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날 우울한 얘기거리 그리고 쓰린 마음을 달래는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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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kimkihyun
- 작성일 : 07-03-2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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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클래식 카메라에 애착을 갖게 되는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향수인것 같습니다.
(더러는 현대광학 제품보다 더 뛰어난 그 무언가를 전해주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저는 어제 오늘 너무 마음아픈 두가지 사건을 겪었습니다.
어제는 왠 나이들어보이는 아주머니께서 대출권유 텔레마케팅 전화를 하신겁니다.
그런데 아주 그냥 멘트를 들고 읽더군요.
초등학교 1학년이 국어책을 읽듯이요. 저는 너무 웃겨서 수화볼륨을 최대로 키우고 팀 동료들과 함께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대출필요없습니다." 라고 한마디 하였더니
네 알겠습니다. 하고 끊으시더군요.
사무실은 박장대소의 한판이었습니다.
하지만 퇴근하는길에 그 아주머니의 경직된 목소리가 자꾸 머리를 맴돌더군요.
그녀는 어느 집의 아내이고 어머니였을 겁니다.
그리고...
아침에 저희 과장님께서 갑자기 오시더니
"박동희가 죽었답니다. 교통사고로요..." 하시는 겁니다.
평소 제가 롯X 자이X츠 야구팀 골수 팬이라는걸 아시는 터라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이야기 하시더군요.
아...정말 ㅠ ㅠ
수많은 운동종목이 있고, 수많은 운동선수들이 있으며, 그 중에도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있습니다만, 은퇴한 선수중에서 롯X 자이X츠 골수 팬들에게 박동희는 특별하고도 특별한 선수였습니다.
그는 아마추어에서도 최고중의 최고였고, 프로에서도 그 기량이 만개하나 했습니다.
그러나 상습적으로 재발하던 관절염에 무릎을 꿇고 그냥 그렇게 서서히 잊혀져 갔습니다.
박선수는 조금만 나이어린 야구팬이라면 "누구야?" 라는 질문을 해 댈 만큼 그 꽃을 제대로 피우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버림받다시피 롯X 자이X츠를 떠났습니다.
지도자로서 들어서지도 못하고,
그냥 평범한 로바다야끼 사장으로 한 생애를 마감했습니다.
반짝하는 광채와 (비교적)젊은나이, 운전 중 교통사고 사망.
모 자동차 광고로 다시 우리나라 안방을 찾아온 제임스 딘이 생각 났습니다.
박선수는 오늘 새벽 사고를 당해 운명을 달리함으로써,
잊혀져 가던 자신의 존재를 잠깐 각인시키고 떠났습니다.
"나 이땅에 살았었노라!!!...고
7년째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고, 그 사이 꼴지와 하위권에서 살다시피 한,
[수많은 야구팬들의 조롱거리] 인 롯X 자이X츠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펄펄 날고 있는4연승에서 잠깐 주춤하며 공교롭게도 오늘 패배를 하였습니다.
박선수의 죽음 자체가 너무 기가막히고 슬픈 일이지만
저 자신을 한번 더 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요즘 너무나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 찌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질거라고 믿었던 올드카메라들은 다시금 그 가치를 발휘하게 되고,
소수에 불과할지라도 그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아끼는 사람들에 의해 재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저는 어제 오늘의 일과 클래식 카메라를 통해 잠깐 삶을 투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삶의 굴곡은
우아한 자태와 시들지 않는 기량으로 정말 멋진 결과물을 내게 안겨주고 있지만,
언제 그 명을 다하고 주저 앉을지 모르는
저 올드카메라와 같은것은 아닐까요?
저도 언젠가는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겠지요.
먼 훗날 제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평가될지 자못 궁금합니다.
세상을 호령하는 영웅이 아닐지라도,
이름만 거론하면 누구나 다 아는 스타가 아닐지라도,
삶을 생각하며,
그 어떤 사람의 삶에 대해 쉬이 입을 대지 않는,
겸손하나 치열한 사람으로 살다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제 밤 늦은 시간까지
장모님께서 주신 장롱표 FX-3를 만지다가 도전한지 약 3개월만에 노출계를 고쳤습니다.
이제 뻑뻑하던 셔터도 잘 날아갑니다.
일상은 늘 같은 모습이었으나
크고작은 파도가 휩쓸고 간 어제 오늘, 이 쓰라린 마음을 달래고자
좀전에 FX-3에게 달아줄 새 눈을 하나 주문 했습니다.
아마 지난달에 팔려고 하다가 그냥 고이 넣어둔 FM2도 제 마음을 이해 해 줄겁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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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다른 동호회 한곳에도 쓴 내용입니다만...
내용도 두서도 없는 그런 넋두리입니다. 그냥 그러려니.....(_ _)
댓글목록
조윤성01님의 댓글

