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 한 통의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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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이상민
- 작성일 : 07-02-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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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 해 전에 아버지께 메일쓰는법, 디지털 카메라 사용하는 법 등을 알려 드린적이 있습니다.
어린시절, 엄한 아버지에게 매번 혼나곤 했던, 못난 앙갚음이라도 할 기세인양, 매일매일 못되게 못되게 가르쳐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환갑을 넘기시고 언짢은 일이 생겨도 늘 웃으시던 아버지 조차 [내 너한테 안 배운다]라며 방문을 차고 나가시곤 했는데, 그런날 밤이면, 매번 묵묵히 서재에서 탁탁탁 자판을 연습중이신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종종 아버지는 당신과 어머니, 그리고 친지의 자잘한 근황을 메일로 알려주시는데, 오늘은 무려 세 통이나 보내오셨습니다. 제가 쓴 카드 영수증의 고지, 어머니와 기획중이신 여행, 그리고 바로 이 메일.
어두우신 눈에, 절름발이의 걸음걸이 마냥, 엇박으로 자판 두드리시며 카드 값 고지다 뭐다 자식의 소소한 뒤치닥거리 하시느라 귀중한 노년마저 쓰시면서도, 그리고 또 자식생각을 하시는 아버지 생각에, 시끄러운 사무실의 소란도 잠시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내용이야 그저 그런 평범한 자식생각의 내용이지만, 신통찮은 아들 길러내시느라, 맞바꾼 아버지 인생이 짤막한 마지막 문구에 담겨 있는것 같아, 퇴근전에 소매에 머리묻고 눈물 조금 훔쳤습니다.
--------------------------------------------
이제 비가 막 내리기 시작이다.
옛날 최XX 이 홍천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설날 선물로 장뇌삼 한상자를 보냈구나!
이 나이 먹도록 산삼 구경도 첨인데,
아무래도 객지에 있는 네가 먹어야 좋을 것 같아 즉시 메일로 알린다.
잠시 다녀갈 수 없겠니. 혹 경비 부족하면 비행기값은 내가 부담하마.
살아 있는거라 일본 탁송도 곤란하고 중도에 변질되면 그것도 더더욱 문제고...
죽는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가리산의 산삼인데 어쩌면 좋겠니?
엄마는 너 안먹으면 못먹겠다구 즉시 귀국 시키라 대단하다.
내가 그에게 베푼것도 아무것도 없는데 이렇게 과분한 선물을 계속 받을 수 있을까.
또 한 사람, 예전에 함께했던 김XX,그는 지금 XX에서 XXX을 하는데 그도 잊지 않고 무슨 선물이든 보내는구나.
근데 무슨 일만 있으면 우선 네 생각부터나니 ....
메일이라는 거, 하루 몇번이나 보내도 부담없어 좋다.
촉박하지?
아무튼 그래도 기다린다.
어린시절, 엄한 아버지에게 매번 혼나곤 했던, 못난 앙갚음이라도 할 기세인양, 매일매일 못되게 못되게 가르쳐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환갑을 넘기시고 언짢은 일이 생겨도 늘 웃으시던 아버지 조차 [내 너한테 안 배운다]라며 방문을 차고 나가시곤 했는데, 그런날 밤이면, 매번 묵묵히 서재에서 탁탁탁 자판을 연습중이신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종종 아버지는 당신과 어머니, 그리고 친지의 자잘한 근황을 메일로 알려주시는데, 오늘은 무려 세 통이나 보내오셨습니다. 제가 쓴 카드 영수증의 고지, 어머니와 기획중이신 여행, 그리고 바로 이 메일.
어두우신 눈에, 절름발이의 걸음걸이 마냥, 엇박으로 자판 두드리시며 카드 값 고지다 뭐다 자식의 소소한 뒤치닥거리 하시느라 귀중한 노년마저 쓰시면서도, 그리고 또 자식생각을 하시는 아버지 생각에, 시끄러운 사무실의 소란도 잠시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내용이야 그저 그런 평범한 자식생각의 내용이지만, 신통찮은 아들 길러내시느라, 맞바꾼 아버지 인생이 짤막한 마지막 문구에 담겨 있는것 같아, 퇴근전에 소매에 머리묻고 눈물 조금 훔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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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비가 막 내리기 시작이다.
옛날 최XX 이 홍천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설날 선물로 장뇌삼 한상자를 보냈구나!
이 나이 먹도록 산삼 구경도 첨인데,
아무래도 객지에 있는 네가 먹어야 좋을 것 같아 즉시 메일로 알린다.
잠시 다녀갈 수 없겠니. 혹 경비 부족하면 비행기값은 내가 부담하마.
살아 있는거라 일본 탁송도 곤란하고 중도에 변질되면 그것도 더더욱 문제고...
죽는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가리산의 산삼인데 어쩌면 좋겠니?
엄마는 너 안먹으면 못먹겠다구 즉시 귀국 시키라 대단하다.
내가 그에게 베푼것도 아무것도 없는데 이렇게 과분한 선물을 계속 받을 수 있을까.
또 한 사람, 예전에 함께했던 김XX,그는 지금 XX에서 XXX을 하는데 그도 잊지 않고 무슨 선물이든 보내는구나.
근데 무슨 일만 있으면 우선 네 생각부터나니 ....
메일이라는 거, 하루 몇번이나 보내도 부담없어 좋다.
촉박하지?
아무튼 그래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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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선경님의 댓글

저도 요즘 친정에 가기만 하면 아버지가
절 붙들어 놓고 이것저것 물어보십니다.
자서전 쓰신다고 "한글"을 가르쳐 드린 게 몇년 전인데
300 page가 넘는 글을 독수리 타법으로 2년에 걸쳐 작성 하셔서 어찌나 놀랬던지요.
지금도 늘 수정 중이십니다.^^;;
요즘은 인터넷을 연결 하셔서 더 궁금하신 게 많으시지요.
저도 칠순이 넘으신 저희 아버지께 참 못되게, 마지 못해 답답해 하며
알려 드렸는데 이 글을 읽으니
제 자신이 참 부끄러워 집니다.
이상민님의 아버님 편지를 보니 그 분의 맘이 느껴져
뭉클해지는군요. 저 또한..
부모님의 마음이 이 처럼 그득~하시다는 걸
늘 알면서도 건망증 환자처럼 깜박깜박 잊고 사는 자식이여서
죄송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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