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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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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서진근
  • 작성일 : 05-04-05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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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화각과 노출
2005/01/29 20:01 다니엘 조회 915 추천 20


사진은 먼저 잡는(또는 잡히는) 카메라가 감히 사람을 자신에 맞게 길들이는 아주 특이한 역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그걸 바꿀 수 있는 것은 물론 사진가의 생각과 감성일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오랜 시간과 숙련을 '먼저'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딜레마지요.

화각(picturing/angle)도 그렇습니다.
어떤 렌즈를 쓰느냐가 사실 가장 큰 영향을 끼칩니다. 제 말은 브랜드가 아니라 그 종류를 말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50미리, 18미리, 24미리, 90미리 같은. 흔히들 사람의 눈과 가장 비숫한 각도폭을 지닌 50미리가 가장 자연스럽다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구요. 광각렌즈(18미리~24미리)의 경우에는 그 끝을 정확히 잰다는 것이 불가능 하지요. 이들로 대부분 할 수 있는 것은 크게 찍어서 잘라내는(cropping) 것입니다. 따라서 화각이나 구도라는 것보다는 무작위적으로 깊은 심도로 맞추어 눌러대는 경우가 많게 되구요. 그런 이유로 신문사기자들이 광각을 많이 쓴다지요. 저도 3개의 렌즈(광각, 표준, 90미리 망원)를 가지고 있지만 90%의 경우 50미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역시 렌즈가 사람을 길들이는 셈이지요.

노출도 마찬가지입니다. 흑백이란 흑과 백이 아니라 사실상 그 선상 18%에 있는 회색(grey)이 표준이 되어 나누는 일종의 개념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Ansel Adams의 책들을 참조하시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꼭 보십시오. 3권의 시리즈로 되어 있는데 그 중 한 권의 제목이 exposure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유명한 'Zone System'이 설명되어 있지요. 사진을 찍을 때는 밝은 부분보다는 어두운 부분(zone 1~10 중 zone 3정도에 있는)에 노출을 맞추어 찍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사물(또는 현상)을 볼 때는 나름대로(그리고 순간적으로) zone 1(가장 어두운 부분)부터 zone 10(가장 밝은 부분)로 나누어 보고 노출을 맞춘다는 것입니다. 가시적 detail이 드러나는 흑과 백은 Zone3~8 사이일 경우가 많고 흑백사진에서의 zone은 컬러링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역시 책을 읽어보시는 게 가장 좋을 듯 싶습니다. 70년도에 쓰여진 책이지만 노출에 관해서는 아직도 가장 근간이 되는 책 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역시 사진이란 '총체적 한 순간'입니다. 화각이란 그 안에 있는 조그만 요소일 뿐입니다. 노출도 초점(metering)도 약간의 연마로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intuition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수동으로 시작하신다면 많은 부분을 연마하실 수 있을 겁니다(SLR이 아닌 Fm2이나 다른 Rangefinder 종류를 쓰신다면 도리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한 순간에 총체적으로 엮어 내야하는 일종의 엄청난 노동, 그게 사진인 듯 싶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사람이 어떤 종류의 카메라를 만나는 것도 일종의 운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기야 저 같은 운명론자에게 그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파리는 어제 내내 비가 온 후 안개가 잔뜩 끼여있습니다. 늦잠을 자고 샹미셸(Saint Michel)의 맥도날드를 찾아와 아침을 먹습니다. 맥도날드에서의 아침은 언제나처럼 저를 nostalgic하게 합니다.
김광민의 피아노 음악('지금은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을지라도')은 비오는 지리한 아침을 축제로 만들어줍니다.

오늘 아침...파리는 해방된 할렘(Harlem) 같습니다.



Daniel
ps. 정규교육이 부재한 저에게 '화각'이란 말은 생소하고 상당히 고급스런 단어(big word!) 같습니다. 캔버스를 앞에 두고 앉아 있는 느낌입니다.


* 이 글은 지난 1월 파리에서 조선일보 통신원방 '오렌지 나무가 있는 집'에 올렸던 글입니다.
추천 0

댓글목록

이용규님의 댓글

이용규

잘 보았습니다. 계속 좋은 글 부탁합니다.

임윤빈님의 댓글

임윤빈

"총체적 한 순간"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사진을 찍기 전에는 어떤 화각의 렌즈를 쓸까 고민도 하지만 정작 사진기를 눈에 대고 피사체를 볼 때는 어떤 화각이든 지금 사진기에 장착한 렌즈로 최적의 사진을 만들기 위해 애를 씁니다. 경우에 따라 망원에서 광각으로 또는 그 반대로 바꿀 필요를 셔터를 누르기 직전까지 절감하기도 하지만 정지한 피사체가 아닌 이상 이런 순간적인 생각마저도 낭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장 "무난한" 50mm든 35mm든 여러 사람에게 "표준"렌즈로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사진기 자체를 다루는 재미도 상당하지만 지나고 보면 사진기는 화가에게 붓같은 도구일뿐이더군요.

