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LY - 好事, 혹은 物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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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김상지
- 작성일 : 07-01-1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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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딱히 달리 표현할 길이 없겠지요.
갖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고약한 버릇.
한동안 그렇지 않았었는데, 요 근래 또 도졌습니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해서 좀 자포자기적으로 매사를 데데하게 대하는 일상 속에서 다시 도졌는지 모를 일입니다.
MOOLY라는 게 있습니다.
사람 이름 같기도 합니다만, 그게 아닙니다. 액세서리 입니다.
라이카 카메라에 끼우는 부속물이지요.
1938년 라이카 전성시대에 나온, 세계 최초의 모터 드라이브 코드명입니다.
요즘의 것들처럼 밧데리 장착으로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완전 기계식으로 작동되는, 참 이쁘게 생긴 라이카의 결정품이지요. 그 걸 라이카 IIIa에 끼우고 아래 태엽을 감아 셔터를 누르면 ‘쓰르륵’하고 돌아가면서 찍힙니다.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덧 나는 1930년대 라이카 전성시대의 거리의 사진사(Street Photographer)가 됩니다.
며칠 전 eBay 서핑을 하다가, 그 걸 한 대 본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자기 아버지의 유품이라면서, 라이카엔 불면식인 미국의 어떤 친구가 경매에 내 놓은 것입니다.
사진을 보고 ‘어이구’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분명 MOOLY 였습니다.
그 때부터 일주일간 잠복했습니다. 드디어 경매 종료 1분을 남겨놓고 PC 앞에 앉았습니다. 17명 가량이 이미 잠복해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30여초를 남겨놓고 베팅을 했습니다. 411.55 달러. 아마도 17명 모두가 달려들었을 것입니다. 제가 2.5달러 차이로 따냈습니다. 그 때의 전율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Karl이라는 구매자와 연락이 오갔습니다. 송료와 우송방법 등에 관해 견해를 주고받던 중, ‘아차’ 싶었습니다. MOOLY가 맞기는 한데, 뭔가 빠진 것 같은 생각이 그때서야 든 것입니다. 모터 드라이브 본체와 카메라 셔터 릴리즈를 연결시켜주는 '암(arm)'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던 것입니다. 급히 연락을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자기는 알 수가 없고, 사진에 나와 있는 게 갖고 있는 전부라는 것이니 결정은 나에게 맡기겠다는 것입니다.
하루 쯤 궁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연락을 했지요. 아버지의 유품이라고 했는데, 한번 찾아볼 수가 없느냐. 만약 나오면 부쳐줄 수 있겠느냐.
그랬더니, 어차피 이사 준비를 하다가 발견한 것이니, 짐 싸면서 ‘암’이 나오면 부쳐주겠다는 성의 있는 답변이 왔습니다. 그래서 송금을 하고 물건을 받았습니다. 그게 1월 9일입니다.
깨끗했습니다. 7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깨끗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작동도 그만이었습니다. 갖고 있던 IIIa에 장착을 해봤더니. 역시나 단발 촬영은 돼지만, 연속 촬영은 ‘암’이 없어 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 오로지 그 ‘암’ 구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Karl은 다시 연락을 해왔습니다. 이삿짐을 꾸리다 나오면 반드시 부쳐주겠다고 했습니다. 라이카매니아를 대상으로 라이카 부품을 파는 노인인 Tonaya에게도 연락을 했지요. 처음에는 갖고 있는 듯이 무슨 카메라용이냐고 물어 오더니, 지금 자기 수중엔 없다는 것입니다.
진득하게 기다리면 언젠가는 그 게 손에 잡힐 것이라고 보지만, 그 조급증이 문제입니다.
오리지널을 못 구하면 유사품이라도 구해 장착을 하고 싶어 잘 알고 지내는 수리점을 들락거렸습니다. 똑 같이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가닥 희망을 안고 회현동 지하상가에서 고급 라이카를 취급하고 있는 샵 주인을 만났습니다. 아, 그런데 그 MOOLY 완제품이 그 곳에 있었습니다. 진열장 속에서 IIIa에 장착돼 있는 MOOLY는 광채마저 뿜고 있었습니다. 보여 달라고 했더니, 꺼낼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내심 보여주기 싫었던 것이지요. 얼마냐 하고 물었더니 300만원이라고 했습니다. 유사품을 만들 수 있다는 소릴 들었다고 했더니, 실실 웃더군요. 한마디로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에둘러서 하는 말이 어떤 라이카 액세서리를 비슷하게 만들어보고자 남대문시장 일대의 최고 기술자를 다 동원했는데, 결론은 만들 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는 것입니다. 그게 십 여 년 일이라고 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MOOLY를 꺼내 만져보고 작동해보고 합니다.
기다려라, 내가 꼭 너 신체의 일부를 구해 주마...
그런 다짐을 해 봅니다만, 당장 구할 길이 없으니 갑갑증만 더 합니다. 매일 eBay, Google 등을 통해 검색을 하고 있습니다만, 갈증을 풀어줄 방안은 아직 안 나옵니다.
그러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처럼 ‘암’을 못 구하고 본체 MOOLY만 갖고 있는 사람이 국내에 4명 정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들 70을 넘긴 노인분들이라고 합니다. 그노무 ‘암’을 다섯 개만 구하면 그 분들의 ‘염원’까지도 풀어줄 것 같은데, 그나저나 한동안 그 것 때문에 좀 앓아야 할 것 같습니다.
불혹을 훨씬 넘긴 늘그막의 物慾이 이런 것인지.
아니면 늘그막의 好事가 이런 것인지.
댓글목록
조영만님의 댓글
와 :-) 아름답습니다. 새해에는 이루어지길 응원하겠습니다.
박경복님의 댓글