박동희 선수 하고는 초등학교 동기고 한 동네 살았읍니다.
초등학교땐 유격수를 봤읍니다.학교땐 별 친분 없었지만 오늘 아침 뉴스 보고 저도
믿어지지 않았읍니다. 그게.....아마, 내 나이 또래 사람이란 점과 내가 아는 사람 이란 점
때문 이겠지요.
어쨌든 ...오늘 하루 기분이 묘 했읍니다
Francis Lee님의 댓글

누구나 자신의 삶을 생각하게되죠.
남에게 잊혀진 다는것은 참 무서운 일이지요.
주위에서 같이 활동하던 사람들이 다른세계로 갔을때는 잠시 생각했다가 곧 망각의 세계로 기억을 떠나 보내게 됩니다.
내가 멀리 갔을 경우 과연 몇 사람이 나를 기억해 줄지...
하지만 사진과 함께하는 저희들은 그나마 사진이 남아 저희들의 발자취를 후대에 보여줄 수 있잖습니까.
열심히 사진 찍자구요. 그리고 배풀면서 삽시다.
Ryoung Rhee님의 댓글

▶◀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erfectBlue/김영환님의 댓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전수원님의 댓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복렬님의 댓글

박선수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너무 슬펐습니다...
너무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렇게 가면 안되는데...말입니다.
남주현님의 댓글

지금은 간혹가다가 볼수있는..
150km이상의 공을 죽죽 뿌려대던 선수였지요...
실력에 비해 너무 쉽게 사그라들었는가 싶더니만...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조남현님의 댓글

스포츠엔 별관심없는 사람이지만 누군가의 죽음은 나와의 관계와는 상관없이 항상 슬프기만 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 따름입니다.
임영철님의 댓글

고인이 반짝반짝 빛을 내뿜던 시기를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심심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박영주님의 댓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설치 미술작가인 이동석 작가를 위해 쓴 글을 올립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_____
*그들이 있었다고 한다
- 박 영 주
- 마주치지 못한 한 영혼 동석씨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10여년 전 쯤,
내게도 미친 듯이
헤매이던 시절이 있었다
무엇에 홀린 듯이,
트렁크에 속옷 가지와 양말이 든 가방,
하이킹 부츠,
VCR과 좋아하는 몇몇 영화 Film를
싣고는 무작정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
두 세 시간이고 운전하다 산이 보이면
정착을 하고, 숙박을 한다
물론, 비디오 케이블이 맞는
TV가 설치되어 있는 숙소를 골라야만 한다
간혹, 여자 홀로 숙박을 하면
여관 주인은 혹 이상한 생각을 해서인지
1시간이 멀다하고,
뭐 필요한 것은 없는지,
전화를 해대는 일이 일쑤이다
난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나중에 후배에게서 들은 이야기이지만,
혼자오는 사람은
자살을 할수도 있다는....
1997년쯤 이였을까?
햇살이 좋았던 6월, 아니 7월 쯤?
속리산을 향하던 내게 펼쳐진
청주에서 보은으로 향하는 1시간 가량의
너른 논길은
태어나 처음 맛보는 평온함이였다
알수없었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화려한 건물도, 멋진 나무도
그저 푸르게 펼쳐진 논길
지금도 가끔씩,
아직도 그 느낌은 잊을수가 없다
청주에서 보은으로 이어지는 길
나에게는 꿈길과도 같은 수채화처럼
머리속에 그려져 있는 그 길
그 곳에 그들이 있었다고 한다
속리산 근처 어디쯤에서인가
길을 잃고 헤매던 내가
가로등도 없는 산길에서
당황하며 운전을 하던 그때,
슬그머니 나타나 나에게 길 안내를
해주었던 보름달
동석은 그 보름달을 닮았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2006년 12월 현재
우연히 알게된 두 인연
보은에서 낳고 자란 동석,
그는 이제 영영
마주칠 수 없는
운명이 되어 버렸다
오늘은
속리산 한 암자에서
그의 제사가 있는 날이다
다른 한 인연
활
그는 그 곳에 가 있다
언젠가 우리는
달님과 별님이 되어
모두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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