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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보석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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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Jeanie
  • 작성일 : 06-03-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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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보석상자

이 세상에 걸어서 하늘까지 갈 수 있는 도구가 있을까... 내 마음의 보석상자라면 그럴 수 있겠다. 하지만 눈이 가는곳에 마음에 간다는 말도 있다. 그 눈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정갈한 삶을 살 수도 있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수도 있다. 내 눈이 가는곳을 모두 다 간직해 둔다면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기만해도 가슴에 주홍글씨 ‘A’를 새겼다고 꾸중을 들을 수도 있겠다. 사실은 거의 정신적 공황상태에 이른 어느 의원님처럼 의식과 무의식의 사이에서 발생한 일들이 있는 것을 보면 마음으로 누리는 일도 수준높은 사치이리라.

그럼에도 내 눈이 0.72로 가느냐 0.85로 가느냐 아니면 0.58로 가느냐는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관건이기도 하다. 누구나가 더 좋은 보석을 찾으니까. 마찬가지로 어떤 렌즈로 가느냐역시 허다한 증인들에 의해 허다한 담론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만만치 않은 논의의 대상인 것이 분명하다.

내게는 내게는 귀납법의 문제였고 고뇌를 벗어나서 마음이 홀가분하다 못해 어떤 뿌듯한 성취감을 맛보는 삶의 한 문제로 다가왔다. 라이카가 내게 가져다 준 선물- 내 마음속의 보석상자를 간직하게 된 것이었다. 나는 미국에 살지만, 불세출의 농구대가 마이클 죠단이 활동했던 이 동네에 꽤나 오래 살고 있지만 마음만은 내 고향 남쪽바다에 가 있고 사진기만큼은 클래식가운데서도 라이카에 가 있다. 그 라이카가 일궈준 작은 성취를 얘기하고자 한다.

내겐 딸 하나가 있는데 이 애가 투지가 높다. 백인아이들이 대부분인 학교에서 별로 기죽는 것을 보지 못했다. 철학공부를 하는 나는 책만보는 거의 백수수준인지라 집안일은 내 몫이었다. 그러니 이 애도 어지간한 것은 다 나에게 가져와 의논한다. 지난해 9월 중순 새학기가 막 개강하고 난 후 5학년에 오른 이 애가 전교학생회 회장단 선거에 나가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역시나..또 한차례 날 잡으려 드는구나..5학년에선 부회장겸 회계(Treasurer)를 딱 하나 배정받는데 경쟁률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4,5,6학년 400 여명이 교내 TV유세를 거쳐 투표를 하게 되는데 백인아이들이 일곱명(남자 4 여자 3), 그리고 유럽애가 두 명(남자 1 여자 1) 그리고 흑인 애가 한 명(남자1) 그리고 우리 딸이었다. 매운고추와 사스를 막아주는 김치를 먹는 사람의 딸 내 딸..

이 애가 나에게 부탁한 일은 포스터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포스터라..내 손에 있는 라이카가 퍼뜩 떠 올랐다. 이 때다. 돈 많이 쓴 내가 그 탈을 모면하고 실력발휘할 수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다. 그 때 내 손엔 R9과 280/4 Apo가 이었고 M7과 75/1.4 lux 가 있었다. 석양마져 물러가는 희미한 불빛아래서 후지필름(N165로 기억한다)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네사진관에 가 뽑아다 다섯장의 포스터를 새벽 1시 30분까지 만들었고 소형비디오로 딸애의 연설내용을 다듬고 표정연습, 발음연습까지 마쳤다. 다음 날 아침엔 학교까지 오랜만에 스쿠울버스를 마다하고 데려다 주었다. Kiss & Good Bye Zone에 내려다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Hei,, 넌 Korean 이야 알지.” 그 애는 말없이 씩 웃기만 하고 학교 현관으로 들어갔다.

