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부치는 편지 -J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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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박유영
- 작성일 : 07-04-1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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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 수 없노라고 낙담하던 J형,
라이카클럽 갤러리의 댓글수와 추천수에 현혹되어 유행을 쫓는 사진을
탐하다보니 정작 마음에 드는 사진은 찍지 못했노라고 한탄하던 J형,
그래서 갤러리에 댓글도 못 달고 추천도 안 하고 요즘은 마음에 드는 사
진들을 곱씹으며 들여다 보다 마음으로만 '참 좋다'라고 느끼고 갤러리를
빠져 나온다던 J형.
J형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이래저래 횡설수설 응대라고 해드렸지만
그런 고민들이 어찌 형만의 고민이겠소? 무엇을 찍을지, 어떻게 찍을지,
나아가 왜 찍을지에 대한 고민보다도 마음가는대로, 의무감으로 찍고 포
스팅하는 어설픈 딜레탕트의 비애, 나의 고민이기도 하지요.
오늘 책을 읽다 박지원선생의 옛글을 봅니다.
" 문장을 어떻게 지어야 할 것인가? 어떤 논자는 '반드시 옛 것을 본받아
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마침내 세상에는 옛 것을 흉내내고 본뜨면서
도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가 생기게 되었다.(중략)
그렇다면 새롭게 지어내면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마침내 세상에는 괴
벽하고 허황되게 문장을 지으면서도 두려워할 줄 모르는 자가 생기게 되
었다.(중략)
진실로 옛 것을 본받으면서도 변통할 줄 알고, 새롭게 지어내면서도 법
도에 맞을 수 있다면 지금의 글이 바로 옛글인 것이다.
<물을 등지고 진을 치는 배수진은 병법에 보이지 않으니 여러 장수들이
불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회음후(韓信)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것은 병법에 나와 있다. 단지 제군들이 살피지 못한 것 뿐이다. 병법
에 죽을 땅에 놓인 뒤에라야 살아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늘과 땅이 아무리 오래 되었어도 끊임없이 생명을 낳고, 해와 달이 아
무리 오래 되었어도 그 빛은 날마다 새롭다."
J형,
머리 맞대고 다시 시작해봅시다. 한탄도 나누고, 고민도 나누고 더 근본
적으로 부대끼면서 카메라들고 싸다녀봅시다. 그 끝이 보일지, 끝까지 안
보일지 알 수 없지만 삶이 원래 그런 것 아니겠소.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
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꾸역꾸역 살듯이 말이오.
J형 힘내시오.
댓글목록
Francis Lee님의 댓글

이삼년 전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이순간 세상을 떠난다고 했을때 정말 이것이 나의 사진이요 하고 내 놓을 수 있는게 무엇이고 몇장이나 될까 하고 정리 해 본 적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꽤 오랜 세월동안 사진을 찍어왔고 내가 속해 있던 사진계 에서는 꽤 알려진 사진가이고 각종 전시회도 10여회 이상 하였고 이만하면 꽤 괜찮은 사진이 나오리라 기대할 수 도 있었겠지만 막상 뽑아보니 10장을 못 만들었습니다.
40년 사진인생에, 삼십만cut이상 사진중에 10장을 못 뽑았단 이야기입니다.
제 실력도 문제 이겠지만 진정한 나만의 사진은 그리 쉽게 만들어 지는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의 목표는 제 인생 다할때 까지 10장을 채우는 것입니다.
박유영님, J형, 같이 열심히 찍어봅시다.
From ; 지금은 은퇴한 어설픈 Fashion Photographer로 부터
이승훈( '')/님의 댓글
글 속에 인용된 박지원선생의 글이 머릿속을 맴도는 군요.
전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도, 그렇다고 작가도 아닙니다.
하지만 직업상 글쓰는 작업이 필요한 사람으로서 공감이 가는 이야기더군요.
더불어 두 분의 글을 보고나니,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 내 인생에서는 과연 무엇이 남겨져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군요.
천형기님의 댓글

타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내눈에도 들어와야 그리고 양자간의 눈높이가 맞아야 비로소 진정한 정체성를 가지고 세상을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박원장님이나..말씀하신J형 이나 저자신이나 아직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님에야...내가 본 세상... 내 주변인이 본 세상..파인더가 본 세상이 같아지는..아니 같아 진다고 생각될 때 까지 귀를 활짝 열고 눈을 크게 뜨고 사방을 둘러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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