서진근님의 댓글

서진근

글 감사합니다.
내 생각과 감성을 내가 바라는 대로 그려내는 라이카는 분명 좋은 붓인 것 같습니다..

북미 어디에 사시나요?
예전에 눈내리는 사진에 대한 글을 보고 제가 찍은 눈 내리는 사진을 첨부해보았습니다. 도움이 되시길...

mice



인용:
원 작성회원 : 임윤빈
"총체적 한 순간"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사진을 찍기 전에는 어떤 화각의 렌즈를 쓸까 고민도 하지만 정작 사진기를 눈에 대고 피사체를 볼 때는 어떤 화각이든 지금 사진기에 장착한 렌즈로 최적의 사진을 만들기 위해 애를 씁니다. 경우에 따라 망원에서 광각으로 또는 그 반대로 바꿀 필요를 셔터를 누르기 직전까지 절감하기도 하지만 정지한 피사체가 아닌 이상 이런 순간적인 생각마저도 낭비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장 "무난한" 50mm든 35mm든 여러 사람에게 "표준"렌즈로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사진기 자체를 다루는 재미도 상당하지만 지나고 보면 사진기는 화가에게 붓같은 도구일뿐이더군요.

김종덕님의 댓글

김종덕

꼭한번 읽어봐야 겠군요...

글 잘읽고 갑니다..

김용준님의 댓글

김용준

미국은 나라 크기도 크지만 눈송이 마져도 크나(?) 봅니다.
요즘 계속 되는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또한 다음에 올라 올 글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가 큼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공 명님의 댓글

공 명

뤽상부르 아닌가요? 겨울에 가봐서 다른 느낌이지만...
글 잘 읽었습니다...책읽는걸 싫어하는데...읽어봐야겠네요...
아...빠리가고싶다....ㅡㅡ;

박남호님의 댓글

박남호

앤셀애덤스의 노출에 관한 책을 찾을 수 있으려나해서 인터넷 문고에서 검색을 해 봤습니다.
앤셀,안셀,애덤스로 검색을 했더니...애덤 스미스가 나옵니다...ㅎㅎㅎ...
혹시 한글로 된 애덤스의 책명을 아시는 분, 이 글을 혹시 보시면 쪽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행복하십시요~

이범훈님의 댓글

이범훈

좋은글 감사합니다.

장영준님의 댓글

장영준

국내 서점에는 'the print'와 'the camera'는 한 권씩 있는데 'the negative'는 출판사 직

원분께 문의해 본 바 1년전부터 재고가 없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4000부 정도가 나갔다는데.....



혹, 클럽 선배님들 중 후학을 위해 제본(이건..불법이라서...)이나 판매를 하실 생각이 있

으신분이 계신지....^^^


모두 좋은하루 되세요..

이영구님의 댓글

이영구

안녕하세요 좋은글들 많은 도움이 되고있습니다!! 실은 제가 안셀아담스의 시리즈 3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혹시 제본이 필요하시면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세요!! 좋은 책임에 분명한데 아쉽게도 그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2권 Negative가 절판이 몇년전에 되었더군요

김옥현님의 댓글

김옥현

번역본 읽기가 더 어렵습니다.

양정훈님의 댓글

양정훈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정독도서관" 공개열람실에 아담스의 존시스템 번역서가 두 권 있습니다.
오래 전, 가회동 촬영길에 잠시 들러 읽어 보았습니다.

눈빛 발간 정인숙의 "존시스템" 은 제 보기에 잘 만든 것 같습니다. 존시스템을 이해하고 정리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톤, 콘트라스트 개념과 함께, 존3의 중요한 그늘(Important Shadow Area), 존5의 일상노출,
존7의 중요한 하이라이트(Important Hightlight Area)의 개념과 상호관계가 잘 정리된 것 같습니다.
톤, 콘트라스트가 잘 조화된 흑백사진, 어두운 부분의 질감과 디테일이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하이라이트 부분의 질감과
디테일도 잘 살아나 있는 노출, 현상, 인화가 존시스템의 완성 아닐까 생각합니다.

강동윤님의 댓글

강동윤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8월쯤에 파리에 가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뵙죠^^
빨리 이 실어증?을 이겨내야 하는데..오랬동안 라이카가 바깥구경을 못하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장입평님의 댓글

장입평

저도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예전에 zone system을 한글로 하다 보니까, 존 시스템... 조은 시스템~
그러면서 놀리던 생각이 납니다. ^^

김원석님의 댓글

김원석

가슴에 담긴 노출과 화각이 느껴져서....

따스하게 글 잘 읽었습니다.

하광용님의 댓글

하광용

"파리는 해방된 뉴욕의 할렘"이라는 표현이 매우 인상적 임니다.
한번도 가본적이 없지만 10여년전에 가본 할렘을 연상하니, 내가 환상적으로 아껴서 보려고 남겨둔 파리의 이미지가 아쉬어짐니다.

멋있는 파리의 낭만을 좋은 "화각(앵글)"로 인상에 남는 화면을 더 많이 "맘에 드는 화각"으로 올려 주세요.

화각에서 엉뚱한 꼬리말로 발전해서 미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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