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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병 이야기 2 - 영원불멸함에 대한 미련...

페이지 정보

  • 작성자 : 전우현
  • 작성일 : 04-09-22 02:30

본문

(평어체로 쓰게 됨을 이해 바랍니다)

나는 소위 말하는..
장비병 환자에 속한다. 그것도 중증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적어도 새벽 2시에 맥주를 몇잔 마시고 와서는 잠못 이루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M6 TTL과 각종 렌즈들을 들여다 보면서, 그러면서도 뭔가 대한 아쉬움으로 한밤중의 라이카 클럽 장터를 두리번 두리번 하는 것을 보면 진단은 정확할 것이다.

문득 잠못 이루는 밤, 연달아 담배 몇 개피를 피우면서 문득 떠 오르는 나의 장비병을 자세히 떠 올려 보면,

영원 불멸에 대한 미련이라는 스스로의 답을 제시해 본다.

흔히들 롤렉스를 시계로서 사람들은 열망한다. 물론 나도 하나 가지고 있지만, 1/100 가격의 일제 시계들이 훨씬 더 가볍고, 디자인도 미려하며, 성능도 뛰어나고, 정작 시간도 더 정확하다. 하지만 나 또한 롤렉스를 사랑한다. 그것은 단 한가지, 수년이 흘러 흘러 내가 혹 죽을 만큼 나이가 되어도, 이 시계 만큼은 고장나지 않고, 원래의 모습 그대로 계속 돌아 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 아닐까. 배터리 없이 물리적 힘으로만으로도 정확하게 돌아가는 초침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은 롤렉스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난 라이카를 사랑한다. 라이카의 장점은 그 이외에도 수 없이 많겠지만, 수 많은 일제 카메라와 그외의 독일제 카메라 중에서도 유독 라이카를 고집하는 것은 아마도, RF의 장점뿐만 아니라 (RF라면 그외에도 아시다 시피 많은 타기종들이 있다. 심지어 M 마운트 호환들도 말이다) 라이카라는 주는 심리적 안정감을 만끽하기 위해서일 게다. 그런 이유에서 M7이 그 성능이나 편리성을 떠나 사람들로 부터 꺼리게 되는 이유중도 바로 이러한 "영원불멸" 대한 열망에서의 부족한 2% 때문이지 않나 한다.

결코 그럴 일도 없을 것 같지만, 라이카를 들고 있으면 내가 늙어서 더 이상 셔터를 누를 수 없는 그 날이 지나, 나의 자식들이 현재 내가 사용하는 이 카메라를 간단한 오버홀 만으로도 완벽한 작동을 할 것이라는 무언중의 믿음이야 말로 라이카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또 다시 시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시계의 기능 중에 가장 "쓸 데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수심 300m 방수기능일 게다. 잠수에 관한 전문인이 아니어서, 실제 사람이 그 정도 잠수가 가능한지도 모르겠지만(불가능하지 않나 한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300m는 물론이거니와 3m 잠수할 일도 사실 없다. 그 때 그 시계가 반드시 필요할 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300m 방수 시계를 사랑하고 갈망한다.

롤렉스가 유명해 진 것은, 기계식(태엽식) 시계 중에 가장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반동안 완벽하게 작동했다는 일화도 한몫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그 산에 등반할 일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믿음의 역사와 희박한 가능성에서의 안정성"에 나는 열망한다.

MP와 M3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MP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바로 M3를 현대식으로 "복각"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라이카 매니아들은 M3에 좀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RF라는 카메라는 사실 알고 보면, 너무나도 간단한 기계이다. 작은 암실에 셔터가 전부다. 그리고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삼각법 원리에 의한 기계식. 스플릿이나 그외 다른 방법 보다도 훨씬 오차가 클 수가 있고, 자주 조절을 해야할 만큼 뒤틀어 지기도 쉬운 구조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간단한 이중상합치를 사랑한다. 설사 뒤틀린다 하더라도 드라이버 하나면 쉽게 조절이 가능하고, 최소한의 기능을 가장 "완벽하게" 구사해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MP는 그 이하 기종 보다 높은 가격과 인기를 누릴 만한 많은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반세기가 넘도록, 삼대가 쓰고, 또 삼대가 내리 물려 써도 작동하는 M3를 닮았다는 것이야 말로 가장 큰 매력의 요소가 아닐까 한다. 물론 아직 MP는 반세기는 커녕 5년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MP가 반세기 (내 나이 80이 훨씬 넘는 그 때까지!)가 지나서도 마치 지금의 M3처럼 건재할 것을 믿고 "싶어" 한다. (물론 M3만큼 내구성이 튼튼할 것인가 대한 불안한 의심을 항상 가지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가장 간단한 원리를 완벽한 관리로 그것을 이루어 내고, 지키는 것이야 말로 바로 "일류"가 아닌가 한다. 또한 그러한 일류의 경지 오른 것은 "영원 불멸"의 개념을 사람들에게 무언중에 인식시키고 있고, 나 또한 그렇다는 믿음을 의심치 않는 최면에 걸린 것 같다. 물론 아주 즐거운 최면.


