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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f Koudelka (1938- )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김민향
  • 작성일 : 06-02-26 13:09

본문

요셉 쿠델카는 내가 오마주를 표했던 유일한 사진가이다. 쿠델카가 196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자기도 이유를 잘 모르면서 그냥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어서" 몇 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루마니아와 동유럽의 집시 커뮤니티를 촬영하는데 썼던 칼 자이스 예나 25mm 플렉토곤 렌즈를 작년에 구태여 어렵게 구하면서 나는 그것을 쿠델카에 대한 오마주라고 표현했었다. 지금도 나는 이 렌즈로 쿠델카의 집시들처럼 외롭게 떠도는 뉴욕 사람들을 촬영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우리"라는 구분에 대해 무척이나 배타적인 집시들이지만 사진 작업이 끝난 뒤 다시 집시 캠프를 찾은 쿠델카만은 자신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주었다. 태생은 집시가 아니었어도 함께 영혼을 나누었다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도 내가 촬영하는 사람들, 커뮤니티로부터 태생은 달라도 함께 영혼을 나눈 그들의 일부로, 그들의 일원으로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싶다.

사진 사이트에서는 흔히 그를 "1970년대 초반 이래 지금까지 20년 넘게 아무런 집도 가지지 않고 전유럽을 떠돌면서 급격하게 사라져가는 모습들을 담고 있다"고 소개한다. 쿠델카는 1968년 소련의 프라하 침공을 사진으로 기록했고, 그 이후 체코를 떠나 유럽을 떠돌았다. 사진가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방식인 잡지의 저널리즘 사진 작업 요청도 일체 거부하고, 암실 작업할 시간도 아까와하며, 그가 느끼는 풍경과 떠도는 사람들과 버려진 문화를 촬영했다. 매그넘의 명성도 그를 눌러앉히지 못했다. 벌판에 신문지를 깔고 순례자의 여정에 함께 하는 듯한 빵과 몇 가지 물건들을 펼쳐놓고 찍은 사진이 그의 생활을 보여준다.

오늘 문득 펼친 그의 사진집에서 그 자신이 찍힌 사진을 보았다. 떠도는 그를 프랑스로 거둬들인 여러 면에서 진정한 거장이었던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 찍은 사진이다. 사진 속의 야전 잠바...일화에 따르면, 바로 저런 옷차림으로 대륙을 떠도는 그를 브레송은 파리의 한 팬시한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쿠델카가 바로 저런 옷차림으로 나타나자 레스토랑 측에서는 지저분하고 더럽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했다. 이미 프랑스의 명사였던 그리고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성품의 브레송은 쿠델카를 위해 분노하며 "우아하게 차려입은 당신들보다 저 사람은 몇 배나 더 고귀하다"고 말하고 함께 그 자리를 떴다...그의 망명을 거부하는 프랑스 정부 측에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이 데려갈 것이다"라는 외교적 발언을 해서 쿠델카가 프랑스에 정착할 수 있도록 했던 것도 브레송이었다.

찬양을 크게 틀어놓고 방 한 가운데 서서 우연히 집어든 그의 사진집...탱크, 짓밟힌 사람들, 떠도는 사람들, 버려진 사람들, 벌판, 황량한 바다, 사형수, 떠도는 사람들의 개, 아이들, 부부, 죽음, 장례식, 그 삶의 제의들과 그 모든 것에 깃든 영혼이, 그 영혼을 찍어내며 수십년동안 길 위를 떠돌았던 쿠델카의 눈과 손과 발과 마음이, 찬양 속에서 나에게 일종의 비전으로 살아난다.

사진집 뒤의 인터뷰를 처음 읽었다. 쿠델카는 그의 고단한 여정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I once met a great guy, a Yugoslavian gypsy. We became friends. One day he told me, "Josef, you've traveled for many years, never stopped; you've seen lots of people and countries, all sorts of places. Tell me which place is the best. Where would you like to stay?" I didn't say anything. Just as I was about to leave, he asked again. I didn't want to answer him, but he kept on insisting. Finally he said, "You know, I've figured it out! You don't want to answer because you still haven't found the best place. You travel because you're still trying to find it." "My friend," I replied, "you've got it all wrong. I'm desperately trying not to find that place."

