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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를 통해서 주고 받은 길고도 짧은 편지글...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이효성
  • 작성일 : 06-05-31 06:44

본문

라클이 주는 묘미 중에 하나는 “쪽지”를 통한 또 다른 만남이 있다는 것일 겝니다.
제 쪽지방에 있는 650여개의 서신들을 이따금 들쳐 보는 맛이 살콤 달콤합니다.
쪽지는 라클의 또 다른 생명력의 근원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저희들처럼 애틋하고 애정어린 교제들이 이 쪽지를 통해서 내왕하고 있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특별히 해외에 거주하는 저에게는 OFF LINE의 제한성으로 다양한 교제를 할 수 없지만, 쪽지를 통해서 좋은 라클 회원님들을 만나고 사귀고 마치 연애하듯 편지를 주고 받고 있어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그 중에 최근에 우연히 라클을 통해서 만나 주고 받았던 연애 편지 같은 편지글을 부끄럽지만 추려서 공개합니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형님 아우로 부를 만큼 가까워진 일면식도 없는 아우님과 제가 주고 받은 편지글입니다.
먼저 아우님에게 양해를 고했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한 점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이러한 귀한 기회를 만들어 주신 라클 운영진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날짜는 나중글이 먼저 오도록 되어 있습니다.

2006년 5월29일

"달콤 살콤 남도 여행기"에 감탄합니다.

몇번이나 읽고 또 읽으면서 가져오신 남도의 향과 멋에 겨워 혼자 웃고, 또 자주 찾던곳이라서 낙안의 모습들을 그려보며 앉았었습니다.
좋으신 여행을 마치 같이 한것처럼 생생하게 보았고, 또 갤러리의 사진들로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하루를 그렇게도 유익하게 보내시다니. 많이 부럽습니다.

여직 지나는 나그네를 붙잡아 앉히는 시골인정이 남아있다는 말씀에서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형님께서는 이해하실지 모르지만..
전라도 사투리로 표현하여 이웃논에서 일하시는 동네분들을 청할때..

'어야사둔 이리와가꼬 떡잠 띠잡싸봐.. 거 영판맛있네 아! 우리매느리가 오늘아측에 떡방앳간에서 맹글어와서 땃땃하고 쫄깃쫄깃하단께'
지나는 객이라면..

'에말이요 아자씨.. 그냥가지말고 앉아보씨요. 짓국에따 밥한술 뜨고 가실라요'

그.. 정겨운 농촌인심에 그만 반하셨다니 저도 덩달아 좋았습니다. 그곳 숨겨진 곳은 알지 못하지만 낙안은 자주 찾던 곳입니다. 포인트가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지요.
광각이 유용하게 사용되셨을텐데… 좋은 사진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광목으로 된 옷들을 입고, 상투도 틀고 사시면 더 좋을텐데.. 읍성으로서의 모양새 곳곳에 볼상사나운 요즘것들이 많아서 순수하게 옛것들을 담아내기 어려웠었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은 곳이면 더 단정할텐데.. 사람이 살기에 더 잘 가꾸어 다듬기가 어려운 모양입니다. 그러나.. 또 사람이 살기에 더 정겹고, 더 자연스러운 맛도 있습니다.

주말 새벽이면 밖을 내다보고 안개가 있을 법하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챙겨들고 파크 한곳을 정해두고 찾고 있습니다. 갈때마다.. 색다르게 보려고 構? 또 여기저기 기웃거리다보니 생각지 못했던 좋은 광경들을 찾게됩니다. 벌써 모여진 수십장의 사진들을 골라서 20여장 길거리 전시회를 파크에서 해볼까합니다. 전시가 되지 못한 사진들은 한곳에 모아 두고.. 원하면 가져가도록 하려구요.
그냥 사람들이 자주 다니며 건느는 나무로 된 다리곁에 긴 줄을 걸쳐두고.. 거기 빨래집게로 걸어두는 정도로 해보렵니다.
늘.. 보던 광경이니 색다른 시선을 보며 교감이 쉬울거도 같습니다.
슬라이드가 아니고 값싼 필름들이다보니.. 색감이나 해상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오랫동안 쉬느라 게을리했던 감각들을 일깨운다는 마음으로 시도하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새벽이면 작은 카메라를 들고 왔다갔다하던 저를 기억해주겠지요.