카메라를 내 마음대로 만지면서, 사진을 찍고, 루빼로 보고 즐거워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앞으로 40년이 아닐까? (사실 그 보다 짧을 가능성이 많다) 분명한 것은 난 "영원불멸"하는 존재가 아닌 데 있다.

그렇기에 난 오늘도 인간의 숙명인 "영원할 수 없음"에의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서 라이카 클럽 장터를 두리번 거리는 것 같다. 그리고 벌써 30년 이상 잘 버텨온 오래된 귀한 "물건"을 보면, 왠지 흐뭇하고, 구입해야 할 것 같고, 한번 만져 보고 싶은 욕구가 꿈틀 거린다.

필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들 말한다. 이에 대해서 벌써 비슷한 글로 3-4번 이상 이곳 클럽에 글을 올린 적이 있는 나다. 난 불안하다. 영원할 것 같은 필름이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도저히 떨쳐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나로 하여금 라이카를 통째로 버릴 수 있을만큼 무서운 불안감.나에게 이는 불안함을 넘어선 하나의 "공포"로 다가온다. RD-1의 출시로 더더욱 두렵다. 언젠가 디지털 바디가 현재의 슬라이드 필름을 능가할 날이 오겠지만, 왠지 010101........ (디지털)로 이어지는 이 화상들은 영원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을 원초적으로 잉태하고 있다는 불신감이 떠나질 않는다.

적어도 1년 이상 이 문제로 난 가끔씩이나마 오늘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내가 선택한 것이 영원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도저히 고쳐지지 않는 병이며, 나를 장비병에 이르게 하는 원인이며, 지금 나로 하여금 이런 이상한 글을 남기게 하는 근원이다.

하지만, 그래도 라이카 만큼은, 벨비아와 E100만큼은 영원할 것 같다는 자기 최면을 걸고 (아니면 다른 생각을 망각하고!)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내가 짜증나고, 미워지는 것은, 비록 내가 위에서 말한 "쓸데 없는" 불안감을 도저히 떨쳐 버릴 수 없는 나를 매일매일 보기 때문이다. 아주 바보처럼 말이다.

(내용 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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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서정현님의 댓글

서정현

그것은 쓸데없는 불안감이 맞지 않을까요? ㅎㅎㅎ
음.. 진정한 장비병 환자라면.......
디지탈이 나오면 또 사버리면 됩니다.
그득한 필름식 라이카와...
다시 차곡차곡 사이는 디지탈 라이카...
그 찬장을 들여다 보며 므흣한 미소를 짓는 라이카 열렬 회원인 나....
음.. 상상만 해도 멋지지 않습니까?

자... 우리의 장비병을 고치기 위해.. 노왕구 선생님 돌아오시면 진찰 한번 받으러 갑시다.^^

송상윤님의 댓글

송상윤

환자를 치료해야 될 분들이 전부 환자군요.^^ 저역시ㅜㅜ

이진영님의 댓글

이진영

저도 오토매틱 코로노미터로 움직이는 시계를 갖고 싶었습니다만...가격이..가격인지라... .(몇년안에 하나 장만할 것 같습니다. ^^)

라이카도 다 팔았다가... 바디하고 렌즈하나... 겨우 다시 마련했지만..맘대로 꺼내지도 못하는 형편이라 장비병 걸릴 여유가 없군요. ^^

아무래도 장비병이란 것도 경제적 심적 여유가 있어야 걸리는 병인 것 같습니다.
(결혼전에 사고친게 많아서...집사람이 항상 레이다를 깜빡거리고 있어서....)

하효명님의 댓글

하효명

어차피 사람은 누구나 일단 한번 태어나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뒤로 밀리는 일을 피할 수는 없겠지요. 필름 문제도 그 일환 중의 하나로 풀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필카에서 디카로의 대세는 이미 정해진 것 같고, 그 속도가 어느 정도인가 만 문제로 남아 있는 듯 합니다.
LP의 경우는 새로운 판을 못 산다 해도 아쉬운 데로 이미 가지고 있는 판으로 들을 수도 있고, 회현 지하 상가 등에 형성되어 있는 중고 시장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달랠 수도 있지만 필름의 경우는 사전 확보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 상승으로 인한 압박을 피할 수 없지 않나 싶습니다. 따라서 진지한 매니아나 호사가 아닌 어느 정도 주변인은 대폭 정리 대상에 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CD도 MP3에 위협 받듯이 디카도 빠른 발전에 얹혀 불안한 위치에 있으며 또 다른 방식에 자리를 넘겨야 하는 개연성은 항상 지니고 있습니다.
나이 값 하기가 참 숨 가쁜 것이 이런 변화에 DAMAGE를 덜 입고 적응하기가 만만찮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변화를 받아 들이는 훈련이 섭섭함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김경호7님의 댓글

김경호7

그건 장비병이 아니라 장비를 사랑하는 마음이군요.
흔히 이것을 샀다 저것을 샀다가 되 팔았다가 다른 카메라에 눈을 돌리고
또 어떤 것이 좋은 카메라라하면 그것은 어떨까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 카메라를 흘깃 거리는 이런 것이 장비병이겠지요.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장비를 애지 중지 사랑하는 것은
장비병이아니라 본 받을 자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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