀 거만하게 생긴 덩치 큰 친구가 귀띔을 해 준다.

동양 사람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이따금 관광하는 일본 사람으로 받아 들여 지기 때문에 유리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불리한 경우들이 많다. 일단, 아시안이기 때문에 노출이 쉽고, 또 사진가로서 받아 들이기 보다는 좀 의심의 눈초리로 받아 들이기가 쉽고, 또 그런 좋지 않은 경험을 하곤 했었다. 그런 탓에 가능하면 사진을 찍을 때는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찐한 선글라스를 착용하곤 한다. 일종의 위장 전술이랄까.

천천히 아이들의 흐름을 살핀 후에 아이들이 스케이트 타면서 쉬기도 하고 모여 있는 목 좋은 장소로 이동을 했다. 덩치도 크지만, 문신에다가 수염까지 거칠게 기른 아이들을 대하니 두려움 같은 것이 생긴다. 눈길이 마주치면 그저 Hi 정도로 가볍게 인사를 나누면서 나의 존재를 알린다. 그런대로 낯선 동양사람의 출현에 큰 저항감을 주지 않는 분위기여서 달랑 28mm가 장착된 M6을 눈에 부치고 현장 분위기를 sketch하기 시작했다. 카메라에 대한 특별한 거부감이 없음을 확인하고 촬영을 하는 데, 문제는 이 빠른 친구들을 수동으로 쫓아 가기에는 주변 빛의 변화가 많아 노출 조정이 어렵기도 하고 포커싱은 거의 절망적이었다. 동시에 집에 있는 첨단 전자 기술로 무장된 Canon 1V그리고 70-200mm L 줌렌즈가 아른 거렸다.

50mm로 갈아 끼우고, 미리 Frame을 설정하고 노출과 초점을 맞추어 두고 구도 안에 아이들이 들어 오면 촬영하는 식으로 촬영을 하고, 조만간에 1V를 들고 다시 와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얼마 후 그 곳을 떠났다.

그리고 이틀 후 1V과 70-200mm를 들고 다시 찾았다. 그날은 웬지 서너명만 보였다. 지난번에 카메라에 대한 특별한 거부감이 없음을 확인한 터라, 부담없이 묵직한 1V와 우윳빛 백통 줌렌즈를 집어 들고 이곳 저곳 한번 훑어 보았다. “찌리릭 찌리릭 삑삑” 캐논의 빠른 모터와 포커싱 소리가 어떤 확신 같은 것을 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본격적으로 촬영을 하려는 순간, “Don’t taka a picture!” 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바로 카메라는 내렸다. 잠시 분위가 좋아 지기를 기다린 후 다시 한번 카메라를 들어 올렸으나, 여지 없이 아까 그 소리 보다 더 큰 소리가 다리밑을 타고 울리면서 메아리치듯 들려왔고, 한 컷도 못찍은 상태로 집으로 돌아 왔다.

긴 다리를 걸어 Parking 장으로 돌아 오는 길에 다리 끄트머리 자락 한 켠에 낮술에 한껏 취해 기타를 치면서 춤도 추고 노래를 하는3명의 홈리스 풍경이 저녁 햇살과 함께 보기 좋게 들어 왔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 카메라 꺼내 들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술에 취한 홈리스들은 좀 거칠다. 그렇지만 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장면을 놓칠 수는 없었다. 의심도 없이 내 손에는 험하게 칠이 벗겨진 검정 M6이 들려졌고, 어림짐작으로 노출과 촛점을 맞추고는 바로 두장의 셧을 날렸다. 그 두장 모두 100% 원하는 대로는 아니었지만 그 현장의 느낌을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여 담아 주었다.

“아, 최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Body도 촬영 못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한 하루였습니다. PERIOD.

감사합니다.

P.S. 사진은 kids series로 곧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졸작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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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지건웅님의 댓글

지건웅

호기심이 많은 관광객으로 오인받은 덕에 친절하게도
과장된 포즈를 취해줄땐 오히려 더욱 허탈하기도 하지요.

예전에 한국에서 F5로 노점상 할머님을 찍은적이 있었는데
그분께서 나중에 제 손을 잡으시면서 어디 잡아 가는거 아니죠...
하고 물으실때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사진이 기대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박경복님의 댓글

박경복

한 때 5일장을 돌아다니면서 촬영을 시도한 적이 있었지만... 촬영 당하는 것을 원치 않음과 미쳐 생각 못한 죄책감이 들어 그만 두었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결과(유익)도 있었습니다. 5년전 순창 장날 대장간 앞에서 처음 뵈온 어르신은, 지금까지 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제가 속한 동호회에서 몇 차례나 모델이 되어 주셨던 고마우신 분이십니다. 가끔, 그리고 명절 때 어쩌다 한번씩 찾아 뵙고 있습니다.
장날 처음 뵈올 때, 촬영허락을 구했더니 혼쾌히 응해 주시어 대장간 앞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촬영 정보 : R6.2 100mm Apo 2.8 macro 역광촬영, FUGI RDPIII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갱들이나, 집시를 주제로 그들 깊숙히 스며들어 만들어낸
작가들과 작품들이 존경스럽습니다.
보도 사진가들로서의 일종의 모험이었을텐데..
특이하고 추한 겉모습보다는 숨겨진 아름다움과 그들만의 자유로움, 그리고 멋진 상상력들을 찾아 주었기 때문에 친구로 받아들여졌었을 듯.
형님~ 멋진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그래도 항상 몸 조심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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