형님!
요즘은 이 맛들이 큰 위안이 됩니다. 대부분 화인더로 들여다보는 모습들의 50%도 못되는 저급 사진들이지만, 찍을때의 그 긴장감이나.. 기다리며 기대해보는 그 마음들이 사뭇, 소풍을 기다리거나 상받는 걸 미리 알고서 아침 조회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설레입니다. 어설프게 작가들(사진집)의 위대한 구상들을 흉내내보기도하고, 괜시리 주저앉아 프레임을 눈어림으로 만들어 세상을 네모로 만들어버리기도하는 엉뚱한 행동들도..
즐겁기만합니다.

다시한번 고향 소식에 대해 감사드리고, 또 시차적응에 어려움 없으시길 기원합니다.
아직까지 가슴이 따듯한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그럼…

아우올림

2006년 5월 27일

"달콤 살콤 남도 여행기"라도 쓰고 싶지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우님,
이제사 제대로 답신합니다. 며칠 시차 때문에 고생해야 겠습니다.
[취미 趣味]
① 마음에 느껴서 일어나는 멋.
②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③ 전문으로서가 아니라 즐기려고 사랑하며 좋아하는 일. ¶

인터넷 국어 사전을 통해서 찾아 보니 위의 취미에 대해서 세가지로 답을 해 주네요. 이 세가지 guideline에 견주어 나의 취미 활동을 들여다 보니, 절대로 멀리 있지 않음을 발견하고 새삼 나 스스로 사진이라는 것이 정작 말하는 취미의 영역에 바로 서 있음을 느껴 봅니다.

집사람은 제가 출장을 가면 의례 누렇게 색바랜 카메라 가방 챙겨가는 것에 대해 당연지사로 받아 들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그 무거운 것을 귀찮게 무어라 들고 가느냐는 핀잔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말려도 되지 않을 것이니 오히려 잘 해 보라고 후원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가방 한켠에 허접한 똑딱이라도 밀어 넣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때로는 어떤 예견되지 않은 풍경이 막 내 눈 앞에 보일 것 같은 그런 불안감을 갖게 되는 것은 정작 나 혼자만의 현상은 아닌 듯 합니다.

지난 토요일 참으로 오랜만에 광주행 KTX에 몸을 실었습니다. 새벽 5:33분 기차를 타기 위해 4시경에 일어나 부산을 떨어야 했지요. 잠깐 곤한 몸 탓에 잠을 취하다 깨니 벌써 서대전까지 왔더군요. 다소 몽롱한 기운으로 바깥 풍경을 구경하며 한 역 한 역을 지나 광주로 바쁜 마음을 달래며 내려 갔습니다. 여기 저기 이삭을 드러낸 보리밭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이제 남도의 땅에 들어선 느낌이 실감이 나기 시작하고, 여기 저기 산마다 살포시 피어난 연보라색 오동나무 꽃이 참으로 곱게 다가 왔습니다.

드디어 광주역에 내리니 반가운 분께서 기쁜 마음으로 마중 나와 계시고, 몇달만에 만났는 데도 참을 간만에 만난 양 반가움을 나누며 목사님 차에 몸을 싣고 낙안읍성으로 바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미리 준비하여 두신 빨갛게 농 익은 밭딸기를 아침겸 차안에서 먹으면서 밀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광주 시내를 빠져 나가 멀리 낙안읍성으로 바삐 달려 갔지요.

남도의 땅은 언제나 그랬듯이 항상 반갑게 전혀 거부감 없이 이 이방인을 흔쾌히 맞이하여 줍니다. 나도 저들 산처럼 그저 이유없이 포용할 수 있는 그런 넉넉하고 담담(淡淡)한 마음을 생각하지만 여전히 그저 좁쌀알보다 작은 그런 느낌을 갖기가 늘상인데, 요즘은 갈수록 내 스스가 작아지는 느낌을 접하곤 합니다.

