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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최성호
  • 작성일 : 13-02-0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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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송년모임이 어제 같은데, 벌써 2013년 1월을 지나, 2월도 중순이 다 되어 가는군요.. 요즘 들어선 문득, 사는게 뭔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오늘도 새벽부터 바쁜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 잠시 짬내서 인터넷 기사를 검색하다가, 조선일보에서 “ 걷기천국 부산 “ 이란 글을 봤습니다..

예전에 부산가서, 이목사님, 박유영 또 천형기님과 같이 걸어 다녔던 길들 다 나와 있군요… 2월 가기전에 무조건 부산가서 그리운 분들과 좀 걸어야 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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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벼랑 길섶, 메마른 갈색 덤불에서 연둣빛 점들이 솟아오른다. 누렇게 매달린 묵은 잎들을 젖히고 새 해국(海菊) 잎이 돋아난다. 새 잎들은 또르르 말려 있다가 100원 동전만 하게 갓 벌어졌다. 영락없이 장미꽃처럼 생겼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게 벨벳으로 만든 장미 코르사주가 이보다 사랑스러울까 싶다.

찔레나무 비슷한 돌가시나무도 새끼손톱만 한 잎을 내밀었다. 잎도 가지도 새뜻한 진자줏빛이다. 여리디여린 청회색 해쑥도 고개를 들었다. 국화향 닮은 쑥향이 번져 온다. 봄 냄새다. 온 나라에 폭설과 한파가 번갈아 들이닥쳐도 부산엔 봄이 오고 있었다.

지난 주말 부산 이기대 해안길을 걸었다. 용호부두에서 남쪽 오륙도 해맞이공원까지 오르락내리락 5.5㎞를 갔다. 왼쪽으론 푸른 캔버스처럼 거침없는 바다가 펼쳐진다. 유람선과 요트가 이따금 오가며 하얀 금을 그어댄다. 오른쪽으론 가파른 장산봉 비탈이다. 절벽엔 나무 데크를 얹어 길을 냈다. 금세 땀이 나 겉옷을 벗어 들었다. 오가는 사람들 옷차림도 가볍다.

갯바위엔 낚시꾼들이 늘어서서 봄을 낚는다. 더러 따라 나온 아내들은 곁에서 따개비를 따거나 미역을 건져 올린다. 너럭바위에 가마우지들이 앉아 해바라기를 한다. 숨이 차오르는데도 연방 감탄이 터져 나온다. 바다에 홀린다. 제주 올레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는 7코스가 부럽지 않다.

이기대(二妓臺)는 두 기생의 무덤이 있었다는 바닷가 바위 언덕이다. 임진왜란 때 왜군 장수를 두 의기(義妓)가 논개처럼 끌어안고 떨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군사보호구역이던 곳에 철책을 걷어내고 2005년 해안길을 닦았다. 나무 계단과 데크 말고는 자연 그대로다. 그래도 고개만 살짝 뒤로 돌리면 어디서든 광안대교와 해운대와 달맞이고개가 보인다. 해운대 마천루 숲은 350만이 사는 대도시의 콘크리트 문명을 뽐낸다. 이기대 길은 문명을 시야에 둔 채 자연을 누린다. 그래서 더 후련하다.

두 시간 넘게 걸어 오륙도공원에 다다랐다. 물이 나면 다섯, 물이 들면 여섯이 되는 오륙도가 코앞에 떠 있다. 30년 전 용호동 한센병 환자촌을 취재하러 왔을 때 돼지우리가 빼곡했던 비탈엔 고층 아파트가 올라섰다. 용호부두에서 문명을 떠나 오륙도공원에서 문명으로 돌아왔다. 그 길이 꿈같다.

지난주 나흘 휴가를 부산에서 보냈다. 주변에서 "나흘이나 뭐 하며 지낼 거냐"고 의아해했다. "걸으러 간다"고 대답했다. 부산엔 이름난 태종대와 해운대~동백섬보다 길고 호젓하고 아름다운 길이 많다. 이기대처럼 보석 같은 길이 숨어 있다. 도심 언저리에, 그리고 도심 속에.