(한번은 참 멋진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다. 유고슬라비아의 집시였다.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어느날 이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요셉, 그렇게 오랫동안 끊임없이 여행을 했으니, 숱한 사람들에 숱한 나라에, 온갖 데를 다 가봤겠군. 제일 좋은 곳이 어디던가? 이제 여기쯤 머물렀으면 좋겠다 싶은 데가 어딘가?"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자리를 뜨려 할 때쯤 그가 다시 물었다. 나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꾸만 재촉을 했다. 마침내 그는 "아, 이제 알겠다! 아직 그런 곳을 못찾아서 대답을 안하는 거군. 아직도 찾고 있는 중이라서 계속 여행중인거지?"라고 말했다. 나는 대답했다. "친구, 다 틀렸어. 나는 그런 곳을 찾을까봐 기를 쓰는 중이라네.")

-from "Notes from discussions between Josef Koudelka and Karel Hvizdala in Prague, 1990-2001"


By faith he made his home in the promised land like a stranger in a foreign country; he lives in tents...for he was looking forward to the city with foundations, whose architect and bulider is God...And they admitted that they were aliens and strangers on earth. People who say such things show that they are looking for a country of their own. - Hebrews 11:9, 1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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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치환님의 댓글

이치환

여기 파리 뒷골목, 빈민가를 돌아다니다가 보면 쿠델카를 추종하는 젊은 방랑 사진가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곤 합니다. 휴머니즘이 가슴에 짜릿하고 진득히 묻어나게는 글.
감사드립니다.

김기현님의 댓글

김기현

제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사진가네요.
다른것 다 빼고, 그냥 사진 그 자체로....

박경복님의 댓글

박경복

감동이 넘치는 좋은 글... 많은 배움을 얻고 갑니다.
쿠델카의 삶과 사진 형식을 따라할 수는 없지만... 그의 사진을 참 좋아합니다.

하광용님의 댓글

하광용

"보이지 않는 나라에 대한 믿음",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살다가 죽었으며, 그들은 약속하신것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것을 멀리서 바라보고 반겼으며, 땅에서는 길손과 나그네 신세임을 고백하였습니다. '쿠델카'의 글을 읽으면서, 나그네같은 우리인생을 아니 나의 삶을 돌아 볼수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나그네와 짚시의 길을 읽으면서, 사진찍는데 인색하지 않은 카메라맨으로 남아야 겠네 !

최주영님의 댓글

최주영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 라.클회원 신대기 후배가
쿠델카의 '집시' 사진집을 구해서, 찬찬히 볼수있었습니다.
사진의 깊이와 그 잘라낸 시간,장소...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깊이에 많이 마음이 설레더군요.

쿠델카의 근황을 알수있는 곳이 있어...링크 올립니다.
헝거리의 한 화랑에서 한 쿠델카의 전시회입니다. 쿠델카의 최근 모습을 많이 볼수있습니다.
이 사진 화랑을 알게된것은 라.클회원이고 태국에 계신 김윤기 선배님이 이 화랑에서 전시가 잡혀있으시다해서,
싸이트를 봤더니만, 쿠델카 사진전을 하더군요. 아마 가장 최근의 그의 사진전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오랬동안 잠적했었다는 애기를 들은것 같은데 말입니다.


쿠델카 전시회 및 그의 최근모습.
http://www.maimano.hu/andrekerteszte.../index_en.html

김경태/KT.Kim님의 댓글

김경태/KT.Kim

쿠델카와 더불어 브레송의 일화 잘읽었습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최민우님의 댓글

최민우

쿠델카,브레송...마음에 와닫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하효명님의 댓글

하효명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도권 밖에서의 자유로운 삶이 제도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행색이 안 좋다고 레스토랑에 못 들어오게 했다가는 아마 그 식당 문 닫아야 할지 모릅니다.
또 망명 여부에 일개 사진작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풍토에서
그들의 레스토랑과 작가의 기득권을 생각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황선희님의 댓글

황선희

감동적인 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글을 제 홈에 퍼가도 될까요.
물론 문제가 되거나 원치 않으신다면 바로 삭제 하겠습니다. 출처는 분명히 밝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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