일부러 꼬불 꼬불 옛 포장도로를 택해서 가기로 했지요. 한참을 달려 가던 차에, 산 깊은 골짜기에 주렁 주렁 논들이 달려 있는 동네에서 논일을 하는 농부 몇분을 발견하고 차를 돌려 동네로 들어갔습니다. 등에다 지게처럼 농약통을 메고 제초제를 뿌리는 농부를 만나 인사를 드리고 사진을 담고, 동네 어귀부터 예사롭지 않은 풍경을 담고 있는 데, 동네 사시는 한분이 여기서 2km 정도 더 내려 가면 아주 오래되고 제대로 보존된 다랑이 논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마을이 있다하여, 바삐 짐을 챙겨 들고 그 곳으로 차를 돌려 내려 가니 정말 초엽부터 예사롭지 않은 동네임을 쉽게 알 수 있을 만큼 잘 보존된 동네로 들어 가게 되었습니다.

마을 초입 어귀에 이르니 소가 쟁기를 메고 논갈이는 하는 풍경이 들어 왔습니다. 한쪽에서는 논갈이를 하고, 다른 한켠에서는 노인 할머니 농부들이 손으로 못줄을 따라 애써 힘들여 모를 내는 풍경을 발견하고는 우리 둘이는 이 오랜 풍경에 감동하며 차를 바삐 세워 두고 그 곳으로 갔습니다.

그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 가시며 토박이 인사를 건네시고, 나도 거기에 묻어 어색한 서울 깍쟁이 발음을 절제하며 함께 묻어 들어 갔지요. 이제 78이나 되신 어르신께서 잘생긴 소를 앞에 두고 무릎까지 빠지는 무논에 쟁기질로 힘겹게 그러나 아주 능숙하게 오랜 동안 몸에 밴 동작으로 논갈이를 하고 계셨습니다. 한켠에서는 할머니들이 무논에 모를 심고, 그집 막내 아들은 순경일을 재껴 두고 주말부터 연 3일 동안 부모님들의 논일을 돕고 있었습니다.

이 풍경을 놓칠새라 연신 사진을 담고 있는 데, 주인 아주머님께서 어서 와서 막걸리 한잔하라는 것입니다. 집에서 담근 농주이니 그 맛이 좋다고 하시지만 목사님과 나는 그저 고맙다는 인사만 건네고 그들만의 풍경을 계속 담았지요. 그리고 새참 시간에 맞춰 모두들 자리에 앉아 쉬면서 새참을 나누었고, 우리 둘도 아주 자연스럽게 그들의 자리에 동석을 했습니다. 쫀득한 찹살로 지은 밥에 산에서 갓 딴 고사리나물 무침과 마늘쫑을 반찬 삼아 아침부터 허기진 배를 정말 맛있게 채웠습니다. 간간히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아련한 농부의 인심을 흙냄새와 함께 느끼며 간만의 진짜 농부의 마음을 대하면서 우리 둘만의 행복한 시간을 만끽하고는 한켠에는 노인 농부들만 남아 있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다랑이 논이 있다는 동네 윗자락으로 간신히 차 한대들어갈 비좁은 따라 올라 가니, 또 한분의 노인 농부가 높은 논에서 쟁기질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랴 이랴… 힘에 겨운 양 무거운 쟁기를 뒤짚으면서 소 한마리 겨우 돌아설만한 구석쟁이에서 힘겹게 일하시는 농부를 만난 것입니다. 처음 보는 다랑이 논. 꼬불 꼬불 높다란 논두렁을 사이에 두고 자연스런 모양으로 다닥 다닥 붙은 다랑이 논은 농촌의 맛을 느끼기에 더 없이 좋았지만 그 힘겨워 하시는 농부의 수고를 보니 한편 안타까움 또한 크기가 그지 없었습니다. 두꺼운 수건으로 머리를 가리운 며느리가 수박을 새참으로 가져 오니, 이네 이렇게 힘든 데 까지 뭐라 가져 오냐며 며느리를 애써 사랑하는 농부의 마음을 대하니 그 흐믓함이 크기도 하거니와 몇 조각되지 않는 수박 마저 애써 건내시며 나누시는 그 인심에 그저 훔씬 녹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미 좀 더 높은 논들은 사람의 손이 간지 오래되어 묵은 논으로 방치되었고, 이 논마저도 곧 노인 농부가 손을 떼는 순간부터 다시 묵은 지기로 전락할 위기가 있는 이 농촌의 현실은 어쩌면 쌀 수입 개방의 아픔 보다도 더큰 아픔으로 보였습니다. 여기저기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파혜쳐진 서울 인근의 농촌은 이제 더 이상 농촌이라 불리우기를 거부한지 오래이고,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이미 돈 맛에 중독이 되어 훈훈한 농부의 인심 또한 저 커다란 불도저를 따라 땅 속 깊이 묻혀간지 오래되었건만 이 산자락 깊은 옛 농부의 훈훈함은 때묻지 않은 그 마음 그대로 였습니다.

