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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를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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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김진우
  • 작성일 : 04-09-17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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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를 그리워하며....

얼마전 그동안 가지고 있던 m6와 50미리 현행 즈미크론, 90미리 현행 엘마릿을 모두 처분햇습니다. (이유는 아는 사람에게 1300만원 상당의 돈을 빌려주었는데 연락이 끊겻다는...)
저에겐 라이카라는 카메라가 단순히 사진을 찍는 도구로서의 의미를 넘어서 있었나 봅니다. 장비들을 처분한 날 거의 잠을 못 이뤘으니까요. 장비를 처분한 지금은 예전보다 더욱 많이 이곳을 기웃거립니다.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제가 결국에 택한 것이 라이카 였습니다. 니콘과 콘탁스의 거의 모든 렌즈를 사용해보고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아서 마지막으로 큰맘먹고 라이카를 사용해 보기로 맘 먹었었다는...
저의 직업은 그래픽 디자이너 입니다. 주로 책을 만드는 편집디자인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누구보다 많이 사진을 접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떤 모니터에서 이사진을 선명하고 예쁘게 보이게 할 수 있을까 정도는 일도 아니라는...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집에 가면 컴퓨터가 있는 방향으로는 눈길도 안줍니다. 디지털세상에서 그 디지털로 인해 너무나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저로서는 골동품을 찾아다니고(물론 구입은 감히 못하구요)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들입니다. 아나로그를 굉장히 좋아한다는...

저는 디지털 사진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제 눈엔 식상하니까요.
과장된 색감과 단일성에 늘 안타까움을 느끼지요. 그래서 스캔을 받더라도 사진 보정은 잘 하지 않습니다.(저희가 사용하는 스캐너는 드럼 스캐너라고 하는데, 둥근 드럼통에 필름을 붙이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회전을 시키면서 빔을 발사해 그것을 읽어드려 데이터로 만드는, 상당히 원본에 근접한 스캐닝을 하는 스캐너입니다.)
요즘은 디카라고 불리는 디지털 카메라가 엄청나게 많이 보급화 되었습니다. (울 마누라도 작은거 하나 가지고 싸이질)을 하고 있지요.
저도 한때는 모 회사의 S2Pro라고 하는 디카를 사용 했었지요. 하지만 단 한번의 인화로 다시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는...
첫 번째 이유는 컬러 보정없이는 인화를 해서 건질 수 있는 사진이 별로 없다는 것이 가장큰 이유였고(디지털적인 느낌이 영 거슬립니다.)
두번째 이유는 제가 사진을 찍는 방법이 뒤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 방법이란 것이 전 이렇습니다. 피사체를 열심히 찾아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고 또 한컷을 열심히 찍어봅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브라케팅도 하고 가로, 세로 구도도 바꿔보고 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디카는 일단 무쟈게 찍어대게 되더군요. 그리고 괜찮은 사진이 있으면 그 사진을 들여다 보며 이것저것, 때로는 어거지로 의미를 부여하게 되더군요.
세번째는 너무 편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인지 아니면 카메라를 가지고 단순히 그 메카니즘을 즐기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게 되더군요.

저에게 라이카라는 카메라가 갖고 있는 의미는 이러합니다.
아마도 여러 회원님들도 그러하겠지만, 저에게는 이런 친구들이 잇습니다.
우울한날 만고 싶은 친구, 오늘같이 비오는날 만나고 싶은 친구, 같이 스타를 하러 가는 친구, 노래방을 가는 친구... 등등, 아주 아주 소중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라이카를 사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슬라이드 필름을 쓰고 있는 지금.
사실 제 사진 실력은 매우 허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운트도 하지 않은 슬라이드 들을 매일같이 들여다 봅니다. 그러면 비오는날 눈길이 가는 사진, 고민이 많은날 눈길이 가는 사진, 즐거운날 눈길이 가는 사진...등등이 눈에 들어 옵니다.
제 친구들 처럼 말입니다.
한컷한컷 무척이나 많은 공을 들여준 결과물은 저에게 너무나 많은 감정을 일으키게 해줍니다.


지금은 조금 저렴한 가격의 G2를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재미가 없다는... 흑흑!
조금씩 조금씩 m을 사용하던 때의 습관처럼 따라해보려 해도 잘 안됩니다.

요즘은 마음이 많이 허합니다.




P.S위의 글들은 단지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므로 라이카 이외의 카메라에 대해서 좋지 않은 표현을 썼더라도 너그러이 흘려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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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한지홍님의 댓글

한지홍

돈은 왔다 가는 것, 시간이 지나 다시 님이 원하던 넘을 잡아들었을 때
그 은근한 기쁨이라는 희망이 역설적이게도 님에게 남겨져있네요.......
어떤 그리움이 다시 완성될 수 있다면 그 것은 신기루는 아니라고 봅니다.
시간은 님의 편입니다. ^^

오근표님의 댓글

오근표

위 글을 읽으면서 가슴 찡함을 느낍니다. 남의 일 같지 않는 이유라서 일까요?
m3,m2,m6,m4p 등을 거치면서 나의 기호에 가장 만족스러움을 제공했던 카메라가 m4 였습니다. 그 m4와 35,50,90mm/summicron으로 미흡한 결과물이지만 즐거운 사진을 했었고, 동생의 결혼과 얼마간의 돈이 필요해 샾에 처분을 했었습니다.
그날 빈 가방만을 메고 기차를 타던 심정과, 카메라 없이 지낸 2년의 시간은 내게 많은 생각을 주었습니다. 그저 인화물만을 위한 기계보다는 언제나 곁에 있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그런 마음을 느끼게 했다고나 할까요...
라이카라는 카메라 - 팔기는 쉬워도 다시 얻기는 어렵더군요!
저역시 한동안 콘탁스s2를 어렵게 구해 정을 붙이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사용할수록 m의 손맛만 더 그리워지고...
지금은 다행히 m4를 다시 구한 상태고 50mm 하나지만 만족스럽게 생활합니다. 무엇보다 가방 속에 항상 나와 함께 생활하는 카메라가 있어 행복하구요.
진우님! 너무 조급히 생각지 마시고 여유 있게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항상 곁을 함께하던 카메라가 없을 때 더욱 조바심 나지요...
천천히, 그리고 하나씩 준비하고 생활하다 보면 내 곁에 좀더 오래 머물 수 있는 카메라가 어느새 자리하고 있을 겁니다.

항상 시간은 그렇게 조용히 빠르게 다가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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