라이카 끝은 어디인지? 견문을 넓혀주셔서 감사합니다.
금년 안에 꼭 구하시길 원합니다.
조현갑님의 댓글

지금 찿고계시는 그 "암"을 찿기까지가 행복한 순간이 되겠죠.
어렵사리 찿고나면 지금의 행복은 없어질테니까요...그 행복이
영원하는것도 좋을듯 싶습니다....가만히 생각해 보시면 제말이 맞을겁니다.....
김현식님의 댓글

유전자도 복제하는 시대에,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단 오리지날을 입수하여 도면으로 만든 후 목업 하듯 제작하면 가능할 듯도 합니다...
진정한 '마니아' 의 뜨거운 것이 느껴집니다
이풍희님의 댓글

참으로 라이카는 즐거움을 많이 주는 카메라입니다.
마치 고귀한 유물을 발굴하는 듯한.....그런 느낌이 좋습니다.
권태현님의 댓글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꼭 암을 구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m6와 리지드로 만족하는 라이카초보이지만...
이런 글들을 보면 언젠가는 저의 이야기가 되는건 아닌가... 하는 괜한 생각을 갖게됩니다.
제가 구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
김필수님의 댓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김상지님 꼭! 구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화이팅!!!
이성재Rol님의 댓글

천천히 구해보세요... 언젠가는 꼭 만나실듯...
이성욱M님의 댓글

매니아들의 가슴을 후려치는 진솔한 글 잘 보았습니다. 꼭 숙원을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황지규님의 댓글

저런것도 있군요...신기할 따릅입니다.
박준호龍님의 댓글

것참 그 끝은 어디인지...~~~~
존경스럽습니다
소원 성취하시길...
김영배님의 댓글

염원이 이루어지시길 간절이 바라옵나이다...
정기훈님의 댓글

꼭 구하시길 빕니다. 저두 ebay를 들락날락 하다가
눈에 밟히면 알려드리께요........
백인식님의 댓글

감히 말씀 드리건대, 물욕과 호사는 동질적인 요소입니다. 삐딱하게 보느냐, 긍정적으로 보느냐의 차이지요. 소원 이루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매니아들이 이런 욕심(?)을 보이는 것에 경탄하는 바입니다.
박희경2052님의 댓글

꼭 구하시길 빌어요.
이치환님의 댓글

상지님, 혹 MOOLY '암' 이미지를 볼 수 있을까요? 파리 라이카 전문점에서
찾아봐서 알려드리고 싶어섭니다.
김구열님의 댓글

상지님, 반갑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 무엇에 대한 "애착"은 우리들의 삶을 살 찌우게 하는 동력인지도 모릅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이효성님의 댓글

이 물건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아는 Leica dealer (in USA)가 5개나 갖고 있네요. 두개는 Arm이 없고 나머지는 Arm이 있는 데 가격이 Arm 포함의 경우 상태에 따라 $1200-$1800 정도 사이는 되어 보입니다. Arm 만 따로 팔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시 구입이 필요하시면 연락 주시면 도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당연히 직접 contact 하셔도 될 것입니다. 다만, 이 친구가 제게는 약간의 price down을 해 주기 때문에 좀 유리할 것 같기도 하군요. 혹시 관심이 있으시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P.S. 방금전에 연락이 왔는 데 arm만 따로 팔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두대가 arm이 없기 때문에 arm 만 팔 수 없다는 군요. 곧 구하실 수 있기를 성원합니다.
오인석님의 댓글

참 넓습니다..
카메라라는 큰 테두리가 아닌 라이카라는 제품하나 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정보와 글들 그리고 장비들이 있으니
바르낙을 처음 접하고 있는 저로썬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제가 보기에 호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로또가 꼭 당첨이 아닌 일주일을 즐겁게 해주듯
'암'은 님에게 닿기전까지 아마도 적지않은 즐거움을 줄거라 생각됩니다.
꼭~ 들이셔서 30년대의 거리의 사진사가 되어보시기를 ^^
김진호(kjinho1120)님의 댓글

진품으로 구하시리라-믿습니다
염원은 꼭 이루어진다고 믿고사는 사람입니다.
이영갑님의 댓글

豪奢도 아니요 物慾도 아닌 好事가 맞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견문이 열갑자 넓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꼭 구하시기 빕니다.
남경호님의 댓글

물욕도 호사도 아닌 교감이라 생각됩니다.
빠른 시간안에 구하시길 바랍니다.
치즈빵빵(이광우)님의 댓글

꼭 구하시기 바랍니다...
기왕이면 Karl 에게서 연락이 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것 같습니다...
서정학님의 댓글

머지않아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이영욱님의 댓글

MOOLY Motor라면 이걸 말씀하시는 군요..
저는 2셋트가 잇는데 하나는 작동 잘되고 다른 하나는
안에 기어가 고장나서 지금 수리실서 썩어가고 있을겁니다..
참 아름답지요... MOOLY도 아름답지만 SCNOO, Leicavit도
참 아름답습니다...
곽재관님의 댓글

"그노무 ‘암’을 다섯 개만 구하면 그 분들의 ‘염원’까지도 풀어줄 것 같은데"
이 부분에서 배꼽잡고 뒤로 자빠져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기왕에 구하는거 '그분' 들과 함께 연대하시어 "염원"을 꼬옥~ 풀수 있도록
함께 기원드리겠습니다. ^ ^
엄상택님의 댓글

전 늘 댓글을 보면서 더욱 즐겁기도 하고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참으로 개인적인 바램을 올린 글에 이치환선생님이나 이효성님 처럼
발벗고 나서서 도우시려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 하시니 그러시긴 하겠지만,(^^) 아무튼 이런
모습들이 보기에 참 좋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궁금할 때 마다 실물 사진으로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시는
이영욱님의 장비는 어느 정도이실지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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