그런 시간을 아쉽게 뒤로 하고 원래의 목적지인 낙안읍성으로 바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낙안읍성을 끼고 밖에는 음식점들이 참으로 많아 잠깐 어디를 갈까 고민에 빠졌었지요. 남도 보리밥에 고추장을 비벼 먹을까하다가 “꼬막 식당”이라는 허접한 식당을 발견하고 들어가니 차려지는 메뉴가 꼬막 일색이었습니다. 젓가락을 이용하여 꼬막의 배를 갈라 빼먹는 통통하게 물이 오른 꼬막살에 적당히 간간한 바닷물이 배여난 꼬막은 감칠맛 그대로 였지요. 이어서 꼬막 튀김, 그리고 미나리 나물에 고추장을 섞어 만든 꼬막 비빔밥은 정말 약간 시큼한 맛에 생생한 꼬막살이 입안에서 나긋 나긋 녹아 나는 그런 맛이었지요. 꿀꺽…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남도 땅의 음식은 어딜가나 최고라는 사실을 재 확인할 수 있더군요.

말로만 듣던 낙안읍성은 장엄함은 없지만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된 성곽으로 성내에는 민속촌이 용인의 민속촌 형태로 잘 지어져 있었고, 차이점은 사람이 텃밭을 일구며 그 안에서 살아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고관 대궐도 사람이 살지 않으면 음침하지만 다쓰러져 가는 초가집도 사람이 살면 그 안에 생명력이 있으니 참으로 신기하지요.

잠시 광주 시내를 둘러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늦은 밤 다시금 KTX를 타고 돌아 왔지요.

괜시리 고향 땅 얘기를 내 얘기처럼 자랑삼아 늘어 놓아 혹 아우님 향수병을 도지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기쁜 주말 되시길…
이효성

2006년 5월 25일
형님 돌아오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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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독도 풀리지 않으셨을텐데,
겔러리 리플에서 형님 이름을 대하니까 반갑기도하고, 좋기도하여.. 얼른 쪽지를 드립니다. 어떠셨는지요. 얼마나 바쁘게 시간들을 보내시며 가보고 싶은곳들은 다녀 오셨는지요.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고국의 들판이나 퍼렇게 아니 벌써 누렇게 물든 들판들의 풍요로움은 여전하던지요. 김제평야를 지나칠때면, 아리랑이 생각나고, 토지가 생각나고, 태백산맥이 생각나면서 우여곡절을 지낸 민족의 설움과 아픔을 가슴으로 느끼게 되더군요. 그러면서도 여전히 따스하고 고운 마음으로 어울려사는 우리네 어울림이 좋고, 가끔은 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시끌한 싸움도 있고, 이해하기 힘든 부대낌도 있지만 어째서 익숙해진 그방식들이 더 정겹고 그립습니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할라치면 일부러 시장에 가까운 식당들을 선택하고, 아니면 아예 시장안의 팥죽집이나 백반집들을 선택해 들어가.. 가만히 들리는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며 밥먹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또한 전라도 지방은 그 사투리들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형님께는 죄송하지만 잊고 있던 사투리들을 하나둘 들을라치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된답니다.

