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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길들여 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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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최인규
  • 작성일 : 06-02-17 00:45

본문

[br] 1.
취미라곤 딱히 없던 내가 ‘카메라’를 들게 된것은 여자친구가 캐나다에 있을때였다.
'몸 멀어지면 마음 멀어진다'고 걱정했더니
'떨어져 지내면 분명 그리움만 더할꺼다'라고 내 멘토가 이야기 해주었는데,
마치 예언같이 6개월을 6년처럼 난 매일매일 그녀가 보고 싶어 어쩔줄을 몰라했다.
사람을 그토록 사랑하게 될줄 몰랐다.
전에 만난던 사람들은 사귀게 될 때까지는 두근두근 설레이고 보고 싶고 하다가도, 일단 고백을 하고 만나게 되면 바람빠진 풍선처럼 열정이 사그라 들었은데,
우린 사귀고 반년도 안되어 헤어지게 되어서인지 너무 보고 싶었다.
보고 싶은데, 함께 찍은 변변찮은 사진 하나 없다는게 너무 속상했다.
그래서 전도사 첫 월급을 받아서 그 돈 전부를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를 사는데에 투자했다.
그리고 그녀가 왔다.

2. 한참을 둘이 놀러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서 차곡차곡 컴퓨터 하드드라이브에 저장해 놓았는데, 어느날 바이러스 때문에 하드에 있는 자료가 몽땅 날라갔다.
난 그날로 디지털 카메라를 팔고 ‘라이카’ 라는 메이커의 필름 카메라로 갔다.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원하는 기능을 바로 바로 가진 카메라가 전혀 아니었다.
하나하나 설정해주어야 했고, 학생인 나에게 유지비용은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만나는 사람 어느 누구도 내 카메라가 ‘내가 지불한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주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필름카메라는 우리 관계같다' 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서로 만남을 통해 계속 맞추어 가면 된다고, 서로 익숙해지고, 길들여 져야 한다고 말이다.
데이트라는게 원래 전혀 생산적인 일이 아니지 않은가, 그건 아마도 결혼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린 여전히 삐그덕 거린다, 수리실에 6차례나 갔다온 내 ‘돈덩어리’ 올림푸스 필름카메라처럼 말이다. (중고로 산 이녀석은 이제는 속은 아주 새 카메라가 되어 있다)

이녀석을 이제는 포기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여러번 들었다.
수리하기도 어렵고, 요즘 나오는 카메라처럼 편하지도 않다.
초점도, 노출도, 필름돌리는것도 다 손으로 해야 하고, 목에 걸기에는 무게가 만만찮다.
하지만 어느새 손에 익어 간다.
카메라 동호회 중고시장에 내다팔려고 여러번 올려 놓았다.
딱히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고, 단지 다른카메라, 더 진보된 카메라가 더 좋은사진을 가져다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왠지 그때마다 적당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팔기전날 밤에 바라보는 나의 카메라가 왜그리 이뻐 보이는지, 예약자에게 ‘부득이한 거래취소 SMS’ 를 보내게 만들었다.

3.
다행인지 이제 4년째 사귀고 있는 우리의 사진이 늘어난다. 정확히는 【b】‘식당에서 내 맞은편에 앉은 그녀’【/b】 인물사진이 늘어나고 있다.
이 큰카메라를 매일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녀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많아지지만 ,
안넣고 다니는 날에는 가방무게의 가벼움 만큼이나 뭔지 모를 허전함을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그날 따라 내 앞에 앉은 이 낯익은 미모의 여인이 그렇게 더 이뻐 보일 수가 없다.
그래서 난 오늘도 ‘그녀의 최고의 지금‘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서,'가장 행복한 우리의 현재'를 기록하기 위해서 , 내 낡고 길들여진 카메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를 찍는다. 시간이 지나도
그녀가 점점 좋아진다. 우린 맞추어 가며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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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박경복님의 댓글

박경복

최전도사님의 삶과 카메라 사랑... 감동 깊이 잘 읽었습니다.
변치않을 사랑이 어서 결실을 맺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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