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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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장욱
- 작성일 : 07-03-1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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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카메라가 무언지도 모르는 아들 녀석 엄마가 저를 바보로 만들고 있습니다. "사진은 그렇게 계산하며 찍는게 아니야"라며. 할 말이 없습니다. 아들 녀석 엄마가 찍은 사진 한 장이 담아야 할 빛은 제가 생각하던 빛이 아니라는걸 일깨워 주었기 때문입니다.
아래에 첨부한 첫번째 사진은 아들 녀석 엄마가 2년 전 알자스 와인 트레일을 공무차 답사한다며 그 때 11살이던 아들 녀석을 데리고 가 찍어 온 사진입니다. 지금은 누구도 거들떠 보지들 않는 올림푸스 C5050Z 똑딱이로 찍었는지라 사진 자체로는 노이즈도 많고 하여튼 트집을 잡으려면 보잘 것 없는 사집입니다. 하지만 아들 녀석의 착한 마음씨와 남을 먼저 배려하는 고운 심성이 따뜻한 빛으로 퍼져나와 보는 사람과 세상을 따뜻히 데워줄 것만 같은 사진입니다.
왜 저는 저런 빛을 담을 수 없을까요? 오직 아들 녀석의 엄마만이 찍을 수 있는 사진인가요? 정말 부럽습니다. 이제 사진에 담아야 할 빛이 무언가 깨닫게 되었는데 40여년 익혔던 제 능력으로도 그 것만은 불가능한가 봅니다.
제가 왜 좌절하는지 두 번째 사진을 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이 사진은 저랑 아들 녀석이 시계 구경하러 즐겨 찾는 코엑스 내 시계점 앞에서 찍은 것입니다. M8에 F1.4 50mm Summilux로. 진열장 조명은 너무 강한 반면 시계점 앞 보행자 통로는 실내조명이 너무 어두워 배경은 over-expose 되면서 아들 녀석에게 적정 노출을 맞추게 되면 아들 녀석이 진열장 불빛에 파묻힐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진열장 배경은 f2.0으로 조리개를 열어 날리면서 셔터 스피드는, 제 뇌출계는 1/15나 1/30이 적절하다고 읽었지만, 1/60에 노출 보정 -1/3으로 과감하게(?) under-expose 하였습니다. (아직도 카메라의 노출 reading을 믿지 않는지 자꾸 뇌출계에 의존하게 됩니다.)
이 사진엔 아들 녀석의 겉멋만 담겨있지 아들 녀석으로부터 퍼져 나오는 따뜻한 빛은 담지 못하였네요. 아들 녀석의 따뜻한 빛은 정녕 아들 녀석 엄마의 눈에만 보이나요? 정말 좌절입니다.
댓글목록
정웅태님의 댓글

그래도 아래사진에서는 거의 총각이 다된 아드님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저도 우리집 꼬맹이(6살)가 들이댄 디지털 카메라에 활짝 웃던 집사람이 제가 들이댄 라이
카에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보고 좌절한 적이 있었습니다.
모자지간에는 아빠가 알 수 없는 뭔가가 있나봐요..
차명수님의 댓글

아이가 없는 저도 뭔가 알 것 같은 재미있는 글입니다.
사진기나 기술과 관계없는 삼각 함수 문제인 것 같군요.
손영대s님의 댓글

음...아내분이 아드님과 더 교감이 잘 되어서이지 않을까요?
하효명님의 댓글

아빠와 아들은 관계가 갈등 구조라서
아무래도 아빠 앞에 서면‥
하승봉님의 댓글

재미있는 얘긴데요?
장욱님의 댓글

하효명님, 갈등구조라니요? 어떻게 하죠? 아버지와는 다른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그러나요?
손영대s님, 아들 녀석 엄마와 아들 녀석이 더 교감이 잘 된다니요? 6개월 때부터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놀아주고,..., 전부 제가 다했는데 그런 이 아비를 제쳐두고 엄마와 더 교감을 잘 한다니. 흑-흑-. 사실 그런가 봐요. 두 녀석 사진을 찍어보면 난리가 아닙니다. 둘이서 레슬링에, 등돌리기에, ..., 쌩쑈를 하는 것으로 봐서. 아들 녀석이 저와 사진을 찍으면 겨우 몰래 귀잡아 당기는 정도.
하여튼 아들 녀석 엄마 말로는 저 처럼 "조리게, 셔터 스피드 계산할 것 다 계산하고 찍으면 사진 언제 찍냐? 애 다 크겠다."랍니다.
유성환님의 댓글

그야말로 절대 강자 "감성"군 이시군요
저만해도 초중고등학교만 해도 아버지와는 다른모습으로 살아야지!
아버지는 청바지를 잘 입으시니 난 면바지! 라는 생각이 좀 있었으나
"여자친구와 어머니한테 너는 어쩜 너네 아버지랑 똑같니!?
취미도 좋아하는 것도 먹는것까지 (>_<;; )"
이런말 들을땐 참 기분이 신기해지지만 그리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
장욱님의 아이도 나중에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
그래도 사진이 있으니까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고 씨익 웃게도 하면서
고민도 하게되는거 같습니다 ^^
제가 보기엔 행복해 보여요. 부럽습니다 ㅠㅠ 저도 결혼 하고 싶어요!!! 아흑
장욱님의 댓글

정웅태님, 총각이라니요? 이제 겨우 13살입니다. 그런데 키가 175cm를 넘은지 몇달 지났고 신발은 285mm를 신는 소위 "중딩"입니다. 녀석 엄마가 아들 녀석을 바라보는 눈이 확연히 다릅니다. 항상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며 어쩔줄 몰라하는 시선으로.
유성환님, 결혼하세요. 저도 결혼 전에는 아이가 싫고 외국에서 떠돌아 다니면서 키우던 야옹이만 사랑했었는데 아들 녀석이 세상에 나오고 나니깐, 아들 녀석 엄마가 아들 녀석에게 해준 말을 빌리자면, "아버지는 자신을 지우기 시작하더니 언제인가 부터 아버지에겐 자신의 존재가 없어지고 말았다" 처럼 되더군요.
차명수님, 그래도 전 아직 사진기와 사진 찍는 능력으로 저 녀석으로 부터 퍼져나오는 빛을 담아내고야 말겠습니다.
김문수5님의 댓글

저도 집사람의 사진을 보면 대략 좌절입니다.
어떻게 같은 사진기로 같은 장소에서 찍는데 다른 것이죠?
물론 집사람 사진은 계산을 싫어하는 성격따라 조리개 노출 전혀 안맞아도
잘찍힌 사진이 종종 나옵니다. 이런 사진 볼 때 진정 카메라를 던지고 싶다는...
장욱님의 댓글

김문수5님, 혹시 제가 백날 아들 녀석 찍어봤자 아들 녀석 엄마가 아들 녀석 찍은 사진처럼 아들 녀석의 심성을 담을 수 있는 사진 한 장 건지지 못하는건 아니겠죠?
이요셉님의 댓글

장비에만 신경쓰는 제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군요.
저도 제 와이프가 찍은 사진 보면서 좌절할 때 많습니다 -_-
김문수5님의 댓글

아들내미 사진은 아버지들에게 있어서는 금단의 영역입니다.
절대로 기대안하고 있습니다.
대신 딸내미 마구마구 찍어주고 있습니다.
거의 모델 수준이지요.
아들내미는 제가 들이밀어도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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