아따~
오메(워~메)
징상스럽네, 징허네..

어르신들일수록 더 텁텁하고 맛깔스럽게 말씀하시어서.. 그들의 자연스런 어울림들을 몰래라도 담아보려고 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땐, 용기를 내지 못했었습니다.

시차는 어떠신지요.
한국에서 적응될만하시니 또 돌아오시게되어 출장으로 잠깐 여행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힘드시겠다 생각됩니다.
형님께서도 많이 힘드실거같구요. 더구나.. 열서너시간을 좁은 의자에 앉아서 이동하기란..
저처럼 인내심이 부족한이들은 쉽지않을듯..^^

이제.. 다시 평화로운 집에서,
또 일터에서, 그리고 시선이 머무시는 곳마다 발걸음을 붙잡는 곳마다에서 더 강건하시고, 활발하시길 빕니다.
또한.. 제게 좋은 소식도 많이 알려주시구요.

이제 출근합니다.
아우올림.

2006년5월18일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늘 28mm 사진을 올리실때마다 화각의 입체감과 화려한 색감이 부러웠는데.. 이제 좀더 깊은 동질감으로.. 화각에 대한 조언과 느낌들도 나눌 수 있게 되서 기쁩니다.
실상은, 한국처럼 골목이나 노점상등 편안하게 찍을 수 있는 대상이 적어서 대상을 물색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파크 한곳 정해놓고 한 몇달간 거기만 들락거리려고 맘먹고 있습니다. 새벽에도 가보고, 해질녘에도 가보고, 한 낮에도 가보면서 다른 시선으로 그것들을 바라보며 그 느낌을 즐겨볼까합니다.

흑백과 잘 어울리지 않아서 다소 아쉽지만 지난 주엔 오리 가족이 정말 괜찮은 곳에 터를 잡았더군요.아쉽게도 급속하게 날씨가 흐려지는 바람에 광량이 충분하지 않아서 눈요기로 끝냈지만, 담주에 다시한번 찾아보려구요. 이번엔 흑백을 넣어야 할 거같습니다.

참.. 형님의 28mm가 1세대이니 흑백에도 관심을 가져보시지요. 엔젤 아담스의 사진들은 어째 너무 선명해서 첨엔 좋더니 차츰 실증이나고, 요즘엔 살가도의 사진들에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또하나 the greek File 이라고 William Abaranowicz의 책을 보고 있는데 마치 솜사탕을 먹는 기분입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기분좋게 하는 사진집입니다.

먼길달려가시고, 또 시차도 다르실텐데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호텔의 아침찬은 입맛에 맞으시는지요.
하긴 어느 골목의 김치찌개도 맛이 없을까요.
거기 호텔에서 내려다보는 분주한 고국의 느낌도 예사롭지 않으실터..
부디 좋은 맛, 좋은 구경들 많이 하세요.
특별히 인사동도 한번 찾으시고,
담양에 가시면 관방천의 시원한 절경도 누리시고,
담양에서 가까운 소쇄원과 명지원등에도 꼭 들러보세요

예향이 가진 멋스러움과 투박한 질그릇같은 순수함도 맛보실터입니다.
언젠가.. 길가(시골 경치좋은곳)에 작은 화랑이 있었고, 거기 제법 괜찮은 조각들과 그림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 멋스러움에 빠져서 감탄 감탄을 하고 있는데,
입구에 수수하게 차려입었지만 정말 우아한 귀부인의 자태를 가지신 주인이 다가오더군요.
그리고 그 주인양반..
'어써 오셨소' 특이한 전라도 사투리가 쏟아져 나오는데
우스워 죽는줄 알았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말로는 깬다라고 할텐데..
그점 유념하시고.. 애교정도로 봐주시면서 전라도의 수수한 멋과 맛 마음껏 즐기시길..

