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만큼 '아버지의 카메라' 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것이 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만큼 라이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신적인 연대감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 몇년만 지나면 환갑을 바라보시는 아버지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은퇴하시면 여행도 다니시고 꼭 사진도 배우세요."

"그래, 너한테 배울테니. 가르쳐 줘."

"그리고 사진기는 라이카가 잘 어울리실 거에요. 중년의 중후함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것도 없거든요. 대를 이어 쓸 수 있는 몇 안되는 것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요."

저와 아버지의 10년 후, 20년 후를 생각하며 미소지어 보았습니다.
제가 결혼하여 자식을 낳고, 손자와 손녀를 라이카를 든 아버지가 사진 찍는 모습.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손자가 다시 같은 사진기를 들고 제게서 사진을 배우는 장면이
머리 속을 스치는 것이었습니다.

왠지 꼭 라이카였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꿈을 상실한 소비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잃어버린 그 무엇을 일깨워주는,
정말 몇 안되는 물건이 바로 라이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몇 년 후에는 저도 취직을 하고 더 바쁜 나날을 보내겠지만,
언젠가 부자가 함께 사진기를 매고 진지하게 사진을 이야기할 그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추신: 얼마 전 CONTAX G2를 영입했습니다.
제가 가진 SLR과 자잘한 장비를 다 처분하고서 구입한 것입니다.
비 라이카 SLR 사용자로써 이곳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죄송스러웠는데요,
이제는 RF의 장점을 잘 살려서 천천히 고민하며 사진 찍는 법을 배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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