절영 산책로는 남항대교 동쪽 끝에서 중리해변까지 3.2㎞ 영도 바닷가를 간다. 역시 해안이 가파르고 군사지역으로 묶여 있다 새로 뚫은 길이다. 처음 1㎞쯤은 바다와 눈높이를 맞추며 가는 길이 편안하다. 오색 칠을 한 153계단을 오른 뒤로는 벼랑 굴곡을 따라 오르내린다. 절벽을 다듬어 계단을 쌓고 출렁다리를 놓았다. 갯바위를 걸으며 몽돌 구르는 소리도 듣는다.

길 끝 중리해변 안쪽엔 해녀들이 난전을 벌인다. 몇십 년 전 '먹고살려고' 부산에 온 제주도 해녀들이 할머니가 됐다. 아침 일찍 잡아 싱싱한 해산물을 고무 함지에 담아놓고 호객한다. 전복•해삼•돌멍게에 소주를 곁들였다. 돌멍게 껍질에 소주 부어두면 멍게향, 바다향이 우러난다. 껍질 그대로 훌륭한 소주잔이다.

초읍동 시가지 복판 어린이회관 뒷산의 성지곡수원지 둘레길은 온통 편백 숲이다. 키 몇십m에 이르는 편백이 빽빽하게 들어차 하늘을 가렸다. 전남 장성 편백 숲에 조금도 못지않다. 둘레길은 만덕고개 너머 금정산성까지 이어진다. 이기대 길, 절영 산책로, 성지곡수원지 길은 부산을 한 바퀴 도는 263㎞ 갈맷길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이 '갈매기 나는 길'은 동쪽 기장에서 서쪽 가덕도까지 바닷가를 갔다가 부산 북쪽을 돌아 다시 기장으로 간다. 부산은 나흘로는 어림도 없는 걷기 천국이다.

금요일엔 종일 비가 쏟아졌다. 그래도 걷기 즐거운 곳이 있다. 중구 옛 도심이다. 용두산공원 부산타워부터 오르는 게 순서다. 120m 전망대에서 사방으로 초량왜관 터부터 부산항까지 430년 중구 역사의 흔적을 더듬는다. 그러곤 광복동으로 내려와 천천히 걸었다. 영화의 거리, 국제시장, 부평시장…. 보수동 책방골목은 빗속이어서 더 쿰쿰한 헌책 냄새가 아련했다. 가는 곳마다 주전부리를 빼놓을 수 없다. 독특한 물만두 완당, 씨앗호떡, 비빔당면을 거쳐 남마담집 고등어구이로 한나절 순례를 끝냈다. 저마다 40~65년 역사를 지닌 노포(老��)들이다.

1960년대부터 여남은 가게가 대학생들로 붐비던 고갈비 골목엔 두 집만 남았다. 일흔을 바라보는 남마담집 여주인은 "옛날엔 하루 100마리 넘게 팔았는데 학생들 입맛이 변했다"고 했다. 그나마 옛 학생들이 중년이 돼 찾아오는 게 낙이라 했다. 이제 늙어버린 젊음들은 고갈비보다 부산 뒷골목 정취가 더 그리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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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두영님의 댓글

김두영

선배님 글이 긴 장문의 시처럼 느껴집니다........
송년회에서 뵌지가 무척 오래전같읍니다.
반짝이는 파란바다는 언제봐도 맘이 설렙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도 한번 부산가서 몇날을 걸으면서 돌아보고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임규형님의 댓글

임규형

'이렇게 긴 선배님 글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라고 할 뻔 했습니다.
부산에 가본지도 30년이 넘네요.
저도 가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유영님의 댓글

박유영

음... 최선배님이 인용하신 글 인듯 합니다.^^ 인용부호를 다셨으나 처리가 안된...^^ 절영산책로는 우리 회원님들도 몇 번 다녀 가신 곳이고 초읍 산책로는 너무 유명해서 사진 찍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인파때문에... 이기대산책로! 저희 아파트에서 출발하는 길입니다. 산으로 가면 바다를 보며 해발 100미터 남짓 봉우리를 둘 넘고... 바닷가를 따라 돌면 일제 시대 탄광굴의 흔적들과 공룡발자국들을 보며 가실 수 있습니다. 물론 가실 때는 산으로, 돌아올 땐 바닷길로 오셔도 좋지요. 반환점인 오륙도 선착장엔 수준급의 물횟집도 있고 해녀들의 해산물을 직접 맛 보실 수 있습니다. 봄이 오는 길! 부산 이기대 산책길에서 함께 맞이 하실 회원님들은 연락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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