그럼
아우올림

2006년 5월 16일

그 바쁘신 와중에서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직 가시고 계신가요?
좁은 공간에서 많이 불편하실터인데, 읽을 만한 책들은 몇권 챙기셨는지..
다행이 좋은 영화라도 한편 상영한다면 심심치안으실 터인데..
창가에 앉으셨다면, 솜털같은 구름위를 날으시면서 달콤한 꿈을 꾸고계신건 아니신지.
만날 여러 좋은 사람들을 그리면서 벌써부터 설레이신건 아니신지..

저도 덩달아 고향으로 내 달리고 있습니다.
모퉁이 돌아가면 뚝방에 자전거를 타는 녀석들이 있을것이고,
늘 한결같이 농사에 열심인 어르신들의 반기는 소리도 들려올것이고, 어린시절 감서리하다 혼났던 추억들도 같이 떠올라 멈추어서서.. 허허 하고 웃을것인데..
한동안 세월에 묻혀 찾지 못했던 고향이 새삼 가고 싶어집니다.

이제는 딱히 내 자라난 곳만 고향이 아니라.
내 나라가 고향이고, 내 민족이 고향같습니다.
특히나 담양행을 앞둔 형님의 출장길이 형님보다 더 기대가 되고 설렘은 아마도 그 탓일것입니다.

바쁘게 준비하시고, 분주하실거라 생각하여 쪽지도 참았건만..
그 와중에 원로 목사님댁에 봉사까지 하실줄이야..
참 부지런 하십니다.
새벽 사진을 보고 부지런타 했더니만, 형님 글 대할 때마다 삶에 깊게 배인 친절을 몇번 눈치챘었는데 정말 본받아야 되겠습니다. 그러고보면 나누는 정들이 재산이요, 보람이고 또 인생의 맛인데.. 요즘은 웬지 게을러집니다.

고향내음,
고향맛,
고향의 정,
그리운이들의 다정한인사..
듬뿍 기원합니다.
그럼

아우올림

2006년 5월 13일

세상 사는 재미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우님에게,
금요일 저녁으로 기우는 시간입니다. 오늘도 하늘에 구름이 정말 아름답게 눈이 부십니다. 두둥실 떠 다니는 구름을 타고 잠시 어디론가 다녀왔으면 하는 여유를 생각해 봅니다.

어기는 며칠전부터 출현한 오리 가족들 때문에 화자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 바로 옆에 꽤 넓은 인공호수가 있는 데 제 창에서 보면 아주 잘 보입니다. 그곳에 얼마전에는 기러기가 --를 몰고 왔었는 데, 이번에는 오리 부부가 -- 12마리(한마리는 어제 사라짐)를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사무실 동료들은 집에서 애들을 데리고 와서는 자연 공부를 시켜 주고, 아침 마다 오리 --들이 밤 사이에 잡혀가지 않고 그대로 있는 지 숫자를 확인하여 보곤 합니다.

답장 잘 감사히 받았습니다. 과분한 답장이 과히 듣기 부담스럽지 않음은 아우님이 넉넉하고 착한 마음씨를 가진 듯 함이 아닐까 생각을 해 봅니다. 그간 살아 오신 이국 땅에서의 아우님의 삶의 한 과정이 힘에 겨웠을 지라도, 그 삶을 대하는 태도와 경험을 통해서 얻어진 것들이 있을 테니, 그 또한 남은 삶을 든든히 떠 받혀줄 자양분이 되었을 게 틀림없겠지요.

저희 동네는 가을부터 4월까지 비가 옵니다. 겨우내 비가 내리니 식물들이야 좋기야 하겠지만, 사람들에게는 심한 경우 우울증을 유발시키기도 합니다. 그저 겨울에 내리는 비 앞에 순응할 줄 모르는 이방인들에겐 불평의 대상이 되곤합니다.