후일담.. 내 딸은 부회장이 되었지. 그런데 백인아이들이 78%인(전교 학생은 800명)유권자들이 내 딸을 뽑은 이유다: 그네들 역시 누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포스타에 실린
사진이 너무나 선명하도 아름다워서(실제보다 내 딸은 더 예쁘게 나왔다. 두 렌즈 다 비슷했는데 75/1.4가 보면 볼수록 질리지 않는 ‘부드러운 풍요’를 한층 더 내 뿜어 주었다) 점수를 높이 주었다는 것이다. 라이카가 한 몫해 준 것이다. 라이카덕에 부모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라이카덕에 내 마음속의 보석을 품게 되었다: 나의 사정으로 이 땅에 온 나의 씨들이 자라나 올바른 사람으로 커가는 것을 보는 것 보다 더 큰 기쁨이 있을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들어 오는 라이카 클럽 넷. 그냥 좋다. 사족이 필요없이 그냥 좋다. 리플에 실리는 살아 온 저마다의 생들의 변론들..나아가 반론과 또 반론이 역전되는 적절한 긴장감이 더 할 수 없이 좋다. 젊은 냄새가 태평양넘어까지 밀려 온다. 이제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고자 하기에 이곳으로 아주 왔다. 많이 많이 아껴주고 내어 놓아야지..

나는 내가 한국사람인게 좋다.

3/11/06

내가 좋아하는 라이카 클럽에 닻을 내린 사실을 기억하고자 하기에.

Jeanie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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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장충기님의 댓글

장충기

훌륭한 따님으로 키우셔서 한국인의 기상을 타국하늘에 드높이시길 바랍니다.
거기에 더불어 라이카가 한몫을 할 수 있었다니 좋으시겠습니다.
라이카를 사용해야 하는 떳떳한 이유가 한가지는 생겼으니...
내 라이카는 우리 아이들에게 별로 환영 받는 물건이 아닌데...

김순용님의 댓글

김순용

이번 봄방학때에 이 곳 류스턴에서 백악관까지 차로 다녀뢌습니다.
모두다 자식들을 위한 고생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여정에서 사진을 찍을려면 막내 딸(네살반)이 자기가 찍는다고 하길래 애먹었습니다.
어쨌던 미국에 살면서 자랑스러운 따님을 두셨습니다.

Jeanie님의 댓글

Jeanie

장선생님.. 꼭 그렇게 하도록 노력할께요. 부모마음이 다 같은 마음인 것을.. 마찬가지로 아이들역시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고마워하고 있을 것입니다. ^^
김선생님.. 휴스턴에서 백악관까지 차로 오자면 적지 않은 거리인데 아빠의 사랑이 아니면 이도 쉽지 않은 일..저는 because he gives me로 된 NASV 를 쓰고 있답니다. ^^

이 기 성님의 댓글

이 기 성

자랑스러운 대한국인이군요..

이완재님의 댓글

이완재

정말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글이군요. 바쁘다는 핑게로 딸과의 대화를 거의 못했었는데... 고맙습니다.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시기를...

고동혁님의 댓글

고동혁

가지고 계신 라이카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졌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라이카는 언제 그런 제마음의 보석상자를 가져다 줄런지...

최_정원님의 댓글

최_정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자랑스러우시겠습니다~ ^^

박장필님의 댓글

박장필

생활 속의 카메라...
정말 부러운 얘기입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서일홍님의 댓글

서일홍

드라마틱 한 내용이군요.. 거기에 렌즈의 뽐뿌도 같이.. ^^*

한수길님의 댓글

한수길

정말 자랑스러운 따님을 두셨군여 부럽습니다 저는 태국에 사는데 아들과 딸이 인터스클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우등상같은것 한번도 안 가져 오더군여 ㅎㅎㅎ

Jeanie님의 댓글

Jeanie

아이들에겐 놀라운 잠재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때가 오면 님의 자녀께서도 분명 나타낼 것입니다. 아빠가 모르는 놀라운 능력을요.
격려하면 아이들은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못해도 네가 최고다 최고다하다보면
정말 최고가 되는 것 같아요. 하인즈워드가 있듯이^^.

Happy life 되세요.

Jea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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