한국이야 비에도 색깔이 있잖아요. 좀 풍류스러움도 있고, Sentimental한 분위기도 담겨져 있고... 비록 영화나 유행가나 시인들이 힘을 빌어 약간은 무리하게 강요된 점이 없지 않아 있지만요.

미국에서 비는 그저 비일뿐, 우리네 처럼 앞에 수사어를 멋지게 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겨울비, 봄비, 가을비, 소나기, 장대비, 이슬비, 가랑비, 보슬비, 여우비 등등 그리고 보니 종류가 많네요.

조동진의 “겨울비” 만큼은 아니겠지만 왠지‘겨울비’라는 단어만 접해도 괜시리 깊은 실연이라도 경험한 양 슬픔이 그리움처럼 치미는 것은 나만이 체득한 감성은 아닌 듯 합니다.

이은하에게 가장 어울리는 노래 중하나인 ‘봄비’는“봄비 속에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 왔네”노랫말처럼 마치 내게도 금방 떠나간 연인이 다시 돌아 올 것 같은 그런 희망같은 것을 느끼곤 했는 데, 그러나 이곳의 봄비는 그저 겨울비의 연장선에 있을 뿐입니다.

여름에 퍼부어 대는 소나기는 황순원의 소나기만큼은 아니지만, 처마밑에 비를 피하던 기억 그리고 대청 마루에 앉아 할머니가 막쪄낸 뜨끈한 감자를 먹으며 장마비가 지나가기를 고대한던 그 풍경은 이제 그리움으로 묻어 두어야만 하겠지요.

최헌의 허스키한 “가을비 우산 속”은 나이 많은 직장 선배들의 노래방 18번이기도 했지만, 웬지 지금에 나이에 선 내가 가사를 읊조리니 헤어진 옛 연인이 떠오름은 아직도 연애의 감정이 남아 있음을 보는 것인가요?

제가 자주 불렀던 노래 중에, 작사자는 생각이 나질 않지만, 좀 서정적인 노래가 있었습니다.

야 비야 비야 오지 말아라 장마비야 오지 말아라
비야 비야 비야 오지 말아라 우리 누나가 시집 간단다
가마 문에 얼룩지고 다홍치마 얼룩진다
연지곤지 예쁜 얼굴 빗물로 다 젖는다

민요조로 옛스러움이 잘 묻어 있는 노래가사입니다.

덕분에 비 분위기에 훔뻑 젖어 봅니다. 나쁘지 않네요… 메마른 감정을 다시 일깨우니… 갑자기 어설픈 싯줄이라도 써 내려가고픈 충동이…

평안하십시오.

Portland에서

2006년5월12일

하하하.. 형님의 덕담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특별히 다산 선생님의 우애를 곁들여 들려주신 덕담들을 가슴에 새기고 또 새기느라 답장이 늦습니다.
어찌나 정감이 어리고, 또 따스하던지 하마트면 눈물이라도 쏟을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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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기현님의 댓글

김기현

어느 분인지 짐작이 됩니다.

저도 그 분이 정성스레 준비해오신 딸기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교회 증축문제로 무척 분주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차로 마중을 나와서 저를 안내해 주셨던 그 분의 모습이 눈을 감아도 떠오릅니다.

아름다운 인간과 인간의 만남의 중계방송을 보는듯 하여 흐믓합니다.

김동욱/sHOAh님의 댓글

김동욱/sHOAh

사람과 사람사이에서의 따뜻한 오고감이
이른 아침 하루의 시작을 즐겁게 해줍니다.

이상록arbat2님의 댓글

이상록arbat2

서로에 대한 깊은 신의와 따스함이 묻어 있어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 ^^

강웅천님의 댓글

강웅천

저의 사소한 쪽지 질문하나를 정성을 다해 답변해주신 형님의 마음씨에 감동하여 적적한 이국생활에서의 쪽지 교제를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
천금보다 더 값진 만남이 되고.. 덕분에 몇가지 고맙고 좋은 혜택을 벌써 받았으니
올핸 복이 많은가 봅니다.
모쪼록 평생지기로 마음에 담고 언젠가 뵐 날을 고대합니다.
긴글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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